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처음 만나는 날7
행복의 조건은 엇비슷하고, 불행의 이유는 제각각이라 했던가? 유난히 다사다난한 을사년을 보내고 있다. 아버지 병환이 깊어지고 모든 책임을 내가 지게 되면, 위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원망이 날아오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미워했던 나의 자매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멀어져 갔고 그럴만하다고 여겨왔다. 돌아가실 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전하자 세상 모든 효녀들의 간섭이 시작되었고, 아프게 된 경위를 추리해 가며 자신들의 불효를 포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매들의 반응과 나름 해왔다고 믿는, 참지 못하는 남편과의 갈등은 증폭되었다. 지금까지의 나의 모든 노력은 수포인 듯했고, 그 빈자리를 허망함이 채운 듯했다. 대포 한방 제대로 맞은 기분이었다. 허나, 역시 한 해 두 해를 꽁으로 먹지는 않은 듯, 모두의 기대를 마음속에서 지우기로 했다. 맞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자매나 아내의 상처나 충격은 중요한 사안이 애초부터 아니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자존심, 자신의 이익이 훨씬 더더더 중요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맞다. 그들은 그래왔다. 그들의 그릇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조금만 감정선을 넘게 부으면 흘러넘쳤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포장하고 가렸던 그 시간들을 흘러 보내기로 했다.
너무 많은 것들은 붙들고 살아온 것 같다. 이제는 남은 시간, 나에게로의 여행을 떠나보려 한다. 나의 그림자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