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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Jul 09. 2024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2>

- 취향이 생겼다. 건강해지니 행복한 일상을 보낸다.

겨울이 지나갔다.

2024년 3월 4일 월요일 오후에 기차표예매를 해두었다.

3월 5일 화요일 나는 라인댄스 수업을 받으러 문화센터에 갔다평일인데 백화점은 사람들로 북적댔다

나는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배우고 싶지 않았다그동안은 대부분 남편과 동행했었다.(나는 운전을 할 줄 모른다) 이제 나는 독립적이 되고 싶었다혼자서 다른 도시를 다니고 싶었다혼자서 생활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었다     


혼자 기차역에 가니 타는 곳나오는 곳을 확인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잘 확인했다안내가 쓰인 곳을 눈여겨보았다사람들이 어떻게 걷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눈여겨보았다왠지 그런 게 신이 났다내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언젠가는 나 혼자서 서울이든 부산이든 국내여행을 하고 싶다외국여행도 나 혼자서 가고 싶다그래서 나는 나를 훈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혼자서 다니니 좋았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목적성도 있어서 나는 행복했다나 혼자서 잘할 수 있는 게 늘고 있었     


오후 3시 30분부터 4시 30분까지 라인댄스 수업시간이다

문화센터 로비에 있는 소파에 앉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수다를 떠는 다른 수강생들도 보였다. 

3시 20분쯤 수강실에 들어갔다. 30분이 다 되니 사람들이 찼다열네 명쯤이 되었다선생님은 나이가 좀 들어 보였다. 화장기가 없는 수수한 분이셨다인상이 선했다목소리도 조용했다. 댄스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면 화려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옆집 언니 같았다. 내 마음에 들었다. 편안한 분위기에 긴장이 좀 풀렸다. 수강생들은 나와 비슷한 또래도 있는 것 같고대부분 좀 나이가 있어 보였다

음악은 팝송이었다첫 곡이 스타 이즈 본의 OST “Always  Remember Us This Way"였다. 라인댄스는 왼쪽 발부터 스텝이 시작되었다. 요즘 집에서 듣고 있는 곡이어서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한 동작씩 따라 해 보니 막춤과는 달랐다. 짜인 안무대로 박자에 맞추어서 하는 게 어려웠다. 머리 따로 몸 따로 손도 발도 제각각 내 마음대로 되지는 않았다. 어설펐다. 그래도 즐거웠다. 1시간 어설픈 댄스를 하고 나니 송골송골 땀도 맺히고 숨도 가빠졌다. 

춤추는 그 시간 동안에는 그 시간과 그 공간 속에 동화되어 나는 어느새 잊어지고 새로운 내가 되어갔다. 춤을 추고 나면 얼굴에 생기가 돌아 표정이 환해졌다. 


신기하게도 발목과 무릎이 건강해졌다. 15여 년 전에 왼쪽 발목 인대를 가볍게 다쳤는데 한의원에 다니며 침을 맞았지만 많은 수업을 놓지 않고 무리를 해서 무릎인대까지 통증이 심해졌다. 정형외과에서 무릎슬개골염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통증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기까지 완쾌되는데 몇 년이 걸렸다. 그 이후 좀 무리를 하면 발목 인대, 무릎, 손목 인대까지 고생을 했었다. 


얼마 하지 못할 줄 알았다. 처음 1주일, 2주일은 몸살이 나서 식욕이 없어질 정도로 몹시 힘들었다. 그래도 그 시간이 좋아서 참고 다녔다. 남편의 응원도 한몫을 했다.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러니 참고해보라고 했다.  몇 달이 지나고,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나는 여전히 라인댄스를 즐기고 있다. 그리고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했던 라틴댄스까지 배우고 있다. 자이브를 배웠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삼바를 배우게 된다. 


버티고 이긴 시간들이 고맙다. 기특하다. 

나는 나대로 잘 산다. 나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나는 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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