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용. 쓸모없음의 쓸모

나와 처음 만나는 날6

by 달리면서

첫날은 몸을 누이고 아픈 사람처럼 잠만 잤다. 한바탕 소란을 끝낸 사람처럼. 언젠가는 괜찮은 날들이 찾아올 것이라 믿었다.

소파와 책상을 옮겼다. 알라딘에서 중고책을 마구 구입했다. 택배를 기다리는 동안 성공이와 루비와 산책을 했다. 성공이는 지루하거나 요구사항이 있을 때, 빤히 나의 눈위치를 공략하여 눈 마주칠 때를 기다린다. 늘 답안지는 두 가지 중 하나에 있다. 나갈까 아님 먹을까. 나갈까? 하면 꼬리를 흔들며 요란스러운 제스처를 취하며 문 앞으로 간다. 그러다 할머니가 대신 나가자고 하면 자기 자리로 돌아와 버린다. 내가 누워있는 소파 반대편이 성공이의 자리다. 이 녀석은 늘 그 자리이고, 루비는 살이 쪄 소파 아래가 자기 자리다.

별 볼 일 없던 나와 결별하기로 했다. 사람은 하루아침에 죽지 않는다. 지질한 나의 하루들을 버리기로 했다. 아버지가 남편이 동료가 이웃이 자매들이 원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아마 이쯤에서 그들은 억울해할 것이다. 그들이 옳다. 그들이 요구하지 않았기에, 그들의 선의적 주장에 반박할 힘이 나에게는 없다. 이제는 모든 위선을 내려놓고 나로 돌아가보려 한다. 모든 문제에는 과거와 미래가 있다. 누구를 탓해도 소용이 없고, 나를 원망하면 나와 손잡기에 한참이나 서먹해질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모든 사안에 대한 투명한 해법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나는 이해하지 않는다.

새로운 오늘을 살아낸다는 것은 누구나 서툴 수 있음을, 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일에는 진실로 쿨할 수 없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나는 오늘도 부족하지만 하루 더 어른이 되어간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5화시의적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