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읽고 싶은 책들을 폰 메모지에 적어 두었다가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받아 읽고 있다. 2주일 기간인데, 책을 5권 정도 대출 가능하다. 내 카드, 남편 카드 하면 10권이 가능하니, 이 책을 다 읽어보겠다는 읽고 싶은 욕심이 더 앞서서 가능한 많이 대출을 했었다. 그렇게 하니 마음이 바빠져서 읽지 못하고 잠시 자리만 차지하다가 가는 책들도 생겼다. 다 읽지 못하고 넘어가는 책들도 생겼었다. 그렇게 읽으니 책 읽는 재미가 없어졌었다. 그리고 학생들의 글짓기와 논술, 국어 수업, 언어 수업을 할 때는 읽어야 할 자료, 책들이 넘쳐서 내가 진짜로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었다. 어느 날부터는 활자 알레르기까지 생기기 시작했었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가물가물한 세월이 흘러서 나는 도서관을 다시 방문하게 되었다. 그날은 얼마나 설레던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처럼 나는 상기되었다.
"책님"을 만나러 가는 날, 나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그냥 "책님"을 만나러 갔었다. 설레는 마음만 고이 간직한 채, 그런 나의 수줍은 마음은 아무도 모르리라.
그때 처음으로 내 눈에 띈 게 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였다. 3층 자료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띈 "어서 오세요" 그 말에 나를 반겨주는구나 ^^ 반가운 마음이 나도 들었다. "휴남동 서점입니다" 어, 서점이라고, 나는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했었는데, 휴남동? 동네 이름까지 왠지 친숙한 느낌이네, 황보름 작가? 보름, 보름, 보름달, 어감이 좋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황보름 작가의 책,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명상집, 헤르만 헤세의 나무 예찬론 <복숭아나무>, 그렇게 다시 책 읽기를 즐기게 되었다. 2주에 1권, 2주에 1~3권 정도 대출받으니, 깊게 읽게 되고 찬찬히 음미하면서 읽게 되고 문장을, 단어를 곱씹으면서 읽게 되니, 정말 마음의 양식이 되는 듯했다.
깊게 느긋하게 읽는 책 읽기, 고요한 마음의 바다를 만들어 주니, 참 즐겁다, 책 읽기가.
도슨트 수료, 영상 수업, 하던 공부들, 글쓰기에 몰두한 3주, 그런 작업들을 마치고 나니 여유가 생겨진다. 얼굴이 평안해 보인다. 책이 너무 읽고 싶다.
도서관은 조용했다. 나지막하고 정적인 분위기, 나를 안정시키는 분위기다. 자동대출기 옆에 추천도서가 즐비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눈으로 한번 쭉 훑어보니 하늘색 표지에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이라는 어느 물리학자의 낚시, 생명, 우주에 관한 명상록이라고 적혀 있다. 물리학자는 어떤 명상을 했을까? 호기심이 발동했다. 그리고 책 표지가 연한 하늘빛에 챕터가 넘어가는 장마다 앞면에는 차콜 색상과 뒷면에는 연한 그레이색상의 종이로 갈림의 표시가 잘 되어 있고, 책 제목이 주는 <뜻밖의 것의 단순한 아름다움> : 단순한 아름다움에, 마음이 끌렸다. 연한 하늘색과 차콜 색상, 그레이 색상이 밝으면서도 안정감을 준다. 잘 만든 책이다.
영어 표기도 글씨체가 눈에 잘 들어온다 "The Simple Beauty of the UnexPected" 책 표지에 한글 제목과 그 아래에 영어 제목, 내 눈에 다 들어왔다. 그리고 흰 종이에 검은 활자만 보이고 글자의 크기도 내가 좋아하는 적당한 읽기 편한 크기다. 나는 이 한 권의 책만 대출을 했다. 2주 동안 아끼면서 어디서나 들고 다니면서 읽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나에게 온 이 책은 나를 감동시켰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흐르는 물은 매번 다른 물이기에 (헤라클레이토스, 단편)
헤라클레이토스는 기원전 5백 년 경 그리스 에페소스에 살았던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의 그리스 철학자다. 그의 이 말은 "누구도 똑같은 강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는데, 왜냐하면 강도 사람도 다음번에는 이전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것도 가만히 머무르지 않는다."
