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내가 본 것들
집 근처에 작은 수녀원이 있다. 아주 작은 단독주택이 담이 높아서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전혀 볼 수 없다. 가끔 새벽 일찍 나올 때면 수녀님들이 두세 분 나오실 때가 있다. 그럴 때, 아, 우리 옆집에 수녀원이 있구나 그렇게 인식이 될 정도로 그분들은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항상 조용하시다. 그분들께 항상 궁금했던 것은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계시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항상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고 새것 같다. 그분들이 입고 계신 모든 옷과 소지품이 다 그렇다. 어떻게 세탁을 하시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오늘 병원에 가려고 언덕길을 내려오는데 높은 담장 사이로 제일 낮은 틈이 보였고, 특정 각도에서만 마리아 성모상이 보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소 기괴한 프레임 안에 마리아 님이 계셨는데 지난 9년간 못 보았던 것을 처음 보아서 신기해서 찍어두었다.
병원에 가서 약의 의존성을 줄이기 위해 2일에 한번 먹거나, 반으로 쪼개서 먹거나 해보자는 이야기를 듣고
네! 하고 30일 치를 타서 나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잘 안 가는 골목 쪽으로 가려고 조금 복잡하게 돌아왔다.
이번에는 예수님상이 보인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경비님 사무실 간판과 함께 무언가 이야기가 있는 한 장면 같았다.
(나중에 어딘가에 꼭 쓰고 말겠다.)
한강 러닝코스 근처에 큰 전시용 배가 있다. 격일로 매일 만나는 배인데, 크기가 제법 크다. 늘 배의 앞머리만 찍다가 오늘 조타실 쪽을 찍어보았다. 내가 잘 못 그려서 그런지 기계가 가지는 미학들에 대해서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오늘 아침에 갑자기 멋져 보였다.
이것도 혹시 모르니까 하면서 찍고 조금 더 걸어가다가 주인공이 서서 바라볼 법한 한강 다리가 보이길래 한번 더 찍고 큰 고가와 작은 고가가 맞물리는 길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는 상태에서 상징적인 장면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아 하면서 한 장 또 찍었다. 사진에 다 어딘가 써먹겠다는 사심이 가득하다.
어제 많이 팔리지 않은 어떤 분의 책이 호기심이 들어서 두 권을 읽게 되었는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감정이 많이 동요되었다. 글은 에세이 같이 쉽게 써져 있어서 술술 읽히는데 이분은 많은 부분 나와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지 전혀 낯선 글을 읽는 것 같지가 않았다.
-내 몸이 익혀온 감각은 이 모든 과정을 단번에 압축해 버린다.
내 몸이 익혀온 감각이라.
오늘도 나는 무뎌지지 않기 위해 책상 앞에 우선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