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보름 작가의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그 소설을 읽을 때의 나를 찾아가 본다. 책을 좋아한 사람이 4년 동안 책을 읽지 않다가 책을 읽게 되었을 때, 그 첫 떨림, 책장을 넘길 때 그 설렘, 살짝 손끝이 바르르 떨리기까지 했었다. 첫사랑과 똑같았다.
가독성, 책이 쉽게 읽혀져서 살짝 흥분하기까지 했었다. 그 또한 행복했었다. 달콤한 초콜릿을 아껴가면서 먹듯이 그렇게 읽었다. 그리고 소설의 위치를 깨닫는 시점이기도 했었다. 소설이 있어야 할 위치, 사람들의 이야기, 삶과 인생이 녹아있는 이야기, 그게 소설이다라는 것, 소설이야말로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인문학적인 면에서 소설의 위치가 높다는 것, 나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책의 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나는 보물을 발견한 듯 희열을 느꼈다. 고고학자가 오랫동안 찾고 있었던 유적지를 발견한 것처럼.
시가 가진 함축성은 시의 묘미를 아는 사람이거나 인생의 맛을 아는 사람이 읽어야 쉽게 이해가 된다. 직설적인 시보다는 간접적인 시가 더 많다. 나의 개인적인 견해인데, 나는 젊었을 때보다 나이가 좀 든 지금이 시를 더 좋아하게 되었고, 시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시 한 편을 읽고, 명상에 잠기는 것이 평화로울 때가 있다.)
그에 비해 소설은 시보다는 쉽다고 본다. 물론 철학적이고 사색적인 소설이 있지만 구조적으로 난해한 요소가 시보다는 덜 하다. 판타지 소설도 있고 웹툰 소설도 있지만 나는 개연성이 더 확실한 일상적인 삶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와닿는다.
어제 동아일보 신문을 보니 교보문고에서 상반기(1월~6월) 기준으로 소설부문 상위 30권 중 출간된 지 10년이 넘은 책은 11권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 소설 1위는 1998년 출간된 양귀자의 <모순>이라고 한다. 역주행 현상과 맞물려 절판된 도서도 재출간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나는 이 기사를 읽으면서 좀 반가웠었다. 잊혀졌거나 지나간 소설들을 새로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구나,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읽을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때 그 소설들을 쓴 작가들의 세계관은? 문체는? 궁금해졌다. 요즘 MZ세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자어를 풀어서 쓰고 문체는 다듬어져서 출간된다고 한다. 요즘에는 책, 드라마, 영화 등에서도 제목이 좀 긴 편인데, 깔끔하게 <모순>이라고 명칭 된 이 제목이 상당히 신선하게 느껴졌다.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