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27.2024
아직 꽃 피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벚나무의 작은 망울을 본다. 그리고 늑장 피우는 솜털 송송 목련의 봉오리도 본다. 겨울을 지나 봄에 개화하는 꽃들은 추위에도 일찌감치 봉오리를 만든다. 이렇게 추운데 어떻게 하려고 저러지 하고 보면, 계속 필 것 같은 상태로 숨죽여 그대로다. 아직. 아직 하면서 더 따듯해 지기를 기다린다. 물론 같은 시기 먼저 피어 버리는 꽃도 있다 그중 어떤 녀석은 다행히 양지에서 살아남지만, 하루 새 변해버린 냉기에 후드득 떨어지기도 한다.
방 창가에 놓인 화분에도 작은 꽃봉오리 하나가 맺혔다. 이름마저도 사랑스러운 사랑초. 한 달 전부터 잎들 사이에서 천천히 준비 중이던 봉오리 하나가 따듯하다 못해 더워진 주말 사이 고개를 주욱 내밀고 코랄빛 색을 내며 곧 필 것 같더니 그 상태에서 사나흘째 같은 모습이다. 알아서 똑똑하게 천천히 제 할 일을 해나가고 있는 녀석을, 정작 내 할 일은 미뤄둔 채 아침 점심 저녁 자꾸만 살핀다. 언제 피지? 언제- 왜 안 피지? 혹시 이 상태로 시들어 버린 건 아닐까, 영양제를 더 줘볼까, 물이 부족했나... 이런저런 생각에 뒷짐 지고 기웃기웃 거리다 갑자기 불현듯 그들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다.
파릇파릇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듯 통통 튀어 오르다가 어느 날 돌연 수그러들고 꼼짝도 앉는 상태로 진입하기 시작했을 때, 상처로만 느껴지던 눈빛과 표정, 셀 수도 없던 충고들 재촉하던 말들. 그들이 혹시 이런 마음이었을까. 어째서 금방 피울 것 같은 꽃봉오리를 안고 저렇게 숨죽이고 있을까, 저러다 피우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조급해하며 걱정하는 마음이었을까? 주변에서 응원도 했다가 걱정도 했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 녀석은 이번 생에 꽃 피우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사라진 것인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적막 속에서 봉오리가 여전히 있는지 살펴본다. 작고 통통한 봉오리가 아직은 있다. 늑장 피우는 목련이 될 수도, 고개를 좀 더 내밀어야 하는 사랑초가 될 수도 있는 내 봉오리도 ‘곧’ 그러한 상태가 될 수 있을까? 이제는 내 할 일을 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