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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래닛타임즈 Apr 25. 2022

세계 펭귄의 날에도
펭귄은 안전하지 않다

우리만 덥냐? 펭귄도 덥다! 더운 계절을 보내고 있는 펭귄 이야기 

남극펭귄은 지구온난화로 험난한 남극살이 중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미국 맥머도(McMurdo) 남극관측기지에서 지구온난화와 서식지 파괴로 사라져 가는 펭귄을 보호하기 위해 남극 펭귄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맞춰 이날을 기념일로 정했다.   

         

아델리펭귄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등급 중 준위협(NT: Near Threatened) 종이다.  

       

펭귄은 남극과 호주, 뉴질랜드, 남아메리카, 남아프리카 등 남반구에 사는 동물이다. 여름이 되면 새끼를 낳기 위해 육상 포식자가 없는 남극으로 이동하는 철새로, 남극 생태계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지표종(환경오염 정도나 환경을 구성하는 요소의 변동 상황을 평가하는 데 이용되는 생물)이다.  


2000년부터 줄어들고 있는 남극 얼음은 2020년부터는 몇 달 간격으로 눈에 띄게 크기가 줄고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남극에서 들려오는 기상 소식이 매우 심각하다.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남극 기온이 지난 3월 역대 가장 높은 기온인 영상 8.8°C를 기록했다. 남극의 3월 평균 기온은 -14.2°C, 최고 기온이 -0.2°C로, 영상을 기록한 적은 없다. 펭귄의 생존을 위협하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엎친 데 덮친 격 크릴 경쟁자, 인간

지구온난화는 펭귄의 생존에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해빙이 줄어들면서 주요 먹이인 남극 크릴이 함께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크릴이 주요 먹이인 아델리펭귄, 젠투펭귄, 턱끈펭귄은 생존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40년간 크릴 개체 수는 70%가 감소했고, 아델리펭귄의 경우 개체 수는 80%가 감소했다.     

                

매년 성장하고 있는 전 세계 크릴 오일 시장, 크릴이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지고 있지만 입증된 효능은 없다

남극에는 크릴을 노리는 또 다른 경쟁자가 있다. 바로 남극해에서 크릴 어업을 하는 인간들이다. 전 세계 크릴 어획량은 2015년부터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 규모는 매년 12.9%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만 하더라도 1,000건의 크릴 오일 상품이 등록되어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크릴 오일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식약처가 분류한 단순 식용유 지류에 불과해 입증된 효능이 없다.    


이상기후가 바꾼 서식지 환경

지구온난화는 이상기후를 만들어낸다. 남극에서 전혀 오지 않던 비가 갑자기 내리거나 유래 없이 갑자기 추운 기후였다가 갑자기 따뜻해지는 현상은 펭귄의 주요 서식지에 영향을 미친다. 서식지가 큰 빙산에 가로막혀 남극펭귄이 먹이를 찾기 위해 아주 먼 사냥터를 오가는 상황에 처하기도 하고, 해빙이 녹아 번식지를 잃는 것도 문제다. 황제펭귄의 경우 해빙에 의존해 새끼를 번식하는데 해빙이 너무 적으면 알이 부화할 때 새끼가 바다에 빠져 죽을 수 있다.    

              

황제펭귄 역시 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 등급 중 준위협(Near Threatened) 종이다.


2017년에는 1만 8,000쌍 이상의 아델리펭귄이 살았던 번식지에는 단 두 마리의 새끼 펭귄만이 살아 남았고, 나머지 펭귄들은 굶어 죽었다. 기후변화로 인해 빙하가 감소하자 부모 펭귄들은 평소보다 100km를 더 헤엄쳐 사냥을 다녀와야 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비가 내리지 않아야 할 시기에 내린 비는 방수화되지 않은 털을 가진 새끼 펭귄을 추위와 배고픔에 노출시켰다. 새끼 아델리 펭귄의 집단 폐사는 2013년에도 발생한 적이 있다.   


남극 생태계를 보전하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펭귄은 대부분 20~30년 이상을 사는 장수하는 새다. 하지만 펭귄의 미래는 그다지 밝지 않다. 18종의 펭귄 가운데 60% 이상이 멸종위기이며, 펭귄 개체 수는 굉장히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황제펭귄은 지난 50년 동안 대략 개체군 절반이 감소했고, 아델리펭귄은 지난 30년간 65% 이상 감소했다. 턱끈펭귄의 개체 수는 1971년에 12만 2,550쌍에서 2020년에 5만 2,786쌍으로 7만 쌍이 줄었다.   

                    

황제펭귄, 아델리펭귄과 함께 남극을 대표하는 턱끈펭귄. IUCN이 지정한 관심대상 (LC: Least Concern) 종이다.


과학자들은 남극펭귄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해양보호구역은 남극해양생물자원보존위원회(CCAMLR: 남극 해양 생물 자원의 보존과 합리적인 이용을 위해 1981년 설립된 국제기구)에 가입한 각 회원국들이 합의해 지정한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인간이 해양보호구역에서는 어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구역 내 증식된 생물들이 보호구역 외곽 지역, 물고기를 잡는 지역 쪽으로 계속 퍼져 나가 건강한 남극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 

현재 남극에는 로스 구역만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상황.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가 주도해 아문젠해를 신규해양보호구역으로서 지정하기 위한 평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펭귄 개체 수 보전에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기후행동 

무엇보다 펭귄의 멸종을 막기 위해 가장 시급하고 강력한 행동은 지구온난화를 막는 일이 다. 각국은 작년부터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발표하고 이행하며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1.5°C 낮추는 데 힘을 모으고 있다.                      


지구 온도를 낮추는 행동은 국가나 단체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개인도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실천들이 모인다면 펭귄들에게 더 나은 서식지 환경을 제공하고 펭귄 생태계의 다양성을 잇는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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