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tron Starshooter 110 Film

뻐걱거리는 변신의 미학

by 박물지 선생

로봇이 뻐걱거리며 카메라로 접힌다.

오래 전 홍콩 타이윈 거리 빈티지 마켓에서 주인과 실랑이를 벌인 끝에 녀석을 손에 넣었다. 집에 돌아와 관절을 꺾어보았다. 팔다리를 접어 카메라 형체를 만드는 순간마다 40년 된 플라스틱이 비명을 질렀다. 부러질까 조심스러웠지만, 녀석은 의외로 단단했다. 변신을 반복해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진 관절이었다.


수집한 카메라가 800대를 넘어서자 더 이상 정상적인 기록이 어려워졌고 수집 정보도 빈약해졌다. 500대까지는 독일제나 일본제 광학 기기들이었다. 그 이후부터는 동구권의 투박한 카메라를 거쳐 기괴한 토이 카메라의 영역으로 눈을 돌려야 했다. 이베이에서 '볼트론 스타 슈터'를 처음 본 건 그때였다. 로봇이 카메라로 변신한다는 발상 자체가 황당했다. 나의 입찰은 번번이 실패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이 녀석을 노리는 건 카메라 수집가뿐만이 아니었다. 토이 수집가, 로봇 마니아, 키치 제품 애호가까지 네 부류의 욕망이 얽혀 있었다. 수요가 많으니 몸값은 웬만한 전문 기기보다 비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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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mm 규격의 작은 필름을 넣어 찍어본 사진은 거칠고 흐릿했다. 해상도는 형편없었다 — 뭐 기대도 안 했지만. 카메라로서의 기능은 낙제점이었다. 광학 기술의 역사로 보면 진작 사라졌어야 할 물건이다. 그런데 이 녀석은 살아남았다. 그 비결은 변신에 있었다. 카메라로서 사라져야 할 운명을 로봇이라는 전혀 다른 얼굴로 생존을 도모한 것이다.


로봇 가슴에는 커다란 렌즈가 박혀 있지만, 그것 또한 장식용 가짜다. 진짜 렌즈는 그 위쪽에 아주 작게 숨어 있다. 110mm 필름 카메라의 작은 렌즈로는 카메라다운 위용이 살지 않으니, 35mm 카메라처럼 보이려 가짜 렌즈통을 단 것이다.


1980년대 홍콩과 마카오의 토이 카메라 제조사들은 이런 술수에 능했다. 성능으로 승부할 수 없으니 의심스러운 형태로 승부했다. 그리고 이런 카메라는 코닥이나 캐논처럼 보이려 애쓰는 대신, 아예 다른 존재가 되어버렸다. 변신 로봇, 미니 쌍안경, 펜던트 목걸이 — 카메라인 척하지 않는 카메라들이 그렇게 살아남았다.


Fernando Penim Redondo


어느 날 먼지를 털다 유리장 속 로봇과 눈이 마주쳤다. 1985년생, 마카오 출생. 헐거워진 관절을 이끌고 삐딱하니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사실 나도 매일 변신한다. 남편으로, 아빠로, 그리고 사회에 나가면 점잖은 교수가 된다. 집에 돌아와 만화를 보며 낄낄대는 본래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이 녀석은 110mm 필름이라는 열등한 규격만으로는 험한 세상을 버틸 수 없었기에 가짜 로봇이라도 되어야 했던 걸까? 녀석도 나도 뻐걱거리며 관절을 꺾어 형태를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 쓸모를 잃는가 보다. 40년을 버틴 비결은 성능(실력)이 아니라 이상한 유연함에 있었다.


유리장 속에서 녀석이 나를 본다. 나도 녀석을 본다.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는 듯이 서로 바라본다.



Voltron Star Shooter (Robot Camera) | 1985 | Macau

LENS: Fixed focus plastic lens

FILM: 110 format (13×17mm)

NOTE: Transforming robot toy camera. Large fake lens on chest; real lens hidden above. Mass-produced in Hong Kong and Macau during 1980s toy camera boom.

FROM: Tai Yuen Street Market, Hong Kong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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