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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Aug 15. 2024

<나는 내가 낸 숙제를 잘하고 싶었다>6화

- 나도 뭔가의 성과물을 갖고 가고 싶었다.

브런치스토리 회원이 되었다. 작가의 서랍 속에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러나 심사를 거쳐 쓸 수 있는 자격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 작가가 된다. 높은 문턱 같았다. 넘을 수 있을까? 글을 쓰지 않은 적이 너무 오래되었다. 쓸 수 있을지도 의문스럽다. 긁적거린다고 될까? 혼자 보는 글은 긁적거려도 되는데,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뜨거운 갈증으로 브런치스토리의 문을 열었지만 그건 작은 문이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된 분들의 경험이 잘 나와 있는 글을 읽게 되었다. 브런치스토리 작가가 될 수 있는 조건이 있었고, 어떻게 얼마나 열심히 준비했는지에 대해 잘 나와 있었다. 좀 겁이 났다. 그런데 꼭 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 나를 위해서, 앞으로 살아가야 할 나날을 위해서 나는 꼭 하고 싶었다. 


몇 주 후면 도슨트 양성 과정이 끝난다. 그 시점을 기준으로 준비를 하자. 나는 지금 내 모습은 모든 게 서투르다. 차근히 준비해야겠다. 일찍이 소설 등단한 내가 첫 심사에서 떨어지면 크게 낙심할 것 같았다. 물론 또다시 준비해서 접수를 하겠지만 왠지 나 자신이 불안했다. 잘 준비하자. 그날부터 나는 내가 무엇을 적어야 할까? 나는 어떤 방식으로 적어야 할까? 다른 작가들의 글은 읽고 싶지 않았다. 그냥 그랬다. 내가 잘 쓰지 못할 것 같았다. 지금은 내가 쓰고 싶은 대로 쓰자. 무엇을 쓰던 내 방식대로 한번 써 보자. 


♥ 목적 내가 나로 살기

♥ 목표 – 내가 나를 책임질 수 있기

♥ 방법 – 창조적인 삶을 살기 

▶ 자기소개 – 23년 국어논술강사, 4년 주간보호센터 운영현재는 내가 나를 알고 싶다'로 나에게 기회를 많이 주려고 하고 있습니다

▶ 키워드 – 나다운 것취향글쓰기성장통번아웃내적 성숙스토리크리에이터, 5060, 인생라이프마이라이프자기계발 크리에이터   

 

내 출간 책 책 제목은 <나는나로서 살기로 했다>

치유의 과정 (2023년 10~2024년 2월 이야기) : 탈출기휴식기

성장의 과정 (2024년 3월~2024년 4월) : 회복기자신감  

성숙의 과정 (2024년 5) : 도슨트 양성 과정 시작

변화의 과정 (2024년 6) : 미술, 음악, 춤, 문학으로 

도전의 과정 (2024년 6) : 브런치스토리 준비 시작

새 삶새 인생의 설렘 과정 (2024년 7~) :  브런치스토리 작가로 


이렇게 적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회차 제목도 적어보고, 아, 이건 너무 민낯이다. 글을 쓰다 보니 거친 면들이 조금씩 다듬어지는 듯했다. 조금 읽을만했다. 나의 글을 읽는 이가 예뻐 보여 주운 조약돌을 손에 쥐니 그 날카로운 모서리 끝 때문에 생채기가 나면 안 될 것 같았다. 조금씩 뭔가가 되어 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글로는 접수할 수가 없었다. 글이 더 모여야 되고, 누군가 읽었을 때(심사할 때) 되어 보여야 된다. 망설이면서 조금 여유를 부렸다. 도슨트 양성 과정 수료하는 날 1주일 전후쯤, 기간을 정했다. 심사 기간이 일주일은 되는 것 같았다.(주말 빼고 5일) 아니면 수료 후에 하자. 7월 안에는 하면 되니깐. 이렇게 나는 미루었다. 한 번에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김윤경 작가가 개인전 문자를 보내왔다. 남편과 의논하여 일정을 잡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김윤경 작가의 현대미술사 수업은 봄학기만 수강했었다. 지금은 하지 않아서 본 지가 좀 됐다. 그런데 나는 그냥 가고 싶지가 않았다. 그녀는 개인전을 하기 위해서 얼마나 피땀 흘려 준비했을까? 그 생각을 하니, 나도 뭔가를 갖고 가고 싶었다. 나는 내가 낸 내 숙제를 해야 했다. 그동안 왠지 자신이 없어서 미루고 미루었던 글을 접수하기로 마음먹었다. 글들을 읽어보니 마땅한 게 없었다. 일단은 두 편만 골랐다. 읽고 다시 읽고 다듬었다. 그리고 접수했다. 접수하자마자 나는 글을 계속해서 썼다. 


