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잔향> Episode 3
부제: 벗어나야만 볼 수 있었던 것들하나의 선택을 한다는 건
언제나 수많은 조언과 우려를
동시에 스스로 감당해 내야 하는 일이었다.
어떤 시절엔
나를 둘러싼 모든 목소리의 대다수가
‘계산’의 언어였다.
세상은 언제나
가능성과 한계의 범위를
수입, 통장 잔고, 경력의 길이로 재단하기 바빴다.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현실은 언제나 숫자로 설명되니까.
그때의 나는
숫자로 환산되지 않는 ‘어떤 것’을 붙잡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것을
무모함이라 했고,
어리석음이라 말했지만,
나에게 그것은
그 어떤 논리보다 명확한 선택이자 정답이었다.
계산의 언어로는 빈자리를 메울 수 없는
태도, 시간, 마음의 방향 같은 것들이 있기에
아주 묵직한 형태로 고집을 부려야만 했다.
사람들은
백만 원짜리 안정이
십만 원짜리 애씀보다 낫다고 말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계산해서는 안되고,
계산하고 싶지 않은 것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예측 가능한 삶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삶을 선택하는 것.
후회 없이
‘나’보다 더 중요한 무언가를 지켜내는 것.
돌아보면,
그 선택은 언제나 벼랑 끝에 선 듯한 위태로운 결심이었고
외부의 시선으로는 무모함에 가까웠지만
그건
그 시절의 내가 가진
가장 정확한 직감이었다.
그리고 내가 끝과 시작의 순간에
생에게 다짐한 약속이기도 했다.
세상은 안정의 크기로 삶을 비교하지만,
늘 큰 안정보다 귀한 것은
사람과 사람이 살갗으로 느끼는 온정이니까.
오늘의 잔향 — Wendy — When This Rain Stops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그 선택을 지나온 나만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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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