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RIL.24.2024
식탁에는 컴퓨터를 켜놓고 소파에는 책을 펼쳐놓고 한쪽에는 빈 화판이 벽에 기대어 있다. 그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며 소파에 앉아 책을 만지작 거리다가 식탁 컴퓨터 앞에 멍하니. 화판이 세워진 방으로 가 한 바퀴 휘돌고 다시 소파로 가서 앉아있기를 반복한다. 아무것도 쌓이지 않는 시간. 공기는 어느 때보다 무거운데 시간은 가볍게만 흘러간다. 반복하는 시간 속에 꼼짝없이 갇혀서는
서성거린다.
거실에서 방으로 서성거리는 것이 아니라 내 생 전체를 서성거린다.
조금 전 속 쓰릴까 봐 먹어둔 요플레가 잠깐 허리를 구부리는 사이 시큼하고 따갑고 역한 액체로 변해 목구멍으로 거슬러 넘어온다. 어쩌다 요플레도 소화를 못 시키나 하다, 어제 쉴 새 없이 넘겨댄 수많은 음식을 떠올렸다. 그래 오늘은 먹지 말자. 또한 악순환이라는 것도 안다. 엄청나게 먹거나 아무것도 안 먹거나 하는 이런 행동이 사실을 나 자신을 학대하고 있는 것임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역시.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사실도. 그리고 그 방법은 아무도 누구도 알려줄 수 없다는 사실도.
오로지, 오롯이 스스로 알아내고 알아낸 것을 행동으로 옮겨야만 방법으로써 해결이 될 것임 그리고 이 모두를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괴롭다.
알고 있는데 하지 못하고 벗어나고 싶은데 늪처럼 빠져 들어가는 나를. 이해하고 토닥이며 손 내밀어 꺼내어 줄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조급해하지 말라고 시간이 있다고 어깨를 토닥이다가도 나에게 돌아서서는 토닥이던 손으로 등짝 스매싱을 날리는 이런 나를. 오늘은 어떻게 데리고 살까 게으르고도 치열한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