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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26.2025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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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아레카야자’가 우리 집에 왔다.

몇 년 전, 엄마와 같이 마트에 갔다가 세일하길래 사 왔던 녀석인데,

워낙 식물을 잘 키우셔서,

얇았던 줄기들 중 서너 대가 굵어지더니 잎사귀도 새로 많이 내고 처음 데려올 때보다 세배는 커졌다.

그때부터 엄마 아빠는 ‘이거 언니랑 너랑 해서 셋이 나눠갖자, 너무 예뻐’

하시며 호시탐탐 분갈이를 노리셨지만, 너무 커서 아무도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내가 화분 사 와서 분갈이 해갈테니 일단 두시라고 말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어느 화창하던 가을 주말, 아침부터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바쁘니?”


엄마의 통화 시작은 항상 바쁘니로 시작한다. 불효자 반성해라..

그러면 나는 항상 똑같이 되묻는다.


“아니, 왜. 무슨 일이야?”


진짜 반성해라...


“그... 너 지금 집이면, 엄마가 어젯밤에 아레카야자를 분갈이해 가지고,

잠깐 들러서 갖다 주려고 하는데, 집이야?”


나는 순간 짜증이 났다. 갑자기. 그리고 내가 한다고 했는데... 하지만 짜증을 눌러가며 말했다. 하지만 다 아시겠지... 이노무 불효자식.


“아이고, 내가, 내가 한다니까 왜 그거를 또 엄마가 혼자 했어, 그것도 밤에에, 손목도 안 좋으시면서..”


“아 그냥 어제 잠이 안 와가지고... 그냥.. 했어. 화분도 엄마가 예쁜 걸로 고른다고 골랐는데, 하얀 걸로다가...”


“에휴. 정말 힘들게, 내가 한다니까. 우리 집 화분들은 다 토분인데...
아휴. 그럼 내가 다음 주말에 가지러 갈게, 오늘은 약속 있어서 지금 나갈 준비 중이었어”


“아 그래? 그럴래 그럼? 다음 주에 집으로 올래?”


순간 엄마의 들뜬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느껴졌다.


그렇게 해서 데려온 아레카 야자 반쪽. 크기도 꽤 커서 짝꿍까지 데려가서 이고 지고 가져왔는데, 올 때 고생했는지. 아니면 엄마 사랑을 못 받아 그러는지 영 맥을 못 춘다.

한참 몸살을 하는데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안타깝게 보고 있는데, 문득. 엄마가 할아버지를 닮아가는구나 싶다.
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할아버지 댁에 갈 때 면, 항상 화분을 하나씩 엄마 손에 들려 보내셨다. 이제 엄마가 그때의 할아버지 연세가 되고, 내가 엄마의 나이가 되어서 똑같이 화분을 받아오는 것이. 마음이 너무 이상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집에 가는데도, 매번 돌아갈 때마다 “이제 갈려고? 저녁 먹고 가지. 하루 더자고 가지.” 하는 모습. 주차장까지 따라 나오셔서 내 차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보고 계시는 것도, 모두 닮아간다.
그리고 이제 그 마음을 조금씩 알기 시작하는 나도. 아마 그렇게 엄마와 아빠를, 할아버지를 할머니를 닮아가겠지. 그리고 밤에 잠 못 이루고 분갈이하는 마음도, 집에 오겠다는 한마디에 들뜨는 마음도 닮아갈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단편은 40대의 젊은 순간인데,

내가 그 나이가 되어가서 그런지 자꾸만 엄마를 생각하게 된다.

이제 불효자식에서 탈피하려는 걸까. 아니 탈피할 수 있을까.

그래도 아마 나는 영영 그 마음을 모를 것이다.

그래서 매번 이렇게 깨우치려 그 감정 하나하나를 새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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