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든 말든

9월 1일

by 한우주

무슨 정신으로 집에 다시 온 건지 모르겠다. 센서등이 켜졌다 꺼진다. 손은 덜덜 다리는 자꾸만 힘이 풀려 똑바로 서있기가 어렵다. 안돼 정신 차리자.

타는 냄새 같은 것이 난다. 토리 입, 아랫잇몸 부분이 염증이라기에는 이상하다. 분명 어제도 보았다. 이가 잘 나는 중이었다고... 그리고 이상한 까만 자국. 그래 무엇인가를 먹은 거다. 자 집중해서 천천히 살펴보자. 냄새를 따라 허리를 굽힌다.

젠장. 신발장 밑 센서등 전선이 뜯어진 채로 보인다. 저 안으로 들어가 전선을 씹었나 보구나. 바로 병원으로 전화를 건다. 최대한 또박또박

"선생님, 토리가 전선을 씹은 것 같아요. 입도, 아마 물어뜯는 과정에서 스파크가 일어나 그을린 것 같은데 감전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 엑스레이 촬영 부탁드립니다."

간신히 버티던 다리의 힘이 풀린다. 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 보려 하지만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출근은 해야 한다. 일하러 나가야 앞으로 얼마가 더 들지 모르는 병원비를 낼 수 있다. 씻고 나오니 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의자에 걸터앉아 허리를 숙인다. 두 손을 얼굴로 가져간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죄책감 두려움 불길함 모든 것들이 눈물로 쏟아져 나온다. 일을 하러 가는 내내 지하철에서도 흘러나온다. 그야말로 무너진다.


다시 도착한 병원, 토리는 새벽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여전히 호흡이 가쁘고 눈은 아침보다 더 초점이 없다. 산소를 공급받는다. 배가 빠르게 움직인다. 코에서도 고르지 못한 숨이 느껴진다. 의사 말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폐 조직 손상이 너무 크고 폐에 찬 물을 빼는 작업은 이뇨제를 쓰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으며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배를 열어보아도 소용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명확한 분노가 일어난다. 아침에는 염증이라고 했으면서, 토리를 입원시키고 집으로 돌아가 전선이 끊어진 걸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지 정말 너무 아찔하다고 화를 냈지만 뭐- 그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말이 빙빙 돈다. 더 기다릴 수 없다.

"그럼, 죽을 수도 있다는 건가요?"


답이 없다. 기가 막혔다. 갑자기? 그 건강하던 녀석이 죽을 수도 있다니 말이 안 되잖아. 우리 토리가 왜?라고 어리석은 반문은 잠시. 눈물이 솟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지금 이 새벽에 토리와 같이 있어 줄 사람은 이 의사뿐이다. 그저 울며 잘 부탁드린다고 할 수밖에 없다.


너는 자그마한 유리창 안에서 조그만 틈새로 손을 뻗어 내손 위에 갖다 댄다. 안심시키려는 듯 눈도 맞춘다. 하지만 불안해. 너의 그런 눈. 어디 가지 말지... 24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른다 그러든 말든 밤은 지나고 낮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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