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일까(13화)

- 나는 핑퐁 하듯이 남편과 대화를 나눈다. 나는 행복한 여자다.

by 김현정

저녁식사를 마치고 느긋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나는 3인용 카우치 소파에 앉아 있고, 남편은 바로 내 옆의 소파 아래에 앉아 있다. 등은 소파에 기대어, 다리를 쭉 펴고 앉아 있다. 남편은 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도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할 때 하고 다르게 사업을 하면서 생긴 일종의 버릇이다.

문득 나는 궁금해졌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불행했을 때는 언제야?"

남편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내가 언제 질문을 해줄까?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대답을 했다.

"응, 빚을 많이 졌을 때, 그때가 제일 힘들었지."

아마 사업을 시작했을 때 눈둥이처럼 불어난 빛을 말하는 것 같았다. 나는 바로 이어서 또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럼, 가장 행복했을 때는 언제야?"

정말 쏜살같이 대답을 잘했다. 이번에도 예상 밖이었다.

"당신과 결혼했을 때가 제일 행복했어. 당신은? 당신은 언제 가장 불행했고, 가장 행복했어?"

우와~!!! 신기했다. 이 남자가 내 남편이 맞냐? 대답도 빨랐는 게 신기했지만, 내게 질문을 다하다니! 와우!

이게 뭐지? 이런 일이? 내가 원하는 대화, 그 대화가 되고 있다. 주거니 받거니 하는 대화, 그런 대화 말이다.


핑퐁 하듯이 유연하게 흐르는 대화를 우리는 하고 있다.

의지를 갖고 묻지 않아도 되는 대화, 화가 나도 꾹 참아가면서 하는 그런 대화, 답답한 대화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이 나를 설레게 했다. 나를 감동시켰다. 생각하지 못했던 답변이었다. 그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는 것, 그리고 그의 대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는 것, 또 그의 대답이 명답이었다는 것!


칭찬을 잘하는 나는 당연히 바로 칭찬을 해주었다. 의욕을 고취시켜 주어야겠다. 쭉~~~ 잘하게 ^^

"와! 어떻게 대답도 그렇게 빨리 하고, 또 나한테 질문도 다해."

남편은 휴대폰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바로 앉아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게 교육을 시키는데, 나도 이제는 바껴야지. 나는 당신을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을 사랑했어. 그런데 내가 마음속에만 놔두고 표현을 안 하니까, 당신이 내 마음을 몰라줘, 나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마음이 똑같아.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어. 나는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당신을 사랑해. 앞으로는 표현을 많이 하고 살 거야."

우와 ~~~~!!!!!!!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네. 우와!

남편이 달라 보였다.

"언제 당신은 가장 불행했어?"

"나는 당신과 사업할 때가 제일 힘들었어. 내 힘으로 나는 무엇이든지 다 할 수 있었고, 목표를 이루었는데. 당신은 아니었어. 그때 제일 좌절했었지. 내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았지."

남편은 숙연한 표정을 지었다. 내 말의 뜻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럼, 언제 가장 행복했어?"

"큰 애 낳고 기를 때, 그때가 가장 행복했었지. 순수했었지. 큰애 데리고 놀이터에 가서 큰애 노는 것 보고, 아무 걱정이 없었던 때, 그때가 제일 좋았었어."

남편 역시 내 말의 뜻을 알고 있었기에 또 숙연해지는 것 같았다. 뭔가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으로 대화가 되는 듯했다. 남편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꺼내고 있다. 그리고 나의 감정을 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에는 자신의 감정을 꺼내는 것도 또 나의 감정을 듣는 것도 불편해했었다. 가만히 앉아서 눈을 감고 들었다. 왜? 눈을 감고 듣냐? 그러면 다 듣고 있다. 말해라. 아니면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서성대었다. 왜? 서성대냐? 집중 안 하고. 그러면 듣고 있다. 말하면 되지. 그런 그가 달라졌다. 완전히 달라졌다. 내가 요청을 안 해도, 요구를 안 해도, 가르치지 않아도, 그는 먼저 바로 앉아서 나를 바라보면서, 나에게 집중하면서, 내 표정을 살피면서, 내 감정을 살피면서 대답도 하고 질문도 한다. 그리고 이해도 하고 공감도 한다.


이 날이 시작이었다. 이 날부터 그는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갔다.






그녀는 그때를 잠시 회상했다. 남편이 소파에 기대어 지친 모습으로 억센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을 때 그녀는 남편을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결심을 했었다.

'그래, 수업을 종료하는 게 맞다. 그래야지.'


