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어디론가 향하던 길이었다. 뒷자리에 앉은 내가 조수석에 앉은 아빠에게 물었다.
“아빠는 운전 배울 생각 없어?”
“응.”
아빠는 1초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운전면허 따는 거, 별로 어렵지 않던데?”
내가 부추기자 운전하던 엄마도 거들었다.
“그래. 당신도 이제 면허는 있어야지.”
“아빠는 운전 안 한다.”
아빠는 강경했다.
“왜?”
엄마와 내가 동시에 물었다.
“운전을 시작하면 인생은 변수 덩어리가 돼.”
아빠는 말을 이어나갔다.
“주차부터가 문제야. 이중주차라도 돼 있어 봐. 뿐만 아니지. 기껏 운전해서 도착한 장소에 주차 자리가 없을 때, 골목 맞은 편에서 차와 대립할 때, 러시아워에 끼어들어야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사고야. 보험 규정에, 과실 비율에, 블랙박스에… 생각만 해도 번거롭구나. 만약에 사람까지 다쳤다면? 가벼운 접촉사고가 아니라 중대한 부상이라면? 그게 혹시 나라면? 내가 다리나 허리를 심하게 다쳐, 걷지 못하게 되면?”
아빠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다가 혼자서 진저리쳤다.
“…고속도로에서 타이어가 터지면? 소나기가 내리는데 와이퍼가 고장 나면? 다른 차가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이라도 한다면? 사고가 났는데 에어백이 불량이라면?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하고 조심해도, 불확실한 상황은 피할 수 없어. 그러니까 운전은 육체노동이자 예측 불가능성을 견뎌내는 정신노동이야. 으. 상상만으로도 벌써 일상이 지옥이 된 것만 같구나. 흠. 결론적으로 아빠는 운전하지 않음으로써 혼돈 없는 평온한 세계에서 살아가는 셈이지.”
아빠는 히스테릭한 철학자와 음모론자 그사이 어딘가에 있는 것만 같았다. 아빠가 말을 마쳤지만,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 내에는 정적만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