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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24,2022

by 한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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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것도 투성이다. 연로하여 약을 한주먹씩 드셔야 하는 부모님도, 약한 몸과 마음 때문에 가진 재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는 형제도, 코피를 쏟으며 야근의 야근을 하고도 계속해서 일해야 하는 연인도, 노쇠하여 계속 잠을 청하는 고양이도, 스러져 가는 나라의 모습과 망가져 가는 지구와 인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외면하는 나도.

슬퍼하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분노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앞에서도, 무너짐의 퇴적물을 돌아보며 지레 주저앉는다. 숨은 이렇게나 붙어 있고 아이들은 태어나고 깨달은 자들과 살아남은 자들이 아직 여기 있는데, 황무지를 보듯 고개를 떨군다. 계속 직면하고 살 수 없는 노릇이니 나사 하나 풀고 반은 모른 채 하며 사는 것도 사는 것인데, 포기하듯 모든 나사를 빼려고 하니 이것은 문제가 된다.

속이고 속아주고 속고,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안다. 나만은 안다. 그것이 진실로 거짓임을. 결국엔 그 거짓이 혐오의 칼이 되어 등 뒤에 꽂히게 될 것이라는 것도 이제는 안다. 그럼에도 습관처럼 거짓을 뱉는다.

잠시의 평안을 위해.

말은, 말뿐은 너무 지겹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천오백 원짜리 커피를 마시며 한 줌의 빛이 떨어지는 창가에 앉아 무엇이라도 남기지 않으면, 그나마 반쯤 꽂혀 있는 나사도 튕겨져 나갈 것이다. 손바닥을 펼쳐 막고 간신히 붙드는 마음으로 몸을 세우고 앉는다.

우는 일 대신 밤마다 잠들기 전 기도한다. 내일은 부디 정신 차리기를. 깨어 있기를, 나를 죽이지 않고 살아남아 맞서기를, 최악은 일어나지 않기를, ‘참’을 말할 수 있고 그를 행동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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