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선으로 보는 자연

식물 복사

by 구본석

▏식물 복사 ▏


보이는 과학 링크 바로가기 : 면으로 보는 자연

자세한 제작 및 실험 방법은 보이는 과학 링크를 확인해 주세요!!



KakaoTalk_20251010_142238624_07.jpg


KakaoTalk_20251010_142238624_01.jpg
KakaoTalk_20251010_142238624_02.jpg



KakaoTalk_20251026_171113599.jpg


길가에 피어난 꽃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쭈그리고 앉아 잠시 바라보기도 하고,
사진기를 꺼내 이리저리 각도를 바꿔 찍어보기도 한다.
조심스럽게 따서 향기를 맡아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동글동글하고 규칙이 있는 듯 없는 듯
묘한 패턴의 잎에 시선이 머물기도 한다.


스마트폰 속 AI에게 물어보면

똑똑한 AI 가 바로 이름과 서식환경과 특징을 알려준다.

그제야 ‘아, 이런 식물이었구나’ "하며
다시 가던 길을 이어간다.


익숙한 시선으로 보는 자연은
잠시 여유를 갖게 하고,
미소를 짓게 하고,
평온을 선사하고,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잠시 멈추어 있던 시간은 다시 흐른다.
익숙한 시선으로 자연을 바라보는 순간은
늘 그렇게 짧다.


자연은 질서가 있는 듯, 없는 듯
다양한 모양과 복잡한 패턴의 혼란 속에 존재한다.
그 복잡함은 시선을 피하게 만들고 예뻤던 꽃만을 기억에 남게 한다.




평면으로 보는 자연 : 식물 복사


식물을 평면으로 눌러 종이에 복사해 보면

반복적인 잎의 모양, 잎맥의 선, 가지의 리듬.

패턴의 질서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림5.jpg


“밖에 나가서 나누어 주는 바구니에 식물을 채집해서 들어올 겁니다.”

아이들에게 바구니 몇 개를 나누어 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주위 깊게 관찰하면서, 모양이 다른 식물들을 채집하는 겁니다.”

“네~!”

바구니를 받아 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밖으로 향한다.
밖에는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바구니마다 모양이 다른 식물들이 하나둘 담기기 시작한다.

“이건 뭐예요?”
한 아이가 작은 잎을 들어 보이며 묻는다.

“그건 클로버야. 잎이 둥글지?”
옆에 있던 아이가 아는 척을 하며 대답한다.

아이들은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인 채 이리저리 살핀다.
작은 꽃, 기다란 잎, 톱니처럼 생긴 잎, 둥근 잎...
각자의 바구니에는 점점 다양한 모양이 쌓여간다.

누군가는 꽃잎을 하나 떼어 코끝에 대보고,
누군가는 줄기를 손가락으로 굴리며 “냄새가 나요!” 하고 킁킁거린다.

“선생님, 저 나뭇잎 따주세요!”
“이거?”
“아뇨, 그건 너무 커요. 옆에 작은 걸로요.”

나는 조심스럽게 작은 나뭇잎을 따서 건넨다.
“감사합니다~”
아이는 두 손으로 나뭇잎을 받아 든다.

아이들이 한 바구니에 한가득 식물을 모을 무렵,
“이제 안으로 들어가요!”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으고,
아이들을 이끌고 다시 교실로 향한다.
서로의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자랑하듯 웃는 아이들.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퍼진다.
바구니를 들고 들어온 아이들은 서로의 채집물을 자랑하듯 내민다.

“내 건 꽃이 세 송이나 있어요!”
“우와, 이거 잎이 진짜 작다.”
“이건 선생님이 따주신 거예요.”

아이들은 책상 위에 바구니를 내려놓고 모여 앉아
서로가 가져온 식물을 구경한다.
작은 잎, 기다란 줄기, 동그란 꽃, 가느다란 풀 한 줄기까지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인다.

“이제 여러분이 모아 온 식물을 복사할 거예요.”
나는 종이와 투명테이프를 나누어 주며 설명을 이어간다.

“나누어 준 종이에 원하는 모양을 선택해서 배열하고,
움직이지 않게 테이프로 고정해 주세요.”

“네~!”

