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너와 내가 되어
분명 겪어 보았었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는 쉽다고들 했는데 모든 일에 적용되는 법칙은 아닌 듯하다.
한 해를 50번째 반복해야 하는 문 앞에서 반갑지 않은 방황이 나를 찾아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스무 해 전은 현재보다 더 무거웠고
십 년 전에는 둘이어서 자연스럽게 넘어왔던 것일까?
어쨌든 오늘의 무게가 호들갑을 떨 만큼은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는 언제나 짊어질 보따리들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를 내리고 또 다른 하나를 짊어든 차이정도라고 할까.
그만큼 더해가는 날들 속에 나는 세월에 의젓해질 수 있었고, 하나의 기쁨에 설레기보다 다음의 슬픔을 먼저 헤아리는 습관이 배이게 되었다. 자연의 법칙에 따라 언젠가는 혼자가 되어야 한다면 그때가 지금이라 해서 무슨 별 일이 생기겠는가.
틈의 미학이 있지 않겠는가.
시류에 흘러 여기까지 모르고 휩쓸려 오다 보니
내가 누구이며 어떤 것을 지향하는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물살에서 내려 잠깐 뒤를 돌아봐야 흘러갈 것인지 거꾸로 오를 것인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