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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우주 May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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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1.2024

Burnout 소진(燒盡) 다 타서 없어짐


 언제부터인가 ‘매너리즘’,‘슬럼프’ 외에 ‘번 아웃’이라는 표현이 상당수 늘어났고, 비슷한 시점부터 힐링이라는 단어도 많이 쓰이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세 단어의 뜻이 모두 다르기도 하지만 근래에 들어 빈도에 차이를 보이는 것은 우리가 일과 직업을 대하는 태도가 변화하였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매너리즘’은 일정한 방식으로 일을 반복적으로 하며 더 이상 신선함이나 창조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한다. 이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하거나 환기할 수 있을 만한 태도를 취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생긴다.


 ‘슬럼프’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계속되며 해내고자 하는 마음은 있는데 순간적으로 능력이 감소되는 상황을 뜻한다.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매너리즘과 비슷하게 환기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하거나 동기부여를 새롭게 하면서 개선의 여지가 생긴다.


 슬럼프와 비슷한 느낌의 ‘번 아웃’은 어떤 직무를 맡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 또는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며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상태로 번아웃 증후군이 왔을 때는 휴식을 권고한다.


 이쯤에서 매너리즘, 슬럼프와 번 아웃의 미묘한 차이가 느껴지는데, 기본적으로 매너리즘과 슬럼프는 일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의 업, 능력이나 기량을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일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깊어지고 난 후에 발생한다. 그러나 ‘번 아웃’은 조금 다르다. 일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것과 상관없이 일을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으로, 다른 방식으로 극복 방법을 찾는 앞서 두 개의 경우와 다르게 ‘휴식’을 권고한다는 점에서부터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일이 일 자체로 나의 능력이나 기량으로 연결되어 삶을 풍족하게 만들기보다는 일을 통해 다른 무언가를 얻고자 하면서 일과 나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게 되고 계속해서 자신이 소모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최후에는 무기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받은 만큼 일 한다.”라는 표현은 자주 들어보기도 사용하기도 했을 것이다. 별생각 없이 사용하던 이 문장이 혹시 번 아웃의 시작 점은 아닐까?


 일은, 노동은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며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사회를 건강하게 순환시키는 아름다운 움직임이다. 또한 노동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고민과 성취감은 높은 수준의 만족감을 준다. 이는 음식을 배불리 먹거나 원하는 물건을 사들이는 일시적인 쾌감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어느 순간. 우리는 우리가 하는 노동의 본질을 잊고 ‘돈’을 위한 수단으로써 전락시키지는 않았을까?

 "그래,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것은 알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의 저 멀리서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사실 자본주의에 속해 살면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맞는 말도 아니다. 왜 아주 맞는 말이 아닌지는 일단 알고리즘으로 계속해서 아마도 필요했던 것 같은, 필요한 것 같은, 필요할 예정인 물건을 추천해 주는 휴대폰부터 멀리 두고, 밖으로 잠시 나오자. 그리고 게 중 가장 큰 나무 앞에 앉아 빛이 나뭇잎 틈으로 쏟아지며 바람에 살짝 부딪히는 소리를 내는 것을 가만히 느끼며 30분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뭐... 모를 수도 있고 그리고 또한 그래도 여전히 돈은 중요하지만, 나의 노동의 가치가 딱 그 돈만큼이라는 생각을 오늘만큼은 다시 해봤으면 하는 5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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