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잔향> Episode 1
부제: 부재의 형태
익숙함은 잃어버리고 나서야 무게를 가진다.
그땐 아무렇지 않았다.
숨을 쉬듯, 사랑했고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지나쳤다.
그러나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깨달았다.
그 ‘아무 일도 없던’ 시간들이
얼마나 거대한 것이었는지를.
그 사람이 없어진 뒤에도
방 안의 공기엔 여전히
그의 온도가 남아 있었다.
그의 향기도 남아 있었다.
나는 그 익숙함에
기대 살아 있었다는 걸
이제야 안다.
자각의 순간엔 스치듯
모멸감이 나를 관통했다.
잃어버린 건
그가 아니라
그와 함께 있던 ‘나’였음을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후회는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는 대신,
형태를 바꿔,
내 안을 떠돈다.
그리움은 무거운 숨이 되어
오늘도 나를 누른다.
후회는
고통이라는 새 이름을 가졌다.
사람이라면 그러하듯,
사는 동안, 누구나
숨을 쉬는 일이
언제나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
뜨거운 공기 속,
산소가 모자라는 순간을
경험해야지만,
그 당연함이 무너지는 것을 학습하게 된다.
생에 모든 순간에 주어지는 많은 것들이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라,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매번 붙잡고 되찾아야 하는 것들이란 사실을.
멎을 듯한 고통의 숨결 사이로,
나를 다시 들이마셨다.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은 숨을 쉬어야 하고,
익숙함을 잃은 자리에
남아 있는 나 자신은
나를 다시 세워야 하기에.
오늘의 잔향 —
Novo Amor – Anchor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부재로부터 이어진 숨, 후회의 무게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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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