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카지노 로얄>의 숨겨진 이야기

4. 흑백으로 시작된 영화

by 발길 가는대로

유튜브 전성시대이니 오프닝 신을 감상해 보자. 심지어 한국어 자막도 있으니...

https://www.youtube.com/watch?v=B0b1-SzTdgw

MI6의 요원 제임스 본드는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영국 대사관의 배신자 드라이든 과장과 그의 정보원(연락책)을 죽인다. 드라이든 과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는 아직 00 코드를 받지 못한 단순한 요원임을 알 수 있다.


이 오프닝 시퀀스(Sequence)는 실제로 체코의 프라하에 있는 Danube House라는 복합 오피스 건물에서 촬영되었다. 어둡고 흑백 화면이라 잘 보이지 않지만 밝은 데서 보면 꽤 괜찮은 건물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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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으로 영화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향후의 본드 영화가 기존의 화려한 영상미를 탈피하여 차별화를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고 또 고전적인 첩보물의 분위기를 연출하는데도 도움이 되었다.


아무튼 본드는 00 자격을 부여받는 필수 요건인 두 명 이상의 살인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그가 앞으로 살인면허 00 코드를 받을 것과 그의 거친 액션은 확실히 과거의 젠틀맨 액션의 제임스 본드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선사한다.


화면은 우간다의 밀림 숲으로 옮겨가고 미스터리 인물 미스터 화이트는 우간다의 테러리스트 스티븐 오반노(Steven Obanno)에게 알바니아의 금융 전문가 르쉬프(Le Chiffre)를 소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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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밀림 숲은 이 영화의 메인 스튜디오인 Pinewood Studios 근처에 있는 블랙 파크 컨트리 공원(Black Park Country Park)에서 촬영했다


르쉬프는 전화상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공매도를 지시한다. 공매도는 영어로 ‘Short Selling’ 혹은 ‘Short’이라고 하고 한자는 ‘空賣渡’이다.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라는 의미인데 이래도 어렵다면 돈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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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내가 주식을 팔고 싶은데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이 아니라 타인이 가진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갚을 때 현금으로 갚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숫자의 주식으로 갚는다)


즉, 주당 1만 원인 A라는 주식 100만 주(100억 원어치)를 빌려서 팔고 (이때 나는 100억을 갖고 있는 셈이다) 며칠 후에 주식 가격이 주당 9천 원으로 하락하면 현금 100억 원을 갚는 것이 아니라 9천 원으로 하락한 주식을 다시 구매하여 100만 주를 갚으면 10억 원의 차익을 얻게 되는 셈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테러리스트(반군 지도자)는 아프리카 우간다의 무장단체 LRA(Lord’s Resistance Army)의 조지프 코니(Joseph Kony)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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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코니는 한때 천주교의 신부를 지망할 정도로 신앙심이 깊었지만 우간다의 폭군 대통령 무세베니(Yoweri Museveni)를 축출하기 위해 반군 조직을 결성하고 정부군에 대항하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무세베니 보다 더 나쁜 놈이 된 인물이다.


그의 추악한 면모는 6만 명이 넘는 아이들을 납치하여 겁 모르는 소년병으로 만들고 여자아이들은 성 노리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88명의 첩과 44명의 자식이 있다)


마침내 00 코드를 부여받은 본드는 마다가스카르에서 폭탄 제조 전문가 몰라카를 추적하고 있었다. 영화 도입부에 전개되는 몰라카를 쫓아가는 추적 장면은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어떻게 변모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그의 첫 등장은 이런 모습이었다. 과거의 제임스 본드와 달리 슈트를 벗어던지고 이런 모습을 보여줄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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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육상 메달리스트 출신의 프리 러닝 세계 챔피언 세바스찬 푸캉(Sebastian Foucan)과 펼치는 추적 신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액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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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하마 낫소 섬의 30년 이상 방치된 호텔 공사장을 리모델링한 거대한 세트장에서 다니엘 크레이그는 자신이 등장하는 단 5분간의 액션신을 소화하기 위해 전문 스턴트 액션 팀과 함께 3개월 동안 훈련에 매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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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숨 막히는 고공 액션과 거친 격투신 전부를 직접 소화하는 연기 투혼을 보여주었다. 이 장면은 마다가스카르가 아니라 바하마의 낫소 섬의 coral harbour에서 촬영했다.


이에 대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각오는 “관객들이 모든 액션이 진짜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나는 모든 액션 장면을 내가 할 수 있는 한 직접 해내고 싶었다.”였다.


‘전혀 다른 제임스 본드’에 대한 징조는 이미 여러 차례 언급이 되었다. 감독 마틴 캠벨은 “이 영화 이후 제임스 본드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라고 했고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는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폭탄 제조범을 쫓아 들어가는 남부투 대사관은 낫소 섬의 델랑시(Delancy) 스트리트에 있는 지금은 폐쇄된 부에나 비스타(Buena Vista) 호텔의 노란색 건물에서 촬영했다. 이곳은 구글의 스트리트 뷰가 되지 않는 곳이라 항공사진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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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007 영화 시리즈에서 낫소 섬은 이미 두 번이나 등장한 곳이다. (시리즈 4번째 영화 숀 코네리의 ‘썬더볼 작전’과 10번째 영화 로저 무어의 ‘나를 사랑한 스파이’) 하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이 섬에 머물렀던 기간은 숀 코네리나 로저 무어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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