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머물던 시간

〈은유의 잔향〉 Episode 5

by 은유의 잔향

부제: 관계 위에 놓인 삶


삶이 아직 제 무게를 갖기 전,

나는 늘 공중에 가까운 상태로 머물러 있었다.


무언가를 하며 하루를 건너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들은 서로를 지탱하지 못한 채 흩어져 있었다.

시간은 흘렀고, 관계는 이어졌지만,

그 모든 것들은 하나의 축으로 모이지 않았다.


그 시절,

관계는 중심처럼 보였다.

함께 맺고, 함께 풀어내는 일들이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삶 전체가 함께 기울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흔들림은 관계 때문만이 아니라,

아직 삶 아래에

받쳐줄 바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바닥이 없는 삶은

감정에 먼저 반응했다.

감정이 움직일 때마다

방향도 함께 바뀌었다.

관계는 그 공백을 대신하려 했고,

그 무게는 결국

사람과 삶을 동시에 흔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삶 아래에 보이지 않던 바닥이 놓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를 위로 올리지는 않았고,

대신 아래에서 조용히 받치고 있었다.


삶은 더 이상

공중에 매달려 있지 않았다.


사회는 나를 반기지 않았지만,

서 있을 자리는 남겨두었다.

따뜻하지는 않았지만,

계속 머무를 수는 있었다.


그 안에서

하루는 일정한 리듬으로 반복되었고,

몸은 점점

같은 시간에 반응하는 법을 배웠다.

책임은 쌓였고,

그 반복은 성취라기보다

유지에 가까웠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다만,

함께 무너지지 않게 하는 쪽에 가까웠다.


관계가 기울어질 때에도

삶이 함께 쓰러지지 않도록,

아래에서 조용히

바닥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삶이 감정만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

사람은 구조를 통해

남아 있게 된다는 것을.


그것은 생존이라기보다,

남아 있음에 가까웠다.

그리고 성공이라기보다,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식이었다.


오늘의 잔향 —

GoGo Penguin – All Res


(이 글과 함께 흐르던 음악.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상태를 유지하는 리듬.)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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