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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Dec 06. 2024

연약함과 두려움 앞에서 겸허해질 때

12월이다. 

12월이 되었다.

벌써 12월을 마주하게 되다니,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면서 다가올 시간 앞에 설렘과 희망보다는 나의 연약함과 막연함에 대한 두려움 앞에서 나는 고개가 숙여진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그리고 3월부터 시작된 나만의 여정들, 그 여정들 속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들, 그 모든 시간들 앞에서 옹졸했었던 부끄러움과 창피함 그리고 무지했었던 어리석음들 또한 내 모습이 초라하다고 여겨질 때 한없는 인간의 연약함, 두려움들 앞에서 나는 겸허해졌다. 


나는 그동안 나의 자서전과 같은 일상의 글들을 썼었다. 마음속에서 잠겨 있었던 것들을 뱉어냄으로써 그리고 답답했었던 것들을 적음으로써 위로와 격려를 받았고 용기를 얻은 시간들이 많았다. 한 발자국씩 걸어온 길이 그다지 대단해 보이지 않을 때 어떤 물량적인 결과물들을 손에 쥐지 못했을 때 그런 것들을 깨달았을 때 오는 두려움이 나를 겸허하게 만들었다. 


겸허함이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는 -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비우는 태도가 있다.

그런 뜻이다.


베트남 다낭과 호이안 여행을 다녀온 23일 토요일 오전 7시에 공항에 도착하고 난 뒤부터 1주일간은 영어의 terrible(끔찍한, 소름 끼치는, 기분이나 몸이 안 좋은)과 같은 일들이 생겼다. 아니 있었다. 영어의 Be(있다. 상황이 있다)에 가까운, 내가 느끼기에 그런 일들이 생겼다. 그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2주간은 몸살이와 마음살이를 했다. 

다 떨쳐냈다고 생각되었던 감정들이 다시 용솟음치면서 그리고 잠재우면서, 가라앉히면서, 삭히면서, 분해되면서 나는 나의 나약함에 대해서 겸손해졌다. 


겸손하다는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는 - 남을 존중하고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태도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겸손함보다는 겸허하다가 더 맞다. 내가 쓴 겸손함에 대한 부분은 틀렸다. 그게 더 적확하다.


나는 아직 겸손에는 이르지 못하고, 겸허함에 더 가깝다. 겸손은 발현되어지고 있는 듯하다. 


발현되다는 무엇인가.

네이버 사전에는 - 속에 있는 것이 밖으로 나타나다. 속에 있는 것이 어떤 모습이나 결과로 나타나다. 


그렇다면 겸손을 써도? 아니 나는 아직 멀었다. 

나의 교만함이 나를 살려는 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길을 잘 걸으려면 교만보다는 겸손이 더 필요하다. 

(교만하다 : 네이버 사전에는 - 잘난 체하며 뽐내고 건방지다.)



*겸손함과 겸허함* 앞에서 내가 초라함을 느꼈을 때 미래에 대한 옹졸함으로 인해 나는 무기력해졌다. 무기력한 2주를 보내면서 그래도 또 계속해서 걷다 보면 눈앞에 보여지고 내 손에 쥐어지는 그런 날이 오지 않겠나? 그런 희망을 또 가져보게 되었다. 그런 희망이 내 안에서 생기자 나는 브런치에 들어올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지금까지 나의 좌충우돌 같은 감정들을 여과 없이 보여진 글들을 썼었기 때문에 한 해의 마지막 달 12월까지는 나의 부끄러움을 보이기가 싫었다. 


단지 그 이유가 가장 컸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불을 너에게>라는 연재 브런치는 20화로 기획하였고, 20화로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그렇게 하였는데, 왜 다음 주에 글이 연재되는 것처럼 자동으로 자꾸 뜨는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끝난 것으로 나올까?


앞으로의 글들은 행복했었던 순간들, 기뻤던 순간들을 기록하려고 한다. 작년부터 반나절 여행, 하루 여행, 며칠의 여행들을 갔었다. 그 여행은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들이 많았다. 그 행복했었던 좋았던 감정들을 층층이 포개어서 일상의 진실한 행복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살려고 한다. 글은 금요일에 써 보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충만해질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잘 선택해서 그 글을 작가답게 써보려고 한다. 



그동안 읽기도 쓰기도 미루었습니다. 남은 12월은 읽기도 쓰기도 - 그동안 숙제처럼 던져두었던 나만의 부담감들, 얹힌 것처럼 신경 쓰였던 나만의 부담감들을 좀 떨쳐내고 싱그럽게 1월을 맞이하겠습니다.


나를 지켜보고 계시는 작가님들에게 죄송함과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가님들 덕분으로 제가 여기까지 있게 되었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는 힘이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 오늘 아침에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찬양을 듣게 되었다. 아헤브 작가님에게 감사하다. 하나님 앞에 설 수 있게, 하나님이 나를 잊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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