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일-3일
조금 나아진 듯하게 보인다. 다소 안정된 호흡처럼 보인다. 의사도 어제 보다 나아진 것 같다고 지금 같은 속도로만 계속 물이 나와 준다면 내일 콧 줄로라도 음식을 먹여보겠다고 한다.
떨어지지 않는 발.
다시 밤. 언니와 함께 토리를 만나러 간다.
이상하다. 나아지고 있었는데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불안정해진 숨. 자는 건지 깨어있는 건지 알 수 없게 등을 돌리고 고개도 돌린 채 누워있다. 이름을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 않는다. 이러면 안 되는데 힘을 내야 하는데. 아까 본 의사랑 다른 의사다. 이 의사는 어두운 얼굴로 더 안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천천히 상황 설명을 해주고 폐수종은 매 순간 고비고 대기 상태라고 말한다.
나아지고 있었는데... 한참을 토리 곁을 지키고 서 있다가 병원에 방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토리는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하는 생각으로 억지로 억지로 나와서 갈 곳 없이 서 있다. 그런데 배는 또 고파서 바지락 칼국수를 먹는다.
비리다. 너무.
먹는 것 같지도 않게 먹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우리는 말이 없다. 조용히 방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누워 핸드폰 벨 소리를 가장 크게 키워놓는다.
새벽 3시 반 병원에서의 전화. 나지막한 목소리.
머릿속에 무언가 팅- 끊어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차가워진 손으로 옷을 입는다.
저-기 쓰러지듯 누워 초점을 잃은 채 입을 벌리고 산소 줄에 의지하여 힘겹게 숨을 쉬는 토리의 모습이 보인다. 뭐지. 방법이 진짜 없는 건가. 뭐 어쩌라는 거야, 죽는 건가. 눈물이 먼저 이 상황을 알려준다. 미안하다는 말이 깨진 독의 물처럼 새어 나온다.
쪼그려 앉아 토리를 붙들고 배 위에 손을 올려본다. 연신 얼굴과 등에 입을 갖다 댄다. 호흡이 좀 나아지는 것도 같은데 몸도 너무 따뜻한데 기적이라는 게 일어나지는 않을지 하고 간절한 눈으로 의사를 쳐다보니 시선을 피해 이쪽으로 옮기시라고 한다. 좀 더 편하게 같이 있을 수 있는 방으로 안내받는다. 따듯하고 조명도 부드러운... 이 방에 들어오니 정말 죽음을 기다리는 건가 싶다. 토리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더니 갑자기 일어나서 정신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너무 괴로워서 그러는 것이냐고 물어보니 소변 볼 곳을 찾는 것 같다고 한다. 의사가 배뇨판을 준비하는 사이 이내 비틀거리며 내 손위로 쓰러지더니 이제는 숨을 들이마시기만 한다. 조용히 한 손으로 얼굴을 받치고 한 손으로는 산소 호스를 코에 둔다. 분명 내 손위에서 모든 게 느껴지고 있는데 믿어지지 않는다 지금이 순간이,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다.
짧고도 긴 시간. 누워있는 상태로 소변을 보고 숨이 더 가빠지더니 손위로 뜨거운 무엇이 흘러내린다. 딸기즙 같은 것이.. 이게 뭐지,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다.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두 손을 찰랑거리게 메우더니 바닥에 떨어지기 시작한다. 손을 쓸 수 없다. 남은 시간 더 많이 이야기하고 안아주기 위해선, 이것마저 소중히 느껴졌더라도 비우고 씻어내야 한다. 손을 씻고 오니 의사는 이제 마지막 인사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언니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소변도 봤고 밖으로 피도 뱉어내고 그러면 더 가능성 있는 것 아닌가요?”
당황한 표정의 의사는 말이 없다.
토리의 불안정한 호흡과 소리, 변화하는 표정을 본다.
지금 이건 진짜 현실이다. 그 마지막 인사라는 것을 해야 한다.
목을 끌어안고 입을 맞춘다. 언니는 토리의 온몸에 입을 맞추며 사랑한다고 미안하다고 울며 이야기한다.
올라갔다 내려오기를 바삐 하던 배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귀를 살며시 대본다. 경쾌하게 뛰던 심장 소리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뜨거웠던 작은 등이 차가워지고 말랑한 핑크색 젤리 같던 발도 딱딱한 흰색으로 바뀐다.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는 일 밖에는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