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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Nov 22.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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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22.2023

눕는다. 공기도 들어올 틈 없게 이불을 목까지 꼭. 덮고 매트를 지나 바닥으로 안락하고 아무도 찾지 않는 깊은 어둠으로 빨려 들어가도록. 때론 숨도 쉬지 않는다.     

먹는다. 주로 시몬 카스테라 같은 부드러운 빵이나 폭신한 과자들을 입안에 가득 넣어 삼킨다. 부드러운 것 들을 목 뒤로 넘기면 마음도 부드럽게 풀어질 수 있을까 싶어.     

맞는다. 뜨겁지는 않지만 따듯한 물을 틀어놓고 머리와 팔, 배와 다리 그리고 발까지 충분히 물을 맞을 수 있게 한다. 어디로 갈지 모르는 붕 뜬 심장이 따뜻한 물과 함께 제자리를 찾을까.     

칠한다. 반복되는 지그재그를 색색의 크레용으로 막. 칠하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지곤 한다. 그 순간은 잊는다. 그저 행위를 하는 즐거움만 느끼는 아이처럼.     

이외에 이불속으로 머리끝까지 숨기듯 들어가거나, 몸을 감싸듯 딱 맞는 공간이나 의자에 앉는다. 창 밖에 고개를 떨어질 것처럼 떨구고 있거나 초를 켜두고 일렁이는 불빛을 가만 보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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