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펙터>의 숨겨진 이야기

1. M의 유언

by 발길 가는대로

1950년대 후반 007의 작가 이언 플레밍((Ian Fleming)은 시나리오 작가이자 영화 제작자 케빈 맥클로리((Kevin O'Donovan McClory ), 시나리오 작가 잭 위팅엄(Jack Whittingham)과 함께 제임스 본드 영화 <선더볼, Thunderball>의 제작 준비를 하면서 스토리 라인과 등장하는 조직과 캐릭터를 함께 구상하고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007 제임스 본드와 싸우는 악의 조직 '스펙터(SPECTRE)와 조직의 수장 스타브로 블로펠드(Ernst Stavro Blofeld) 같은 등장인물을 창조했다.


그러나 이언 플레밍은 이러한 구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설 <선더볼>이 1961년 출간되었고,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007 썬더볼 작전>은 1965년 개봉했다.


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이언 플레밍은 맥클로리와 위팅엄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아 두 사람은 이언 플레밍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 진행되는 중 양측은 합의를 통해 맥클로리는 소설 <선더볼>의 영화 판권과 그 안에 포함된 '스펙터' 및 관련된 캐릭터들에 대한 권리를 획득했다. 그리고 이언 플레밍은 소설 출판권을 유지하되 향후 재출판 시 해당 소설이 맥클로리 등의 시나리오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명시한다는 조건이었다.


이로 인해 007 시리즈 영화의 판권을 소유한 EON 프로덕션은 시리즈 영화에서 스펙터와 블로펠드 캐릭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게 된 상태였다.


이러한 상태는 맥클로리가 사망한 2006년 후에도 완전한 법적인 해결이 되지 않았고 마침내 2013년 11월 MGM과 EON은 맥클로리의 유산 관리 측과 합의하여 스펙터 및 관련 캐릭터들의 모든 영화 판권을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2014년, 007 시리즈 24 번째 영화 <007 스펙터>가 EON 프로덕션에 의해 공식적으로 제작논의가 시작되었다.


제목은 정해졌으나 문제는 감독 선정부터 시작이었다. <스카이폴>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던 샘 멘데스(Sam Mendes) 감독이 일치감치 후속 편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던 것이다.


결국 새로운 감독을 영입하는 노력 끝에 니콜라스 와인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이 선정되는 듯했지만 그는 '시리즈 영화는 창조에 제약이 너무 많다'라는 이유로 감독직 제안을 최종적으로 거절했다. 이로써 EON 프로덕션은 샘 멘데스에게 애걸복걸 매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목은 이미 결정되었고 감독도 선정되었지만 또 하나의 위기가 닥쳐왔다. 영화의 공동 제작사이자 배급을 맡고 있던 소니 픽처스가 컴퓨터 해킹을 당해 그동안 준비되었던 초기 시나리오 원고가 모조리 유출되고 말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소니 픽처스에 소속된 직원들의 개인 정보까지 함께 유출되어 제작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EON 프로덕션과 MGM은 유출된 정보의 재유출에 엄격히 경고하고 모든 법적인 조치를 강구했으며 직원들에게는 소니 픽처스가 800만 달러 규모의 합의금으로 법적 문제를 정리했다.


당시 다니엘 크레이그의 콧대는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다. 자신의 출연작 3편이 잇따라 성공한 후의 자신감이 충만했던 그는 4 번째 작품 007 <스펙터>의 출연 개런티를 엄청나게 요구한 것이었다.


영화는 다니엘 크레이그 없이는 불가능할 정도로 그는 새로운 유형의 제임스 본드로 확고하게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스펙터>의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 역대 시리즈 영화 중 최고를 기록했다. (스카이폴 보다 5,000만 달러 많은 2억 6,500만 달러)


크레이그의 요구는 이뿐만 아니었다. 자신도 프로듀싱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결국 그의 요구는 받아들여졌고 그의 이름은 영화의 공동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영화는 멕시코의 어느 도시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모습을 보여주며 시작된다.


본드가 '죽은 자 날(Day of Dead)' 축제에 나타난 것은 죽은 M의 유언에 따라 테러 용의자 마르코 스키아라(Marco Sciarra)를 추적하여 죽이려는 이유이다. 하지만 이는 MI6의 공식적인 임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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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분장 차림을 한 본드가 묘령의 여자(멕시코 요원, 스테파니 시그만 Stephanie Sigman)와 호텔의 로비를 거쳐 엘리베이트로 타고 룸으로 들어가는 오프닝 장면을 촬영한 곳은 멕시코시티 중심부 조칼로 광장에 있는 그랜 호텔(Gran Hotel Ciudad De Mexico)이다.