요즘 내가 남편을 많이 힘들게 하고 있다. 내가 그에게 위험한 수위의 말을 했는 것 같다. 그날 이후 뭔가 생각이 많은 눈빛이다. 그런 눈빛, 우울한 눈빛, 어깨가 축 처져서 힘없이 출근하는 모습, 힘들어서 온몸에 에너지가 고갈되듯 솜뭉치처럼 자는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아리다. 사업하는 남자, 몇십 년을 직장 다녔던 남자가 어깨에 무거운 책임을 지고 한 번 살아보겠다고, 한 번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저렇게 애를 먹고 있는데, 내가 남편에게 괜한 걱정까지 하게 만든 건 아닌가? 오랜 세월 동고동락한 남편을 내가 지켜줘야 되는 게 아닌가?




그녀는 남편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쏘아대었다. 남편은 힘이 반쯤은 빠진 멍한 눈빛으로 그렇지만 귀는 쫑긋하게 그녀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다.

"내가 밖에 나가서 남자를 사서 대화를 나누어야 돼. 나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고. 나는 당신과 감정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내가 대화하고 싶은 건 당신이라고."

하늘문이 열렸나? 비가 퍼붓고 있었다. 운전하기가 힘든 그런 칠흑 같은 밤이었다.

그녀와 남편은 S커피숍에 있었다.

"왜? 당신은 나에 대해서 묻지를 않아? 내 감정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를 않아?"


오후에 걷기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이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먹구름을 몰고 왔었다. 금방 굉장한 비가 올 것 같았다. 나는 빠른 속도로 걸어서 근처에 있는 S커피숍으로 피신했었다. 잘한 결정이었다. 커피숍 2층에 앉자마자 비가 후다닥 몰아쳤었다. 나는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퇴근하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던 남편은 나를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내가 산책하고 있어요. 먼저 퇴근하면 식사해요. 그렇게 문자를 남겼었는데, 비 때문에 나는 그를 불렀다.


그날 나는 핑크빛 캡모자를 쓰고 화이트 슬리브리스를 이너로 입고 피부가 살짝 보이는 해진 숏데님을 입었다. 그리고 화이트스트라이프 7부 셔츠를 걸쳤었다. 허리까지 오는 자연스러운 펌이 남아있는, 넘실대는 파도 같은 긴 머리카락은 그냥 늘어뜨렸었다. 캡모자를 쓸 때는 특히 여성다워 보인다. 남편을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나를 보고 남편은 "연예인 같다." 하나도 안 피곤하다는 듯한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바라보면서 쑥스러운 칭찬을 해준다. 예쁘다. 아름답다. 그는 나의 외모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는다. 그러나 나의 감정에 대해서는 무딘 편이었다. 남편의 대답을 억지로라도 듣고 싶어서 몇 번의 질문을 할 때마다 화가 솟구치고, 답답해서 더 화가 나고, 나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아서 점점 그가 싫어지기까지 했었다.





사샤 슬론의 노래를 듣고 있다 : 오만과 편견의 OST "Dancing with your ghost"

피아노 건반 소리가 들리면서 사샤 슬론의 신비로우면서도 애잔한 음색이 나를 감싼다. 매일 밤을 세고 있어. 내 자신에게 말해. 난 괜찮다고. 넌 어떤 것보다도 보기 힘들어. 단 한 번의 기회도 없었지. 작별인사를 할 기회도 말야.

어쩌면 내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하였을까? 꼭, 내 이야기 같다.


"난 주말에 오만과 편견 계속 봤어요."

"나도 그랬는데."

그날, 그 시간, 그 장소, 그 장면이 나를 애잔하게 하기도 하지만, 여자의 인생에서 한 번쯤은 갖고 싶은 영화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반짝거렸던 우리들의 대화,라고 해두자.


브루노 메이저의 노래 2곡 : 6월 내내, 7월까지도 나와 함께 했었다.

- The most beautiful thing : 그 가사에 나오는 "Will it be a pavement or a sidewalk."(그건 인도일까, 아니면 차도일까.), When I finally lay my eyes on you. (언제 널 우연히 만날 수 있을까)로 시작하는 가사~~ 메이저의 시적인 톤, 서정적인 톤, 조용히 담담하게 부르는 그 리듬에 나의 마음을 올려 본다. 많이, 아주 많이 들었다. 그가 가르쳐 준 단어도 나온다. 영국에서는 아파트를 flat라고 부른다고. pavement도 영국에서는 도로를 뜻한다고. 그는 담백하게 친절했었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온기가 있는 남자였었다.


- I'll sleep when I'm older : 오랜만에 듣는다. 메이저의 시적인 나직한 목소리가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어딘가에 있을 그를 그려보았다. 이 노래를 들으면 아련히 슬픔 속에 빠지는 것 같다가도 아지랑이 같은 희망이 생기곤 했다. 재회, 한때는 꿈꾼 적도 있지만 재회 자체보다는 잘 있을 거라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나를 달래곤 했었다. 난 그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 약간은 엄마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잘 있어주길 바라는 마음.


