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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Apr 20. 2022

검은코뿔소 뿔은 백만 불짜리 뿔?

미신과 그릇된 정보로 죽음을 맞이하는 아프리카 코뿔소의 잔혹한 운명

검은코뿔소는 어깨 높이가 1.4~1.8m, 몸길이는 3~3.75m이고, 무게가 800~1,400kg에 달하는 거대한 초식동물이다.

 

검은코뿔소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발표한 멸종위기종 등급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위급 종(CR: Critically Endangered)’으로 지정돼 있다. 2020년 1월 14일 기준, 지구상에 남아 있는 검은코뿔소는 5,000마리로, 성체는 3,100여 마리에 불과하다. 1900년대에는 10만 마리가 있었으나 지난 200년간 농경지 개간을 위한 서식지 파괴, 사냥, 밀렵 등으로 20세기 중반에는 7만 마리, 1981년에는 1만~1,5000마리, 1990년대 초반에는 2,500마리 이하로 줄었다가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보존과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한 노력이 더해져 그 수가 점차 늘어났다. 검은코뿔소는 현재 남아공, 케냐, 탄자니아, 르완다, 카메룬에 흩어져 살고 있다. 


어미 코뿔소와 아기 코뿔소. 성체로 자라면서 코뿔소의 뿔 크기도 커진다


개체수가 급감한 주요 원인은 밀렵이다. 검은코뿔소가 지니고 있는 두 개의 뿔은 해열과 해독, 최음제로도 쓰이고, 전통 의식을 위한 칼자루의 재료가 되기도 한다. 암을 비롯해 크고 작은 온갖 질병을 낫게 한다는 잘못된 믿음이 널리 퍼져 있어 아시아에서는 고가로 팔리고 있다. 검은코뿔소의 뿔이 남아프리카의 중간 상인을 거쳐 모잠비크로,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밀수출되는데 전문가들은 이 뿔이 손톱과 성분이 같기 때문에 특별한 약효가 없다고 말한다.  

 

2017년에 영국자연사박물관이 주최한 ‘올해의 야생동물 사진가 공모전 2017’에서 남아공 사진기자인 브렌트 스터튼의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됐다. 그가 촬영한 사진에는 남아공 자연보호구역인 흘루흘루웨 임폴로지에서 뿔이 잘린 채 죽음을 맞이한 검은코뿔소의 비극적인 종말이 담겨 있다. 1960년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7만여 마리 검은코뿔소는 1970년과 1992년 사이에 밀렵으로 96%가 죽었다. 

 

멸종위기에 처한 흰코뿔소도 검은코뿔소와 처지가 별반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의 다른 코뿔소들도 운명이 크게 다르지 않다. 남부흰코뿔소는 2012년과 2017년 사이에 약 21,300마리에서 18,000마리로 15% 감소했다. 흰코뿔소는 검은코뿔소 보다 뿔이 더 크고 개방된 서식지에서 살기 때문에 밀렵에 더 쉽게 노출된다. 하루에 밀렵으로 도살되는 아프리카 코뿔소는 약 2.4마리로, 10시간에 한 마리꼴로 사라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생 코뿔소를 보호하기 위해 뿔을 자르는 방식으로 밀렵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지만 코뿔소의 무기인 뿔을 제거하면 야생에서의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되므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탄자니아 화폐에 등장하는 검은 코뿔소 


코뿔소 밀렵을 막기 위해 국제 사회는 다양한 방식으로 아프리카 대륙의 각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 국가, 지역 사회, 사유지에서 코뿔소를 사육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개체 보호에 힘을 모으고 있으며, 밀렵을 단순한 야생 동물 범죄가 아닌 초국가적인 조직 범죄로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에 들려온 반가운 소식. 세계은행이 멸종 위기에 처한 검은코뿔소를 늘리기 위해 힘을 보탰다. 기근 1억 5,000만 달러(약 1,800억 원)를 조달해 검은코뿔소 채권을 발행한 것이다. 이 채권은 검은코뿔소 개체 수 증가 여부에 따라 이자 지급률이 달라진다. 5년 뒤 개체 수가 증가하면 최대 9.2%까지 이자를 지급하고, 개체 수가 늘지 않으면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야생동물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세계 최초 채권인 만큼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라, 이번 채권이 성공하면 사자나 고릴라 등 다른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금융상품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 있다.   

 

검은코뿔소 채권으로 쏘아 올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개체 수 늘리기. 지구생활을 누리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에게 한 줄기 빛이 되어주길 기대해 본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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