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책방 죄책감]에서 마지막 그림책 수업을 종강했다.

올해 12월은 마음이 참 따뜻합니다.

by 이수연

달력을 보니 12월에는 연말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곧 돌아오는 금요일에는 계원예술대학과 서울예술대학 학생들이 함께 만든 '한 권의 책' 전시행사가 남산에서 열린다. 다음 주에는 은평도서관 행사와 안양 뜻밖의 여행 책방에서 송년회가 열린다. 가족 모임까지 합하면 12월은 크고 작은 행사들이 계속 이어지겠구나.


어제는 한겨레 그림책 스토리텔링 수업이 종강되었고 책방 죄책감에서 전시를 보며 이를 기념하는 시간이 있었다. 16주라는 시간 동안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것 같은데 정이 많은 드셔서 서로 종강 후에도 어떻게든 스터디그룹을 만들어서 계속 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들을 보니 기쁘다.

닿은 작가님이 귀여운 털 머리끈을 선물해 주셔서 머리도 같이 묶어보고, 두장 가득 편지에 나는 좀 마음이 일렁일렁했다. 내 첫인상이 차가웠다는 대부분의 의견 (다음 주부터는 웃으면서 들어가야지), 팩트 폭격을 자주 해서 무서운 사람인 줄 알았다는 종강 후기. (나 분명히 칭찬을 훨씬 더 많이 했는데...) 과정 중에 폭풍 성장한 수강생도 보이고 (처음 작업보다 훨씬 더 유연해지고 그림을 즐기기 시작한 게 보였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는 후기가 있어서 반가웠다. 아무래도 첫 시간부터 소재, 주제, 시놉시스 뭐 가지고 왔냐고 물어보니 다들 당황을 많이 하셨던 것 같다. 첫 시간에는 12명 이러다가 중간부터 반으로 주는 패턴도 이번도 똑같았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이번 그림책 기수분들은 특유의 따뜻함과 열정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서로가 서로의 팬이라며 작업을 좋아해 주는 모습들, 이 수업에서 행복을 하나씩 찾아갔다는 말들은 나에게도 오래 남을 것 같다.


죄사장님이 선뜻 허락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게도 종강을 책방에서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어제 문을 잘 잠그고 뒷마무리를 잘하고 나왔는지 살짝 불안하다.

늘 보고 알던 작업인데도 빔으로 크게 틀어두고 발표를 하니 다소 긴장하시기도 하고, 깜짝 놀랄 정도로 낭독을 잘하시기도 하고, 매력이 끝도 없이 터지는 예상밖의 프레젠테이션 시간이었다. 그래픽노블 수강생 한분이 같이 와서 봐주셔서 반가웠다.

나는 어젯밤 엄청 웃었다. 너무 웃어서 발표시간 내내 조용히 참느라 힘들었다.


이 그림책 한 권을 만드는 수업이 무엇이길래, 남편에게도, 딸에게도, 어린 시절의 자신에게, 일이 안 풀려서 아팠던 자기 자신에게도 말로 풀어내지 못했던 진실들을 그림과 글로 풀어놓게 되는 걸까?. 아마 사회에서 만났다면 우리는 서로를 절대로 이렇게 깊게 파고들며 이야기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묘하게 그리는 사람들을 닮아있는 글과 그림들이어서 꾹꾹 눌러 담아 두었던 마음들이 드러난다. 여러 사람들 앞에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이 기분을 오래오래 기억하셨으면 좋겠다.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과정이고 다들 너무 씩씩하게 잘해주셨다.


직접 구워온 빵과 빨간 케이크를 앞에 두고 모두의 내년 출판 기원을 빌며 함께 촛불을 불었다.

매기수가 끝날 때마다 아쉬움이 조금씩 남는데, 동시에 내가 응원을 많이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서 작업하는 상태였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었을 감정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열한 시가 다되어서도 이어지는 수강생들의 주접멘트를 보며 잠이 들었다.

여러분 덕에 2024년도 12월이 더 따뜻하게 기억될 거예요.

감사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사람이 그렇게 까지 궁금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