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처음 만나는 날10
쓰러진 첫날 나는, 너를 몹시 비웃었다. 어쩌면 그들보다 더 그들답게. 다시는 웃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낮에도 불이 꺼진 방은 무채색이었다. 그렇게 나도 자고 너도 잤다. 이튿날인가 늦은 시간 눈을 뜨고 밥을 먹었다. 나도 먹고 너도 먹었다. 내가 양치질을 하고 머리를 감고 머리를 빗고 염색을 하고 워크넷을 들여다보고. 너도 곧 나를 따라 힘을 내는 것 같았다. 너는 나였다.
누군가를 위해 많은 시간을 쏟으면 언젠간 찬란한 영광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너와 소원해졌고, 이제는 서먹한 사이가 되었다. 토라진 너와 손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나는 그저 내 할 일을 하며 단지 너의 의견을 물어주면 그뿐이었는데.
그러고 보니 살아온 많은 날들이 선물이었다. 너와 만날 수밖에 없었기에. 이제 헤어지지 말자. 나로 살아온 절반의 시간을 너를 위해 쓸게. 사랑한다 너야. 너여서. 너와 함께여서.
진달래, 개나리, 목련, 벚꽃 흐드러지고 아지랑이 살랑이는 그뜩한 봄날도 너와 함께이고 싶다. 침잠하라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