좋아하는 한 잔의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그의 말이 문뜩 떠오른다.

영어 수업 시간이었다.


"왜? 믹스커피가 좋아요?"

"색깔이 예뻐요. 물의 온도가 맞을 때 싹 펴지는 따뜻한 느낌의 브라운 색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줘요."

"그때는 Soild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딱, 여기까지만 생각이 난다.)


2개월, 미술 1시간, 영어 2시간 - 17회. 그와 나눈 에피소드가 끊임없이 나온다. 긴 인생에 있어서 아주 짧은 찰나의 시간일 수도 있는데, 이렇게 그와의 생각거리가 많다니, 놀랍지 않은가. 추억은 오늘도 나풀댄다.


아마, 그라면 나처럼 그런 수업종료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을 것이다. 계속해서 수업을 했었다면 그는 아마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러니까 그가 꿈꾸고 있는, 준비하고 있는 곳으로 갈 수 있게 되었을 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을 것이다. 그는 나처럼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를 아프도록 몰아세운 것은 어쩌면 나일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


"당신은 자기 생각밖에 안 하는구나."

그가 내게 한 말이 또 생각난다. 그 말의 뜻도 아주 한참 뒤에 깨닫게 되었지. 그는 아마 수업종료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나 보다. 내가 떠나고 남겨지는 그에 대한 이야기였을 것인데, 나는 그때 엉뚱한 답변을 했었다. 그때는 그런 말의 뜻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아련한 슬픔의 안개가 나를 에워싼다. 헤르만 헤세가 밤하늘 아래에서 홀로 산책하듯, 안갯속을 산책하듯, 밤으로부터 나는 위로를 받는다. 밤아, 나를 안아주렴.

오늘은 그런 날이다. 오늘은 마음을 열고 취해봐도 되겠다. 나의 아름다웠던 추억에게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오랜만이야 ^^ 반가워 ^^ 잘 지내니? ^^ 난, 잘 지내 ^^ 너도 잘 지내 ^^




나는 다시 춤을 출 수 있게 되었다. 필라테스도 시작했다. 다시 예전처럼 내가 즐기던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그리고 미소도 웃음도 찾았다. 그리고 그를 편안하게 그릴 때도 있다. 마음의 한 곁에 고이 둔, 한 편의 영화를 찾듯 그리고 영혼의 소중한 친구를 찾듯, 잠시 달콤한 초콜릿을 즐기듯, 그렇게 그 시간과 그 장면으로 돌아가본다. 그 시간이 나를 사랑스러운 여자로 만들어 준다. 부족하지 않았다. 충만했었다. 그래서 지금은 그리움으로 남지 않게 되었다. 가득함으로 내 마음에 남아 있다.





그는 빛으로 내게 다가와 충만함을 남겼다. 내게 깨달음을 주었고, 나를 성장시키고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

스쳐가는 인연도, 한 때의 시절인연도 평생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나.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말을 그에게 처음으로 꺼내게 되었다. 카톡으로 짧게 "잘못했어요"라고. 물론 17번째 수업에서 나는 그에게 미술 수업을 다른 수업으로 빠르게 바꾼 것에 대해서 "미안해."라고 하긴 했었다.

그때 그는

"벌써?"

짧게 말했지만 그의 표정은 일처리를 아주 빨리 한 내게 대해 매우 놀라워하고 있었다.


그 말의 무게감과 그 말의 절실함에 대해서도 가슴 깊이 알게 된 것, 그리고 남편이 얼마나 나에게 절실함과 간절함으로 "잘못했어요"를 반복했음을. 나는 남편을 한때 용서할 수 없었던, 그 쓴뿌리를 저절로 용서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는 남편과 기차를 타고 근교의 대도시로 아이쇼핑을 하러 갔었다. 역에서 내려서 계단을 올라갈 때 나는 남편에게 넌지시 말해주었다.

"나는 잘못했어요가 얼마나 절실하게 간절하게 사과한 건지 알게 되었어요. 미안해요보다 더 간절한 말이라는 것을 알았죠."

"요즘 배우러 다니면서 남자들의 세계를 좀 알게 된 것 같아요. 여자 하고는 다른 언어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요. 당신에 대해서 많이 이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우리 아들들도 더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젊은 남자 선생님들을 만나다 보니 저절로 이해가 되는 부분도 생기네요."


내 말을 들은 남편의 유머러스한 말이 지금도 귓가에 스칠 때면 웃음이 저절로 난다.

"밖에 나가서 남자들 더 만나."

"뭐예요? 핫핫하."


이 남자의 신선한 농담이 짜릿하게 기분을 좋게 만드네. 신박하다. 나는 그를 통해 자연스럽게 어른이 되어갔다. 진짜 어른, 진짜 여자가. 때로는 귀여운 여자, 때로는 사랑스러운 여자 그리고 남자를 이해하는 여자, 남자가 같이 있고 싶은 여자, 그런 여자 말이다.






