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모처럼 대화가 되는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모습이 좋았어
"당신이 백조인 줄 몰랐어."
"백조는 이렇게 우아하게 날갯짓을 하지만 수면 밑으로는 이렇게(날갯짓 흉내를 냈다) 계속해서 발길질을 하잖아."
"내가 백조인 줄 이제 알았어."
시시콜콜한 말들이었지만 주차장에서 나눈 가벼운 대화로 남편에게 인정받는 기분이어서 오늘 남편의 말이 참 좋다. 집 근처에 있는 단골 헤어숍에서 머리를 하고 오는 길이었다. 남편은 컷을 하고 두피클리닉을 받았고, 나는 아이롱드라이를 했다.
오늘은 김윤경 작가님의 개인전에 가는 날이다. 지난주에 개인전을 한다는 문자를 받았다. 기다리고 있었던 문자였다. (7월에 개인전을 한다는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개인전에 가서 작가님과 기념사진도 찍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싶어 헤어숍부터 갔다 왔다.(어제 미리 예약해 놓음)
"안녕하세요."
수줍게 인사를 하면서 들어오는 작고 여린 여자, 그러나 포스가 있었다. 강의를 많이 하지는 않았는 것 같다. 그러나 인위적이지 않는 그 어쭙잖아 보이는 진행이 왠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기안 84의 그림을 영국에서 전시하는 걸 봤어요, 나 혼자 산다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그림들이 만화 같기도 하고, 외국 화가들의 그림도 뭔가 알 수 없는데, 내가 알던 그림과는 달라 보였어요. 좀, 멋져 보이더라고요. 요즘 MZ세대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어떤 감정으로 어떤 생각으로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더라고요. 궁금해졌어요."
나는 수업을 마치고, 오늘 수업이 좋았다는 감사 인사를 드리면서 이 수업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말했었다. 현직 작가가 들려주는 동시대 미술 이야기라면 내가 알고 싶은 그림 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생님은 수수하고 소탈했다. 한국에서 석사 학위를 마치고,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공부를 해서 그런지, 아니면 원래 그런 분이신지 나의 호기심 어린 질문이나 끊임없이 궁금해하는 나의 발동적인 질문에도(수업하는 도중에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겠지만, 수업의 진행을 막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겠지만) 뭔가 자연스럽지 않은 답변일 때도 있었지만 그 답변에는 핵심이 있었다. 나의 질문을 다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그 답변으로 인해 나는 인정받는 느낌이었다.
부산 아트 페어에서 선생님의 그림을 본 이후, 갑자기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에 대해 궁금해졌다. 선생님의 그림은 의자와 테이블, 네모 무지개 스트라이프(미니멀리즘 기법)가 중간에 있고, 바탕은 환한 노란색을 썼서 아주 밝아 보이는 그림이었다. 관장님 설명으로는 작가가 그 스트라이프는 식탁을 비추는 전등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그 설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 눈에는 그 스트라이프는 무지개로 보였다. 무지개의 형태는 아치형이지만 그것은 반듯한 네모지만 성실한 무지개 빛으로 보였다. 그림은 작가의 성실한 태도를 반영하고 있었다.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뜻한 가정의 안정감으로 보여서 나는 그 그림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