본드가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광장(Zócalo Square) 상공에서 헬기를 타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하지만 이 화면은 컴퓨터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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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 아래의 관중은 1,500명가량의 엑스트라를 동원해서 찍었고, 헬기가 도시를 휘저으며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는 장면은 멕시코시티가 아니라 900km 동쪽에 있는 조그만 도시 치아파스(Chiapas) 주의 팔렌케(Palenque)에서 촬영했다.


본드가 테러 용의자 스키하라를 저격하기 위해 사용하는 총은 개머리판을 접을 수 있고 레이저 조준과 소음기 부착까지 가능한 Glock 17(FAB Defense KPOS Carbine Conversion kit)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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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를 생포할 수 없었지만 본드는 유일한 단서 - 문어(옥토퍼스, Octopus)가 디자인되어 있는 반지를 획득한다. 반지의 시중가는 현재 13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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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는 새로운 MI6의 수장이다. 이 명칭의 유래는 초기 MI6의 수장이었던 조지 맨스필드 커밍(George Mansfield Smith-Cumming)의 코드네임으로 사용되었다. 세월이 흐른 후 C가 M으로 대체되었다.


MI5는 보안 정보국(Security Service)의 코드네임으로 사용되고 있다. 1909년 영국 내에서 활약하는 독일 스파이 색출을 위해 설립된 내무부 산하의 기관이다. 본부 건물의 이름은 템즈 하우스(Thames House)로 부른다.


MI6의 경우 표면적으로는 외무부 소속이나 총리 직속기관이며 총리 부재 시 국방부 장관이 대행하고 영국 의회 합동 정보위원회의 감독을 받는다.


감식반이 스카이폴에서 회수한 물건들을 확인한 본드는 임시 후견인 명령서(an order of temporary guardianship)와 자신의 모습이 찍힌 사진 1장을 확인한다.


아쉽게도 임시 후견인의 우측 어린아이의 얼굴은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임시 후견인의 이름 "J. Oberhauser"는 선명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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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본드는 빌 태너(Bill Tanner)의 안내를 받으며 지하에 있는 새로운 MI6의 안전 장소로 가서 Q로부터 자신의 이동을 감시할 수 있는 스마트 혈액이 심어졌고, 알람 소리가 큰 (폭탄이 탑재된) 손목시계를 받았으나 그는 애스틴 마틴을 훔쳐 로마로 간다.


새로 소개되는 본드카는 Aston Martin DB10이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특별히 10대 한정으로 생산되었고 8대는 영화에, 2대는 쇼카로 보관되었다. 쇼카 2대 중 1대는 2016년 2월 19일 2,434,500 GB £(약 350만 달러)에 경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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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가 자신이 멕시코에서 죽인 스키아라의 장례식이 치러지는 로마의 장례식장으로 가서 스키하라의 미망인 루치아 시아라(Lucia Sciarra)를 만나 그녀의 목숨을 구해준다.


그 대가로 그는 남편이 속해있는 조직이 오늘 밤 히트맨의 자리를 대신할 사람을 선출하기 위해 카덴자 궁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정보를 얻는다.


장례식 장면은 로마의 공원묘지가 아니라 시 외곽에 있는 로마 문명 박물관(Museum of Roman Civilization)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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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루치아의 집은 Villa di Fiorano이다. 400년 역사를 가진 이곳은 의외로 장례식 장면을 찍었던 곳에서 가까운 곳이다. 근처에 참피노 공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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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치아 역할을 맡은 배우는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이다. 등장 장면이 짧아 거의 카메오 수준이지만 50대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1964년생) 여전히 아름답다.


카덴자 궁에 모인 스펙터의 조직원들은 수장이 등장하기 전에 그동안의 성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제약 분야의 경우 아프리카 판매액을 거의 전부 장악하고 있다고 하고 장애가 되는 인물들은 전부 제거했다고 한다. 또 하나 이들은 페일 킹을 제거해야 한다고 하는데…


아직 수장의 정체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는 이미 미팅 장소에 본드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본드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던진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영상으로 확인하자.

https://www.youtube.com/watch?v=o8wvQkZkxyQ

이를 영문으로 옮기면…

"Welcome, James. It's been a long time... and, finally, here we are! What took you so long?"