접수한 날은 토요일 오후였었다. 접수하고도 불안했다. 나의 글이 합격될까? 일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오후 늦게까지 썼었다. 그리고 다음날도 새벽부터 오후 늦게까지 계속해서 썼다. 브런치 스토리 심사하는 분이 내 글을 읽어줄 것 같았다. 보낸 3편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눈이 충혈되었다. 시리고 아팠다. 소주 한 병 마신 것처럼(술은 먹지 못한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온몸에 기가 다 빨려 나간 것처럼 힘이 들었다. 사람이 멍해졌다. 의자에 앉아서 계속해서 글을 쓰니 당연히 손목은 아플 것이지만 일어나니 두 무릎이 아프다. 산꼭대기에 갔다 온 것처럼 아팠다. 너무 오랜만에 몰두해서 글을 썼다. 젊었을 때는 학생들 가르치고, 대학원 리포트 숙제도 하고, 읽어야 될 책도 읽고, 수업 준비도 하면서 꼬박 3~4일 정도는 잠도 안 자고 글을 써도 지금처럼 아프지는 않았는데 나이가 드니 열정만으로는 안 되는구나 싶었다. 


목요일이나 금요일쯤 불합격 메일이 오면?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눌러야지. 그러면서도 화요일 새벽에도 또 일어나서 글을 썼다. 잠시 쉬려고 내 블로그를 열어 보려는 도중, 받은 메일함에 브런치스토리에서 온 메일이 있었다. 어제 월요일 오후에 온 메일이었다. 합격이었다. 목욕탕에 간 남편에게 문자를 보냈다. 남편은 내가 그동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몰랐다. 그냥 집에서 책 읽고 공부하고 문화센터 다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줄 알았다. 

먼저 문자로 "축하해요" 그리고 집에 온 남편은 "대단하다" 그 한 마디로 나를 인정해 주었다. 


그날 남편과 의논하여 개인전에 갈 날짜를 정했다. 그녀에게 연락을 했다. 그녀를 만난 날, 

"선생님, 저 브런치스토리에서 글 써요."

"와! 진짜요! 대단하다!"

"선생님 개인전에 올 때 저도 뭔가 성과물을 갖고 오고 싶었어요. 담임 선생님한테 숙제한 것 갖고 오는 것처럼요."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빨리 접수할 수 있었던 계기가 선생님이에요. 선생님이 제 동력이 되었어요."


김윤경 작가는 기뻐해주었다. 그녀의 언니가 전시장을 찾아왔다. 그녀는 성악가였다. 그녀의 언니에게 나를 작가로 소개해주었다. 그녀의 언니는 내가 다니는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가곡을 가르친다고 한다. 김윤경 작가는 여전히 현대미술 수업을 하고 있다. 내 1년 계획 안에는 다음 가을 학기부터 가곡을 배운다고 적혀 있다. 그런데 그 가곡교실의 선생님이 바로 작가의 언니가 아닌가. 이런 우연이 있나! 


나와 나의 미술 선생님이었던 김윤경 작가, 나의 가곡 선생님이 될 성악가 선생님, 이렇게 세 사람은 4시간 동안 미술과 음악을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는 그날 앙리 마티스, 데이비드 호크니, 칼 라르손, 뭉크, 베르나르 뷔페, 헤르만 헤세의 이야기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파인레스토랑의 미슐랭 음식을 먹듯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순영 소프라노의 '첫사랑', 그녀의 남편인 김효민 작사 작곡자, 피아니스트인 임윤찬과 조성진, 임윤찬의 리스트 '사랑의 꿈', 바흐의 '시칠리아노', 조성진의 베토벤 '비창', '월광' 등 예술적인 대화로 흠뻑 젖었다. 


서로 결이 맞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시간을 멈추게 했다. 어느새 6시 30분이 훌쩍 지났다. 6시가 퇴근인데, 하면서 약속도 잊고 이야기를 했다는 작가님의 언니인 곧 나의 가곡 선생님이 될 선생님은  

"첫사랑, 잘 부를 수 있도록 제가 코칭 잘해드릴게요." 


내가 나로서 살기 위해 나는 아주 작은 문 하나를 겨우 열었는데, 그 마음 하나로 시작한 나는, 

"당신이 이제 당신과 맞는 사람들을 찾은 것 같아. 당신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것 처음 봐. 너무 보기가 좋더라." 

남편의 호응까지 받았다. 나는 말했었다. 어딘가에는 분명히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그 사람들을 찾으러 떠날 거라고 말했었다. 대한민국에 없으면 외국에 나가서라도 나와 같은 사람을 찾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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