아이들은 종이를 받아 들고 각자의 바구니를 열어 식물을 꺼낸다.
한 아이는 잎을 부드럽게 펴며 말한다.

“이건 길쭉하게 붙이는 게 예쁠 것 같아요.”
“나는 이렇게 동그랗게 모아서 꽃처럼 해볼래요.”

테이프 소리가 여기저기서 바스락거리며 들린다.
아이들은 서로의 종이를 들여다보며
“그렇게 하니까 더 예쁘다!”, “그건 나도 해봐야겠다!” 하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참고한다.

그때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선생님, 저 옆 조에서 가져온 풀 좀 써도 돼요?
그게 제 거랑 같이 붙이면 더 예쁠 것 같아요.”

“그래, 같이 써도 돼. 단, 친구에게 먼저 허락을 받고 써야 해요.”
“좋아요~ 써도 돼요!”
“고마워요!”

아이들은 웃으며 식물을 주고받는다.
다른 모둠이 채집한 식물까지 더해지면서
종이 위에는 점점 더 다채로운 색과 모양이 채워진다.

한쪽에서는 잎이 찢어져서 아쉬워하는 아이에게
다른 친구가 다가와 새 잎을 건네주기도 한다.
교실 안은 말소리와 웃음소리,
테이프를 자르는 바스락 거림이 섞여
조용하지만 활기찬 공기로 가득 찬다.




복사기 앞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아이들은 각자 손에 자신이 만든 종이를 들고
조심스럽게 차례를 기다린다.

첫 번째 아이가 종이를 복사기 위에 올려놓는다.
“그대로 눌러요?”
“응, 살짝만 눌러주세요. 잎이 움직이지 않게.”
버튼을 누르자, 복사기 안쪽에서 ‘윙—’ 하는 소리가 퍼진다.

빛이 번쩍 스치고, 잠시 뒤
하얀 종이 한 장이 서서히 밀려 나온다.
검은 바탕 위로 식물의 형태가 선명히 드러난다.


100.jpg
102.jpg
103.jpg
104.jpg


“우와~ 나왔어요!”
아이의 얼굴이 환해진다.
옆에서 기다리던 친구들이 고개를 내민다.

“진짜 멋지다!”
“잎맥까지 다 보여요!”
“이거 그림 같아요!”

복사된 종이는 금세 아이들 사이에서 돌려본다.
아이들은 각자의 식물을 복사기에 올리기 전,
다른 친구의 결과물을 보며 위치나 모양을 다시 조정하기도 한다.

“나도 이렇게 겹쳐서 해볼래요.”
“그럼 줄기가 두 개처럼 나올 수도 있겠다.”
“꽃이 뒤집히면 색이 진하게 나오지 않을까?”

복사기가 한 장씩 결과물을 내보낼 때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작고 탄성 섞인 숨소리들이 이어진다.
“오~”, “됐다!”, “내 것도 예쁘다!”

복사한 종이는 책상 위에 조심스레 쌓이고,
아이들은 기다리며 서로의 결과물을 비교하거나
자신의 종이를 다시 고쳐 붙인다.

교실 안에는 복사기의 일정한 기계음,
아이들의 속삭임, 웃음소리,
그리고 잎사귀 향이 섞인 잔잔한 공기가 흐른다.

책상 위에는 아이들의 상상과 손끝이 만든
작은 흑백의 자연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선생님, 복사 안 한 걸로 액자 만들면 안 돼요?”

종이 액자 틀을 나누어 주고 있을 때, 한 아이가 묻는다.

“복사 안 한 게 더 예뻐요.”

나는 웃으며 아이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래도 되는데, 그렇게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잎이 말라서 망가질 거야. 색도 갈색으로 변하고.”

나는 시간이 지나면 식물이 변해 간다는 것을 조심스레 설명한다.

“그럼 칼라로 복사하면 되잖아요.”
“교실에는 칼라 복사기가 없는데 어쩌지?”

아이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가, 누군가가 손을 든다.
“교무실에 칼라 복사기 있어요!”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휴대전화기를 꺼내면서 이야기한다.
“그래? 그럼 담임 선생님께 부탁해 볼까?”
“네~!”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담임 선생님께 가능한지 조심스럽게 부탁한다.
잠시 후, “가능해요, 아이들과 같이 오세요.”
담임 선생님의 다정한 답이 돌아온다.

