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되지 못한 것들
어느 순간부터 감정은 이유를 잃었다.
원인이 사라진 자리에는 반응만 남았다.
하나의 말, 하나의 공백,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시간 위에서
마음은 스스로 수위를 높였다.
가라앉히려 할수록 더 빠르게 차올랐다.
정리하려던 문장은 물속에서 무너졌고
논리는 숨을 잃었다.
이것은 감정이라기보다
안쪽에서 벽을 밀어내는 압력에 가까웠다.
넘치는 것은 언제나
표현되지 못한 것들이었다.
말이 되기 전에 삼켜진 생각들,
끝내 도착하지 않은 대답들.
언어는 미끄러졌고
문장은 물속에서 부서졌다.
논리는 제방처럼 서 있었으나
방향을 잃은 감정은
자기 자신을 넘쳤다.
오늘의 잔향 —
"A Model of the Universe" – Jóhann Jóhannsson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말이 되지 못한 것들이, 마음의 수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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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