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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Apr 25. 2022

내 힘찬 유영을 그저 바라봐줘요!
제주남방큰돌고래

나도 어디서 꿀리지 않아! 1200여 마리 남은 제주해양생태계의 귀염둥이

남방큰돌고래 중 가장 적은 군집  

남방큰돌고래는 인도양과 서태평양의 열대, 아열대 해역에 분포한다. 호주에 약 3천 마리, 일본 규슈에 300여 마리, 국내에서는 제주에 120여 마리가 서식 중이다. 제주남방큰돌고래 개체 수는 세계에서 가장 적은 군집에 속한다. 과거에는 제주 전역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었으나 해안 난개발과 연안 오염, 관광객 증가, 선박 운행 증가 등 여러 요인으로 서식처가 구좌읍, 성산읍, 대정읍 일대로 한정되었고, 그에 따라 개체수가 감소했다. 2008년에 124마리, 2009년에 114마리, 2010년에 104마리로 점차 줄었다가 2017년에 117마리, 2020년에 120여 마리 수준으로 회복됐다.                                 


남방큰돌고래는 분류학적으로 고래목, 이빨고래아목, 참돌고래과에 속한다. 성체는 최대 길이가 2.7m, 최대 체중이 230kg인 중형 돌고래이다. ©핫핑크돌핀스


제주 앞바다에서 돌고래쇼장으로, 다시 제주 앞바다로

2000년대 말, 개체 수 감소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혼획이다. 그물에 걸린 제주남방큰돌고래 일부는 폐사했고, 이중 살아 있는 개체는 생포해 수족관 전시와 공연용으로 불법 거래됐다. 

2011년 7월, 해양경찰청이 제주의 돌고래쇼 공연 업체에 제주남방큰돌고래 11마리를 9천만 원에 팔아 넘긴 어민 8명을 적발하면서 제주남방큰돌고래의 불법 포획은 세상에 알려졌다. 동물보호단체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풀어 달라고 요구했고, 서울시는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하던 제돌이를 야생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돌고래 야생 방류 소송에서 일대 전환점이 된다.  2013년 3월에 최종적으로 몰수 판결이 내려지면서 제돌이를 비롯해 살아남은 제주남방큰돌고래 5마리가 2013년과 2015년에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제주남방큰돌고래 11마리 가운데 6마리는 수족관에서 폐사했다). 2017년에는 서울대공원에서 20년간 쇼에 동원됐던 제주남방큰돌고래 2마리도 제주 앞바다로 돌아갔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등급 가운데 준위협(NT: Near Threatened) 종에 속한다.  ©핫핑크돌핀스


개체 보전에 힘을 쏟아야 할 때 

현재 살아 있는 120여 마리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앞바다에서 힘차게 무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연안정착성 개체군이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제주 해안가에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지만 야생 돌고래를 제주 바다에서 좀 더 가까이 보는 선박 관광 상품이 운영 중이다. 

수족관 돌고래 해방운동을 하고 있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는 제주남방큰돌고래의 개체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선박 관광보다 보전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선박 관광의 접근은 돌고래의 생체 리듬을 교란시키고, 스트레스를 유발해 개체 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법제화되고 있는 제주남방큰돌고래 보전  

제주도민에게 잊혔던 제주남방큰돌고래는 불법포획된 개체들이 야생으로 돌아가면서 사회적 의제로 떠올랐다. 제주해양생태계의 귀염둥이들을 잘 보전하기 위해 강력한 법규가 평화적이고 생태적인 방법으로 강구되고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에 가까이 접근한 관광선박. 해양수산부는 작년 12월 돌고래 관찰 지침을 강화했다. ©핫핑크돌핀스


작년 5월에 제주특별자치도 학술용역심사위원회는 개체 보호와 보호구역 지정을 위해 천연기념물로 등재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작년 12월에는 해양수산부가 제주남방큰돌고래 관찰 지침을 강화했다. 관광선박은 제주남방큰돌고래 무리와 300m 이내로 접근할 경우 속력을 줄여야 하고, 50m 이상 떨어져 운항해야 하며, 3척 이상의 선박이 동시에 돌고래 무리를 둘러싸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수산업법에 따른 농림수산식품부 고시에 의해 포획이 금지되어 있다. ©핫핑크돌핀스


올해 2월에는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으로 입법화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제주남방큰돌고래에게도 법인격을 부여해 법적인 권리를 주자는 것이다. 생태법인이라는 용어는 전 세계 어디에서도 법제화되지 않았는데 2년 전, 전희종 전 제주도감사위원이 국내철학학회지에 생태법인 개념을 처음 발표한 이후 후속 논문을 발표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생태법인이 만들어지면 제주남방큰돌고래가 바다에서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돌고래를 대신할 법적 후견인은 인간이 대신 맡게 되는데 이 후견인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한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제주남방돌고래의 보전을 위해 각계각층에서 힘을 보탤 차례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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