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TEMBER.10.2025
지하철을 타면 이때가 기회다 싶어 휴대폰은 가방에 넣어두고 이리저리 사람관찰을 한다.
최대한 안보는 척-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일이, 유튜브 보는 것보다 인스타그램 구경하는 것보다 100배는 재밌다.
이 은밀한 취미는 대학 때 생긴 것인데, 인물 크로키 과제를 해결하기에 지하철만큼 훌륭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부분 한 자세로 기본 5분 이상 앉아있거나 서 있으며, 성별이나 나이 그리고 외형도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으니 이렇게 훌륭한 모델 에이전시가 어디 있겠나.
지금은 지하철에서 크로키를 하지는 않지만, 크로키하듯 사람들을 관찰한다.
요즘 눈에 가장 많이 띈 것은 ‘인형’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유행처럼 인형을 가방에 달고 다니는데, 그중에서도 내 관심사는 어른들의 무채색 가방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인형이다. 그 인형을 보면 저 찬바람 드는 무표정한 얼굴 안에 숨겨진 말랑한 것들이 궁금해진다.
손에 꽉 쥐고 있는 휴대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좁혀진 미간, 턱까지 힘이 들어간 채 굳게 닫혀있는 입술과 달랑달랑 복슬복슬 폭신해 보이는 인형을 한 프레임 안에 넣어두고 보다 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려 측은한 마음도 들고, 사실은 저이에게도 부들부들한 인형처럼 보드라운 무언가를 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 상상하면, 딱딱하고 차가웠던 얼굴이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한다.(여기서 잠깐. 인류애 상실할 때 쓰면 좋은 팁-모든 어른의 아기일 때 모습을 상상해 보기, 그러나 이것마저 거북할 수도 있으니 주의※)
가방과 운명을 함께하게 된 인형들은 그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사연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 선물 받았거나 어제 술 마시고 뽑기 방 가서 뽑은 인형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거나 혹은 그때 달아두고 그대로 뒀을 수도 있다. 밋밋했던 가방 색하고 어쩐지 잘 어울려서이기도 하고 그냥 귀여워서 일수도 있고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인형 일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트렌드의 민족인 만큼 어쩐지 하나 정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달았을 수도 있다. 저마다의 사연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모든 연유가 좀... 귀엽지 않은가.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그 종착지가 ‘인형’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애착인형이 있듯이 어른들에게도 애착인형이 필요한 순간은 꽤 많다.
아침에 눈뜨고 일어날 때부터 다시 눈 감고 잠들 때까지의 삶은 너무도 피곤하기 때문에...
하지만 대놓고 품에 안기는 인형을 가지고 다닐 수는 없다. 그것 말고도 챙겨야 할 것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걸 챙기는 가방에 늘 달려있는 작은 인형이라면? 뭐 이 정도는 괜찮잖아.
그래서.
아무튼.
나는 이 ‘가방에 인형 달기’ 유행에 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