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읽은 출간작가님의 글 중에서
쓰고 싶은 글은 일기장에 쓰고,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세요.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었다. 나는 지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있는데, 출간작가님은 독자가 읽고 싶어 하는 글을 쓰신다고 했다. 내가 쓰는 글은 뾰족뾰족하다. 내 성격을 그대로 닮은 듯하다. 일은 실수하지 않고 똑 부러지게 잘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크다. 그래야 돈을 잘 벌 수 있으니까. 또 자신의 생각, 주관, 의견이 딱 부러져 보이는 문장이다. 그런 주관 때문에 잘 살아난 것 같기도 하다.
잠을 쉬 자지 못했었고, 자면서도 생각이 많았고, 놓칠세라 폰을 더듬어 메모지에 적기도 하고 그랬었다. 뭘 적었는지, 아직은 메모지를 읽지는 않았다. 좀 아껴두었다가 고요한 밤에 읽고 싶다.
나는 따뜻한 이야기가 좋다. 마음이 편해지고 좋다. 마음이 아픔으로 가득 찼을 때 즐겨 본 영화가 일본판 <리틀 포레스트>였었다.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 풍광, 그 속에서 살아가는 소녀의 삶, 요리하는 장면들, 한국의 시골과 비슷하였고, 정감이 있었다. 녹색이 가득한 자연 풍경을 보는 것만 해도 많은 위로가 되었고 따뜻한 감성이 나를 감싸주어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영화다. 그런 이야기가 있는 소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여름의 향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내가 왜 이런 기억들이 갑자기 났을까? 궁금했었다.
눈을 감고 있었다. 잠을 청하고 있었다. 몸은 벌써 자고 있는데 정신은 아직 자지 못하고 있었다. 눈앞에 그려지는 이미지, 영상이 펼쳐진다. 어린 시절 살았던 우리 집, 양옥집이다. 뙤약볕이 비치는 여름날 오후에 큰 물동이에 물이 가득 담겨 있다. 나는 8살, 내 두 살 터울 여동생, 내 다섯 살 터울 남동생, 세 명이 다 발가벗고 뛰어다닌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왔다 마당을 뛰어다니며 깔깔깔 거리던 내 유년 시절, 그 유년 시절과 겹쳐서 떠오르는 나의 자녀들의 물놀이. 하천에서 튜브를 하고 수영을 하는 여름날의 풍경들, 그 풍경들이 그 이미지들이 영상처럼 떠올라진 이유를 잘 모르겠다.
지금은 그 기억들의 잔상이 왜 떠올려졌는지 알겠다. 며칠 전에 <별> 가곡을 들으면서 그리움을 생각하게 되었는데, 한 번씩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게 있으면 좋은 걸까? 그런 자문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아무런 갈등을 못 느꼈었던 그 동심의 세계로 귀향하고 싶은 듯하다. 어린 날 아픔이나 상처, 괴로움 등 세상살이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던 그 시절이 그리웠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 그때의 행복했었던 시절이 많이도 그리웠는 것 같다. 무의식이었는 것 같다.
마음속에서 갈구하고 그리워하는 성향은 따뜻함인 것 같다. 주제는 행복과 성공이었지만 자연적인 것, 목가적인 풍경이 배경으로 나오는 영화들을 인상 깊게 봤었다. 특히 재미있었던 시리즈는 미국 드라마 <스위트 매그놀리아> <어느 날 월터 형제들과 살게 됐다>인데 가족드라마이다. 그리고 <에밀리, 파리에 가다>는 멋지게 살고 싶은 꿈같은 삶이어서 동경하는 마음으로 보았다. 줄리아 로버츠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자신의 삶을 재개조하기로 하고 세계여행을 떠나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쓰고자 하는 이야기들과 비슷하다.
<스위트 매그놀리아>는 어떻게 보면 세 여자의 우정과 삶, 인생이야기인데 황보름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와 비슷하고 <어느 날 월터 형제들과 살게 됐다>는 <빨간 머리 앤> 이야기 같기도 하고 만화 영화 <캔디> 같기도 하다.
<캔디>는 "괴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로 시작되는 노래가 있다. 나와 같은 동년배들에게는 잘 알려진 그 당시에 인기가 많았던 순정만화이다.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대략 그려진다.
오늘 나는 어젯밤 읽은 브런치 출간작가님의 글 덕분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