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카메라, 세 개의 파인더
2006년, 런던이었다. 디자인 뮤지엄 쇼케이스 안에서 올림푸스 XA를 봤다.
아, 이걸 여기서 이 카메라를 중요하게 보는구나. 그러고는 지나쳤다.
며칠 뒤 코벤트 가든의 벼룩시장 테이블 위에서 그 카메라를 다시 만났다.
디자인 뮤지엄 유리 너머에 있던 바로 그 카메라가 썰렁한 좌판 위에 놓여 있었다. 값도 쌌다.
디자이너인 내가 사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전문점이 아니었으니 사고 보니 고장품이었다.
그 뒤로 디자인 뮤지움에 헌정된 카메라를 하나 가져 보겠다고 고치고 새로 사기를 반복하다 보니
지금은 동일 모델이 몇 대가 되었다.
정면을 보면 무척이나 단순하다. 원과 호로만 이루어진 얼굴. 나는 이것을 콤파스 디자인이라고 불렀다.
- 작은 콤파스와 10센치 자만 있으면 디자인 했을 듯 싶었다.
이것을 만든 사람이 마이타니 요시히사다. 올림푸스의 그 유명한 PEN도, OM도, XA도 전부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 사람이 올림푸스고, 올림푸스가 이 사람이었다. 그는 더하기가 아닌 빼기의 극단을 달린 엔지니어였고 디자이너였다. 솟사스가 올리베티에서 본체와 키보드를 분리한 것이 혁신이었다면, 마이타니는 반대로 갔다. 렌즈 캡과 몸체를 하나로 붙여버린 것. 매번 잃어버리던 캡을 아예 없애버렸다. 셔터도 그렇다 — 손만 대면 눌리는 터치 방식으로 만들어, 철컥거리는 소리조차 지워버렸다. 이 압축의 결벽증이 XA를 XA답게 만들었다. 한 사람이 브랜드 전체를 이끌던 시대의 마지막 거장이다. -그런 시대는 이제 저물었지만
그런데 이 작은 카메라를 손에 쥔 사람들은 저마다 전혀 다른 세상을 들여다봤다. 매그넘의 리처드 칼바에게 XA는 투명 망토였다. 손바닥 안에 감춰지고, 셔터 소리도 거의 없기에 거대한 카메라가 철컥거리며 존재를 알릴 때, 그는 XA 로 사진을 찍고 이미 골목 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칼바의 사진 속 사람들은 찍히고 있다는 것을 모른다. 지하철 안에서, 카페 구석에서, 길을 건너고 있을 분이었다. 사람들은 그냥 살아가고 있었고 은밀한 관찰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얼굴들이 기록되어 갔다. 카메라가 보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비로소 자연스러워졌다.
안톤 코르빈은 또 달랐다. 록스타들의 영혼을 찍어온 거장이 스튜디오 조명을 다 걷어내고 코트 주머니에서 XA를 꺼냈다. 장비가 클수록 피사체는 긴장한다. XA는 그 거리를 없앴다. 보노도, 데이비드 보위도 이 작은 렌즈 앞에서는 그냥 한 사람의 얼굴이 되었다. 스타가 아니라 사람 — 코르빈이 평생 찍고 싶었던 것이 거기 있었다고 한다. 본질만 남기는 것, 그것을 그는 이 카메라로 찾았다.
마이타니의 결벽증적 압축. 칼바의 투명인간 같은 자유. 코르빈의 군더더기 없는 직관. 같은 카메라인데 세 개의 파인더였다. 런던 디자인 뮤지엄이 이 작은 '플라스틱 캡슐'을 헌정한 이유가 거기 있었을지도 모른다.정면에서 보면 무표정한 증명사진 같다. 그리고 이 카메라가 찍어낸 사진들도 그렇다. 거칠지만 정직하다.
런던의 그날, 나는 그것을 몰랐다.
Olympus XA | 1979 | Japan
LENS: F.Zuiko 35mm f/2.8
FILM: 35mm (135 format)
NOTE: World's first clamshell design. Design Museum London collection. 1980 Design Council Award (UK).
FROM: Apple Market, Covent Garden, Lond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