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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Nov 29.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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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29.2023


상처 난 것이 좋다.


맨들한 껍데기와 좋은 향기, 쨍한 색감과 단단한 과육을 갖고 있음에도, 본래의 역할을 하기 위해 나무에서 툭 떨어지면 여기저기 상처 나고 깨져 색을 잃는 모과처럼.


아무런 상처 없이 보드라운 모과보다 울퉁불퉁 갈색, 검은색 상처 입은 모과가 훨씬 향기롭고 더 조화롭다.


고개 들어 나무 꼭대기에 아직 싱싱하게 매달린 열매를 본다. 다시 고개를 떨구고 바닥에 나뒹구는 갈색 상처 투성이인 열매를 본다. 어쩌면 진짜 결실은 저렇게 꼭대기에 뽐내듯 매달려 있을 때가 아니라 바닥에 떨어져 잔뜩 상처 입었을 때 알게 되겠구나 싶다. 그러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우리도 상처입기도 하고 맨질거리기도하다 반짝 빛을 내기도 하고 그 색을 잃기도 하여 끝끝내 툭. 하고 어딘가에 떨어지면 자연히 알게 될 것이라고. 모과를 보며 배운다.     




모과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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