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일까(5화)

- 플러팅의 시대, 플러팅에도 감정의 윤리가 필요할까.

by 김현정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단순히 한 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 "여자친구한테 뭐 하나 가르쳐주면 얼굴 빨개지듯이 빨개졌다." "플러팅, 했어요?", "나는 남자가 아니야, 나는 남자로 안 보여?"

그 남자가 특이해 보였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수강생에게 하는 말들이 수상하기도 했다. 특이함, 아니, 기이함, 더 맞겠다. 그것에 홀리듯, 그녀는 호기심의 시선으로 그를 보게 되었다. 탐색하고 분석하듯이, 문장을 쪼개고 쪼개어서 분석하듯이, 그의 말과 행동을 쪼개어서, 그를 관찰하고 지켜보았다. 그것이 오늘날 그녀를 아주 슬프게 하고 있다. 그에게 물어보았다면 진실을 더 쉽게 마주 보았을 텐데. 그에게 물어보았다면 그는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까? 그가 왜 그녀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를. 왜? 그녀는 그때 진실을 알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건 그가 장난을 친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진심은 아니겠지? 남자의 무용담? 비슷한 것이 아닐까?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수강료 낸 것만큼 까지만 하고, 다음 달부터는 안 하면 된다. 마음의 빗장을 꼭 채우고 흔들리지 말아야겠다.


그런데 오늘날에 이르러서, 그의 진실 앞에, 한 남자의 다정한 마음에 무심하지 않았나? 슬픈 마음이 그렁해진다.


금요일 저녁 시간에 가지 않는 것은 혹시나 그와 우연히 맞대면하면 – 나를 집착녀로 오해할까 봐서요. 애착으로 오해할까 봐서요. 또 대면 자체가 무서워서요.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보고 싶어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나의 무심함에 대해서 그리고 사과를 하고 싶은 거예요. 그의 플러팅을 좀, 장난으로 무심함으로, 아는 데 모른 척으로.

지금에 와서 그의 플러팅이 가볍게, 그저 그런 유희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그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관성이 있었습니다. 나를 따뜻한 시선으로 본 것, 존중한 것, 그때는 몰랐습니다.


오늘 새 영어 선생님이 준비한 팝송입니다. Charlie Puth의 DANGEROUSLY입니다.

이건 아플 거야. 근데 내 잘못이야. (This is gonna hurt, but I blame myself first)

내가 진실을 무시했거든. ('Cause I ignored the truth.)



너무 힘듭니다. 맞습니다.

나는 ○○○ 선생님, 진실을 아예 들을 생각도 안 했습니다. 그때 그 화요일 1시간 30분의 만남. 그 미술 수업 보강에서 그가 보여준 그의 말과 행동들, 진심을, 나는 무시했습니다.

나야말로 그를 내 문학의 뮤즈, 캐릭터화로 나의 문학적 재료로만 보았습니다.

그 사람과의 좋은 관계성을 모색하고, 대화를 이어가기보다는 내 영어적 성취감, 내 문학에 대한 열정 – 그라는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주려고 했는데, 나는 그냥 처음부터 그의 자극에 대해서 호기심 반응으로 시작한 겁니다. 호기심이 궁금증을 증폭시켰습니다. 그의 플러팅은 흥미로웠습니다.


그와의 수업 종료 카톡을 보내고 다시는 보지 않을 인연으로 마무리되고 난 후, 이런 결과에서 드디어 마주하게 된 진실 그리고 그 너머의 상처와 아픔, 오해와 미안함. "그를 존중으로 보내지 못했다"는 자책.


내가 진실을 보지 못했다. 마지막에 그 사람을 너무 아프게 보냈다.

내 감정에만 너무 몰입했었다. 여전히 자책이 많이 듭니다.


내가 아프지 않고 무심하면 – 그를 좋아하지 않았는 것이고,

이렇게 마음이 아픈 건 – 그를 좋아하면서도, 내가, 내 마음을 몰랐다는 겁니다.






그 마음이 무엇이었을까?

수업하는 내내 궁금했었던 마음들, 그것은 한 마디로 친밀감이라고 개념을 지었다. 친하게 되었다. 핑퐁 하듯이 대화를 하면서, 대화의 결이 맞아서, 문학과 예술의 정서적 결이 맞아서 그와 그녀는 친하게 되었다.


영어수업과 미술수업은 그와 그녀에게 지적인 영감과 정서적인 거리감을 줄여 주었다. 그녀의 한 달 사유와 사색의 결과는 서로가 존재적 인식을 하였고, 친밀감의 정서가 생겼다. 즉 '과외'라는 공적인 매체에서 정서적인 거리 "다정한 거리"의 관계라고 그녀는 매듭지었다.


"우리는 다정한 거리의 관계야. '과외'라는 매체에서 만나 이 정도의 거리만 유지하는, 더 다가가기는 어려운 딱, 요정도의 관계의 거리야."

그녀는 마주 보고 앉아 있는 그에게 탁자의 거리만큼을 손으로 가리켰다. 딱 요 정도야,라는 제스처로 그녀의 손가락으로 그 거리만큼을 재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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