이 말이 내 가슴을 벅차게 했다. 똑같은 강물이 없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몇 번 읽어보고 되새겨 보았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흐르는 물은 다른 물이다. 그 말이 참 좋다. 달라야 한다. 변해야 한다. 변화해야 성장하는 거다. 변화해야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거다. 나는 변화되었고, 변화를 또 하고 있다. "변화" 멋지다. 나는 글쓰기를 하면서 내가 내 분노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게 제일 좋다. 나의 분노를 조절할 수 있다. 나를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것은 나에게 큰 변화다. 지난 몇 년의 고통, 아픔, 분노를 생각하면, 롤러코스터 같았던 나의 감정을 내가 지배할 수 있게 된 변화, 이 책을 잘 빌렸다는 생각이 다시 든다.
작가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태어났는데 어린 시절 경험과 학교생활, 성장에 관한 이야기, 가족들의 이야기 그리고 브라질의 문화, 물리학자로서의 이론, 과학세미나, 여행 등과 잘 어울려져서 낚시, 송어, 생명, 우주에 관한 명상을 적은 책이다.
마쿰바는 브라질에 널리 퍼진 혼합종교인데 그가 어릴 때 요리사였던 마리아 아주머니는 그 종교를 믿는 고위 여사제였다. 마쿰바 의식에서는 술을 많이 마시고 성가를 많이 부른다. 이런 의식을 통해 접신자들은 망자의 영혼을 영접할 수 있는 황홀 상태에 빠져든다. 이때 딴 세상 사람 같은 목소리를 내는데 마치 술 취한 요다가 내는 소리 같다고 한다. 요다? 잘 모르겠다. 이 말은? 어쨌든 그 아주머니도 그런 접신자였다고 한다.
나는 파묘의 유명한 장면이 생각났다. 여배우 김고은의 연기를 보고 왜 파묘, 파묘, 왜 김고은, 김고은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연기는 한 마디로 대단했다. 찬사를 받을 만했다. 유명한 연기파 배우 하정우 님도 김고은 님을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요즘 가장 눈이 가는 배우라고 했다. 연기도 잘하고, 분위기도 좋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녀가 아버지의 술저장고에 있던 위스키를 몰래 다 마셔버리고, 그 병에 차를 넣어두고 눈속임수를 써서 아버지의 중요한 파티를 망친 이유로 아버지가 쫓아내었다. 그녀는 나가면서 저주를 퍼붓었다. 한 달 후에 열일곱 살인 저자의 눈앞에서 벽장과 이동식 탁자가 갑자기 깨져서 그 안에 있던 수많은 고급크리스털이 다 깨진 사건이 있었다. 저자는 이 경험을 이 세계에 있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간담 서린 에피소드이다. 낯선 브라질 문화는 나의 호기심을 증폭시켰다. 재미있는 책이다.
며칠 전에 빌린 책이어서 지금은 책의 여기저기를 아이쇼핑하듯이 읽고 있는 중이다. 저자와 저자의 생각, 명상을 처음 접했기 때문에 나는 이런 책은 맛보기 하듯이 한 번 쭉 훑어본 뒤에 목차를 머릿속에 구조화하듯 넣고 천천히 즐기면서 읽는다.
오늘 아침, 나는 욕조에 가득히 따뜻한 물로 채우고 내 묵직한 몸을 넣었다. 양쪽 팔과 손목이 저리고 찌릿찌릿 아파서 수영하듯이 팔을 휘저어 보았다. 그 순간 일어나는 물결, 물의 흐름이 아주 고와 보였다. 그래서 또다시 물결, 물의 흐름이 보고 싶어서 팔을 휘저었다. 일어난 물결, 일어나고 있는 물결, 물의 흐름을 보고 있으니 그 문장이 다시 생각났다.
똑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는 없다.
흐르는 물은 매번 다른 물이기에
한 번도 욕조에 잠긴 물로 명상해보지 않았던 물결, 물의 흐름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 명상을 갖게 한 이 책이 오늘은 보물처럼 느껴진다. 이 책을 읽을 동안 내 마음의 바다에는 어떤 사색과 명상이 채워지고 나를 또 변화시킬까? 흘러간다, 이 말이 자꾸만 좋다. 읊조려본다. 흘러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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