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딤의 기술

<은유의 잔향> Episode 2

by 은유의 잔향

부제: 움직이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 법


아침은 여전히 밝아왔다.

눈을 뜨지 않아도, 시간은 나를 이끌고 간다.


세상은 어제와 다를 바 없었지만

나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견딘다는 건,

특별한 의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익숙한 하루를 반복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커피를 내리고, 창문을 열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를

조용히 통과하는 것.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서

하루를 온전히 지나가는 법.


무너지지 않기 위해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일.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있었다.

그 숨 자체만으로도

그 사실 한 가지만으로도

오늘을 통과할 이유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하루를 통과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살아 있는 존재였으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었다.


무너지지 않음은,

때론 움직임보다 더 큰 용기였고,

견딘다는 건, 살아내는 일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그렇게 견디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오히려 무엇을 버티게 하는 힘이었을지도.


오늘의 잔향 —

Ólafur Arnalds – Saman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다시 하루를 맞이하는 법, 기술로서의 견딤.)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작가의 이전글무기력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