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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RIL.5.2023

by 한우주


‘식물이 주는 위안과 기쁨’

이라는 모토로 일을 한 적이 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없어져 버린 회사이지만, 매일 식물과 꽃을 보는 일은 참 즐거웠다.

할아버지께서 난초만 150여 개를 키우실 정도로 타고난 금손이셔서 어려서부터 식물을 많이 접하고 또 가깝게 지낸 편이다. 그런 할아버지 따라 어머니도 굉장한 식집사이셔서 봄이면 베란다가 꽉 차게 흐드러진 꽃을, 여름이면 푸른 잎을 실컷 볼 수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그 피가 어디 안 가는지, (와- 이런 표현은 정말 좀 나이 들어 보이지만 나이 들었으니까...) 화원이나 거리에 핀 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늘 한 마디씩 하고 가게 된다.

초등학교 때는 근처 동산에 가서 이름 모르는 풀을 발견하면 뿌리까지 뽑아와 식물 백과사전과 비교해 보고 이름을 찾아 스크랩하는 놀이를 즐기곤 했다. 그래서인지 꽃 이름도 꽤 많이 아는 편이다.

어느새 나도 생전에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시듯 말한다.

“저것은 산수유고 이거는 생강나무여~ 언뜻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향이 대번 다르고 가만 보면 모양도 달러~”

식물을 포함한 모든 자연은 나에게 가장 재미있는 관찰 대상이자 놀이터였고 기쁨이자 슬픔, 위로와 위안을 주는 스승이다. 여건은 되지 않지만 언젠가는 숲과 가까이 살고 싶고, 작지만 찬란한 정원을 꾸리고 싶다. 지금도 작업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 답답해지면 집에 있는 작은 화분들을 가만 쳐다본다. 그러면 다시 또 무언가를 할 힘을 얻는다. 그 순간이 귀하고 고맙다.

이렇게나 받은 것이 많아서인지, 더워져버린 봄과 극심한 가뭄 그리고 빈번한 화재에 속상한 것 그 이상으로 너무 불안하고 슬프다.

지난 주말은 너무 일찍 피어버린 꽃들을 보며 한참 눈물을 흘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슬픔 속에도 정말 예뻐서 더 슬펐다.


식목일이라 늘 식물에게 은혜를 입는 한 사람으로서, 두서없이 감정만 앞서는 글이 되었지만, 식물에게 보내는 짧은 헌정 글을 써보고 싶었다. 떨어져 버린 벚꽃은 너무 아쉽지만, 비를 담뿍 맞은 연보라 빛의 라일락과 귀여운 노랑의 민들레, 존재감 미치는 제비꽃, 자세히 보면 더 예쁜 명자나무에게서 위안과 기쁨을 얻길 바라며- 이 세상 모든 식물들과 우리 집 테라랑 치자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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