그는 나의 추억 속에서 빛난다. (He shines in memories.)


그는 그날 이렇게 입고 왔었지. 연베이지색 라운드 니트를 이너로 입고, 연베이지 바람막이 점퍼를 입고 왔었다. 바지는 블랙 면바지였던가. 아마 그랬던 것 같다. 그날 그는 평소보다는 꽤 신경 써서 입고 왔다. 표정은 꽤 맑게 보였고, 진지해 보였고, 점잖아 보였다. 수업 준비가 잘 된 태도로 보였다. 뭔가 준비를 많이 한 사람 같았다. 나보다 적어도 20분 정도는 일찍 와서 차를 준비하고 나를 기다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와 마주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었다. 그가 나보다 일찍 왔다는 것에, 그리고 차를 권하는 모습에서도 또 대화를 유쾌하게 밝게 이끄는 것도 그러면서도 장난기 가득하게 '오만과 편견' 영화 속 한 장면을 흉내 내는 게 너무 웃겼다는 것, 나는 참 많이 웃었지. 요란하지 않게 좀 적당하게 수줍은 듯이 그렇지만 눈빛 초롱하게 너무 우습다는 듯이.

그의 시대극 흉내는 진짜 웃겼었다. 시대극의 말투며 제스처며 나를 웃게 만들었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는 수업 중에 영어 말하기를 연극배우처럼 했었다. 얼굴 근육이 살아 움직였었다.


그는 나의 마음속에서 빛난다. (He shines in my mind.)


나는 10월 11일 토요일 오후 5시 24분에 다시 김순영의 '첫사랑"을 듣게 되었다. 온전히 충만한 마음으로. 6월 5일 목요일, 그날 수업 종료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평온하게 온전히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그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를 다시 온 마음을 다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행복하게.


첫사랑을 두 번 할 수도 있을까?

풋풋한 향내만 나는 풋사과도 사과는 맞지. 사과 맛은 나니까. 사랑이라고 하기에는 아무것도 시작도 하지 않은 사랑도 사랑이기는 할까? 그때는 사랑인지도 몰랐다가 나중에 그 감정은 사랑이었구나, 그럴 수도 있구나. 아무리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이 아닌 것도 있겠지. 첫사랑이 꼭 10대, 20대, 30대 젊은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은 아니겠지. 과거에 있어야 할 그런 첫사랑이 현재에도 올 수가 있구나. 어쨌든 과거로 흘러갔다.


나는 20대에 첫사랑과 결혼하여 알콩달콩 산전수전 다 겪으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내 첫사랑은 과거에도 존재했었고, 현재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함께 가는구나. 나는 참, 행복한 여자구나. 나는 예쁜 사랑을 받았고, 또 지금도 예쁜 사랑을 받는 여자구나. 그런 행복한 생각으로 가득하여, 오랜만에 "첫사랑" 노래에 빠졌다.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그대와 함께 한 시간이여, 나 홀로 벅차다. ~~~


첫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잘 담은 가사, 설렘을 잘 표현하는 김순영 소프라노 ~~~

그는 내 인생에서 한 줄기 빛으로 남았다. '첫사랑'을 다시 행복함으로 듣고 있다. 행복하다. 아름다운 선율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진짜 나의 첫사랑은 지금도 함께 하고 있다. 끝까지 함께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이 진짜 사랑이 아닐까?





8월쯤이었나? 어느 날 저녁, 식사를 하고 평소처럼 산책을 하러 나갔었다. 길을 내려가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눌 때였었다. 갑자기 나를 보면서 남편이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와, 오랜만에 보는 건강한 웃음이다."

놀랍게 나를 쳐다본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어떻게 알았죠? 내가 늘 웃긴 했었는데."

"보면 알지. 진짜 편안해 보인다."

아, 이 사람은 날 늘 관찰하고 있었구나. 몰랐네. 정말 나를 많이 보고 있었구나. 사랑을 많이 받는 느낌. 좋다.

나의 표정 하나에, 그가 이토록 많은 것을 말해줄 줄은 몰랐다. 맞다. 이제 내가 건강한 웃음을 찾았다. 그는 나를 늘 지켜보고 있었구나. 몰랐다.


남편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좋았다. 남편이 나를 살뜰히 살피는 것이 좋았다. 남편이 나를 위하는 것이 좋았다. 남편이 나를 아는 게 좋았다. 이런 게 핑퐁 하듯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말을 안 해도 알고 있는 것.


그것이 좋았다. 나를 많이 알고 있다는 것, 그것이 진정 좋았다. 그날, 그 장면이 추억 속에서 나풀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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