아이들은 종이를 들고 교무실로 향한다.
복사기 앞에 선 첫 번째 아이가 종이를 조심스럽게 올리고 버튼을 누른다.
‘윙—’ 하는 소리와 함께 복사기 안에서 빛이 스친다.


200.jpg
201.jpg
202.jpg
203.jpg


잠시 후,
하얀 종이 위로 선명한 초록빛 잎과 노란 꽃잎이 나타난다.

“와~ 진짜 색이 똑같아요!”
“진짜 이뻐요~"
“앞으로 그림 이렇게 만들어야지 히히히~”

복사물이 한 장씩 나올 때마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웃음이 번진다.

옆에서 지켜보던 교무실 선생님들도
자연스레 모여든다.

“이거 정말 예쁘다.”
“그림이 아니라 진짜 식물이네.”
“우리 반도 이거 해봐야겠어요.”

아이들은 복사된 결과물을 손에 쥐고 서로에게 자랑하듯 보여준다.
어떤 아이는 잎의 모양을 따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이건 내가 붙인 거예요.” 하고 말한다.

복사기가 한 장, 또 한 장 결과물을 내보낼 때마다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밝아진다.
교무실에는 선생님들의 관심으로 잔잔한 열기가 돈다.




ChatGPT Image 2025년 10월 26일 오후 04_39_30.png


액자를 조립하는 아이들의 손은 어느 때보다 정성스럽고 세심하다.
테이프를 자르고, 종이를 맞추고,
조심스럽게 모서리를 눌러 고정한다.

완성된 액자를 책상 위에 올려둔 아이는
살짝 몸을 기울여 다른 친구의 작품을 들여다본다.

“이건 진짜 그림 같아요.”
“이 꽃은 복사했을 때 더 선명해졌어요.”
“내 건 잎이 겹쳐서 그림자처럼 나왔어요.”

교실 안은 조용하지만,
아이들의 말투와 표정에는 묘한 들뜸이 묻어 있다.

“완성된 액자에는 본인 이름을 써서
창가에 전시해 주세요.”

“네~!”

아이들은 하나둘씩 액자를 들고일어난다.
창가 쪽에는 이미 몇몇 아이들의 작품이 놓여 있다.
햇살이 스며들며 식물의 색이 유리 너머로 투명하게 빛난다.

누군가는 친구의 액자를 살짝 밀어주며
“이건 여기 두면 햇빛이 더 예쁘게 보여요.”
라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내 것도 옆에 두면 좋아요.” 하며 함께 배치한다.

그렇게 하나둘 늘어선 액자들은
하나의 긴 줄이 되고,
창가에는 작은 전시장이 만들어진다.

교실 문이 살짝 열리며
담임 선생님이 들어온다.

“어? 이게 뭐예요?”

선생님은 순간 발걸음을 멈추고,
창가에 늘어선 아이들의 작품을 바라본다.

햇살 아래에서 잎사귀의 녹색과 꽃잎의 노란색이 빛나자
선생님의 얼굴에도 놀라움이 번진다.

“이거… 정말 예쁘다. 진짜 전시회 같아요.”

아이들이 일제히 웃는다.
“우리가 만들었어요! 히히”
“교무실에서 복사한거요~"

선생님은 한참 동안 창가를 바라보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잘했다. 다들 고생했어요.
이건 꼭 다른 반 친구들에게도 보여줘야겠다.”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터뜨린다.
작은 교실 안에 웃음과 햇살이 가득 번진다.

창가에 빛나는 액자들,
그 앞에서 반짝이는 아이들의 눈빛,
그리고 함께 미소 짓는 선생님의 얼굴.

교실은 자연을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 전시된 전시장이 되어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자연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법을 배웠다.

그 시선은 단순한 관찰을 넘어,

영감과 상상을 가능하게 하고,

스스로 묻고, 해결하며, 실현으로 이어지는

과학적 방법의 단초가 된다.



행복한 과학 전체보기 링크 : Happy LAB Vol.1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 날지 못하는 에어로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