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흉터 위에 피어난다.

<은유의 잔향> Episode 1

by 은유의 잔향

부제: 상처가 딱지가 되어도, 마음은 아직 붉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쉽게 마르지 않는다.


오래된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

잊었다는 말이 얼마나 서툰 위로였는지 알게 된다.


어떤 웃음은

지나간 시간을 조용히 불러오고,

아무 일 없는 오후조차 조금 달라진다.


그와 나 사이엔

이름 붙일 수 없는 공기가 있었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은 거리.


그 안에서 나는

잠시 머물렀을 뿐인데,

마음의 결이 달라졌다.


비가 오는 날이면,

상처는 다시 촉촉해지고,

나는 그걸 핑계 삼아

아무 말 없이 그를 떠올렸다.


그건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미 시작된 걸지도.


사랑은 늘 그렇게,

흉터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피어난다


+

사랑이 지나간 자리엔, 늘 불안의 잔열이 남는다.

불안의 잔열은, 그간의 사랑이 완전히 식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오늘의 잔향 —

Laufey - Let You Break My Heart Again


(이 글을 쓸 때 흐르던 음악.
다 낫지 못한 마음의 가장자리에서,

딱지 위에 마음이 피었다.)


※ 이 글에 언급된 음악의 모든 권리는 해당 아티스트에게 있으며,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습니다.


ⓒ 이혜미, 『은유의 잔향』 중에서. 인용 시 출처 표기 필수.

작가의 이전글나는 끝이 반복될수록, 나 자신을 조금씩 잃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