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주변의 추천으로 [퍼펙트 데이즈]를 보았다.
음악이 좋다, 빔 벤더스,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기 전에 책을 보는 중장년등 몇 가지 수식어가 그 영화를 보게 하였는데, 나에게는 다소 엉뚱한 몇 가지가 강하게 여운이 남았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도쿄 공중 화장실 청소부이다. 간소한 그의 세간살이와 반복되는 일상, 아침마다 꾸는 흑백의 꿈, 출근하며 듣는 오래된 쓸쓸하고 다정한 정취의 음악들이 약간의 변주를 거듭하며 반복된다. 매일 같은 날인 것 같지만, 미묘하게 다른 그의 일상. 사진을 찍고 필름을 현상하고, 그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사진을 월별로 정리하기, 어린 묘목을 데려와 집의 화분에서 조심스럽게 키우기, 자기 전에 오래되어 보이는 철제 스탠드 밑에서 뒹굴거리면서 보는 중고 책방에서 구매한 책들. 어떻게 그의 일상이 지루할 수 있을까. 그는 매일매일을 충실하게 자신의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지키면서도 무언가를 흡수하고 창조해 내는 사람으로 보였다. 얼마 전에 중간까지 보고 시간이 없어서 끊었던 시를 쓰는 버스 운전기사의 이야기, 패터슨과도 유사점이 보였다. 매일 같은 길로 출근을 하고, 따분해 보이고 돈이나 지위라는 것에서 먼 것 같은 그들의 업이, 그들이 쓰는 시 한 줄에, 점심시간마다 바라보는 나무를 친구로 여기고, 그 다채로운 빛을 눈에 담는 것으로 매일매일을 그들이 다르게 산다는 것을 분명하게 증명해 내고 있었다.
퍼펙트 데이즈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오래전 연락을 끊고 지내는 히라야마의 여동생의 딸, 조카가 가출을 하고 히라야마의 집으로 갑자기 찾아와서 자전거를 함께 타는 장면이었다. 다음에 다시 오자는 히라야마에 말에 다음에 언제요?라고 물었던 것 같다. 그러자 다음은 다음이고, 지금은 지금! 이런 말을 히라야마가 대답하자, 조카가 웃으며 그 말을 반복한다. 둘이 자전거를 타고 가며 어린아이들 노래 부르듯 그 문장을 반복한다.
자주 가는 단골 술집의 여사장의 전남편이 갑자기 찾아오는 장면은 이 영화에 왜 넣었을까 생각을 하면서 보고 있었는데, 히라야마가 강변에서 안 피우던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 그 전남편이 다시 등장하면서 의문점이 풀렸다. 그는 암이 걸려서 치료를 앞두고 있었고 오래전 이혼한 아내에게 안부를 전하고 인사를 하고 싶어서 찾아온 것이었다. 그도 익숙하지 않은 듯 담배를 빌려 피고 함께 콜록거렸다. 그러다가 그림자가 겹치면 더 어두워질까요?라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데 히라야마가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제대로 알고 있는 것도 없는데 나이가 들었다는 내용으로 대답을 했다. 그러자 히라야마가 마치 어린아이 같이 그를 강변 근처에 가로등 빛이 분명한 위치로 그를 이끈다. 그리고는 둘의 그림자를 직접 그 자리에서 겹쳐본다. 더 어두워지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결과가 어땠는지는 영화상으로도 분명히 보이지 않고 애매하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궁금하고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지금' 알아낼 수 있다면 '지금' 알아내기 위해 가로등 밑으로 자리를 옮긴 둘의 서슴없는 엉뚱한 발걸음이다.
오늘 윤상님의 [내일은 내일]이라는 노래를 들으면서 그림책 작업을 조금 진행했는데 가사가 이 영화와 닮아 있었다. 아마도 다른 분들은 그 영화를 보았을 때 다른 면에 더 시선이 갔을지도. 나에게는 '지금', '오늘'이라는 단어가 더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https://www.youtube.com/watch?v=ng2W1HnO9Ug
너의 이마에 맺힌 반짝이는 땀방울
더 나은 미래의 약속이라고...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지
게으른 낙오자에게
내일이란 없다고
누가 만든 약속인지
먼저 나에게 가르쳐 줘
누굴 위한 미래인지
그것도 내겐 궁금해
내일은 내일일 뿐이야
단 하나뿐인 나의 오늘이
어느새 기억 저편에 사라지려 하는데...
너의 눈가에 맺힌 반짝이는 눈물은
다가올 승리의 약속이라고...
오랫동안 그렇게 배워왔지
힘없는 패배자에게
행복이란 없다고
누가 만든 싸움인지
먼저 나에게 가르쳐 줘
누굴 위한 행복인지
그것도 내겐 궁금해
#윤상#내일은 내일#퍼펙트데이즈#빔벤더스#오늘은 오늘#지금은 지금#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