그리고 한글 자막에는 ‘뻐꾹!’이라고 하지만 영어 대사는 “Cuckoo!”이다. 고개를 올린 수장 블로펠드(Blofeld, 오버하우저가 바꾼 이름이다)와 눈을 마주친 본드는 그가 ‘Cuckoo!’ 하는 순간 마치 서로가 아는 사람 같은 느낌이다.


스펙터 조직의 집회 장소인 카덴자 궁은 사실 허구의 장소이다. 이 장소의 외관은 영국 옥스퍼드 근처에 있는 블렌하임 팰리스(Blenheim Palace)에서 촬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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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이 등장하자 페일 킹을 제거하기 위해 새로운 히트맨 자리를 대신할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순간 엄청난 덩치의 사나이 Mr. 힝스(Hinx)가 나타나 그 자리를 차지하고 정체가 들킨 본드는 탈출을 시작한다.


카 체이싱이 벌어지는 장소는 로마의 성 베드로 광장 - Scalo De Pinedo - Lungotevere로 이어진다. 그리고 본드는 머니페니에게 전화를 걸어 그동안 함부르크, 튀니지, 멕시코시티의 테러 사건 전부가 한 조직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킨 사건이라고 알려주며 조사를 부탁한다.


이 장면에서 과거 영화와 달리 머니페니에게도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머니페니가 침대에서 일으나 전화를 받자 미지의 남자가 ‘누구냐?’고 물었고 머니페니는 ‘상사가 신용카드를 도둑맞았대 별거 아냐’라고 한다.


머니페니는 본드에게 페일 킹은 바로 퀀텀 조직의 미스터 화이트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그는 4개월 전 오스트리아 알투시에서 흔적이 발견되었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본드는 또 프란츠 오버하우저의 사망 전후에 대해서도 조사하도록 시킨다.


본드의 차 Aston Martin DB10과 로마의 골목길에서 멋진 카 체이싱 장면을 보여주는 Mr. 힝스의 슈퍼카는 Jaguar C-X75이다.


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7대 한정 생산되었고 영화 상영 후 소더비 경매에서 120만 달러에 경매에 부쳐졌다. (Aston Martin DB10의 경우 촬영에 제공된 8대 중에서 7대가 이 장면 촬영 중에 박살이 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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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런던의 머니페니는 노트북으로 과거의 기사를 검색하고 있다. 기사의 제목은 ‘FATHER AND SON FEARED DEAD IN AVALANCHE’이다. 그리고 확대되는 신문의 사진은 바로 블로펠드의 모습이다. 영상을 캡처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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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주인공은 한스 오버하우저(Hannes Oberhauser)이며 오스트리아의 등반과 스키 강사였다. 그는 프란츠 오버하우저(Franz Oberhauser, 현재는 블로펠드(Blofeld)로 이름을 바꾼 스펙터의 수장)의 부친이며 본드의 법적 후견인(양아버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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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본드의 부모에게 오스트리아의 Kitzbühel에서 등반과 스키를 가르쳤지만 그들이 사고로 죽자 고아가 된 본드의 양육을 책임졌다.


이로 인해 아버지의 사랑을 본드에게 빼앗긴 친아들 프란츠는 눈사태를 일으켜 부친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은 것처럼 위장했던 것이다. 이제 정체가 드러났으니 불에 타서 확인할 수 없었던 사진을 복원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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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도쿄에서 각국의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새로운 세계질서를 논의하는 안보 회의가 개최되고 있다. 나인 아이즈(9 Eyes)라고 명명된 위원회는 회원국 모두의 통합 정보에 대한 모든 접속 권한을 갖는 정보 통합 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이었다.


더 많은 정보, 더 많은 분석을 통해 테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는 사람은 영국의 안보 국장 맥스 덴빅이다. 하지만 나인 아이즈 결의안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대로 8:1로 부결되었다.


한편 본드의 차가 로마에서 전복된 기사를 읽고 있던 M은 Q에게 전화를 걸어 본드가 런던에 있는지를 확인하지만 Q는 본드의 위치를 거짓으로 알려준다. 하지만 본드는 오스트리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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