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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그림책> 5월호,사랑하는 책방 두 곳을 소개했다.

by 이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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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작가의 아지트, 그림책방 3 ‘비플랫폼 + 책방죄책감’


제목: 그림책으로 이어지는 설렘과 환대의 공간


글쓴이: 이수연_그림책작가,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저자


이미지: 웹 ⓒ이수연,ⓒ비플랫폼,ⓒ날아라 코끼리블로그




그림책으로 만나는 특별한 경험, 비플랫폼


‘비플랫폼’은 그림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미 유명한 곳으로, 독자와 창작자를 잇는 플랫폼의 역할을 하려고 만들어진 공간이다.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면 전시 공간과 스튜디오, 책 판매 공간이 아기자기하게 나누어져 있다.


나와는 2021년 『달에서 아침을』로 북토크를 하며 처음 인연을 시작했다. 비플랫폼에는 신간 그림책의 원화를 전시하는 갤러리 공간이 있는데, 2022년 작업한 『너는 나의 모든 계절이야』 전시에서 갤러리 한쪽 벽 가득 장미꽃을 그렸었다. 처음 해보는 벽화 작업이었는데, 그 뒤로 다른 전시에서도 종종 벽화를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갤러리를 나와 스튜디오로 이어지는 일 미터 남짓한 폭의 작은 복도도 전시 작가의 다른 책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한다. 신진 작가와 작은 출판사의 전시를 지원하는 손서란 대표의 섬세한 배려가 곳곳에 느껴진다. 책방의 다양한 쓰임새와 구성을 보면, 비플랫폼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모습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 수 있다. 매월 2회 이상 신간 원화 전시와, 북토크, 스튜디오에서 책과 관련된 워크숍을 진행한다.


무엇보다 비플랫폼의 제일 매력적인 점은 다른 책방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한국에 미출간 된 해외의 아름다운 수입 그림책을 먼저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글이 아닌 다른 언어로 인쇄된 표지에서 느껴지는 이국의 폰트와 낯선 미감들, 어떻게 이렇게 선명한 노란색으로 인쇄가 될 수 있을지, 이토록 실험적인 형태의 책들이 출판이 가능하다니! 대형서점에 진열된 우리나라 그림책들과는 조금 다른, 새로운 시도들을 경험하고 감탄하다 보면 늘 한 권의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게 된다. 여행을 하고 온 듯, 낯선 아름다움과 다양한 문화를 눈에 담았다는 충만함을 얻는 책방 비플랫폼. 이곳은 또한 책을 만드는 책방이기도 하다. 작품으로서 의미를 갖는 아티스트북을 소개하며, 실험적인 시도들이 돋보이는 소량 제작 서적은 특별히 중앙 유리장 속에 전시되어 있다. 며칠 전 150권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책을 이곳에서 만났다. 그림책의 그림 한 장면에서, 한 문장에서 갑자기 누군가 나를 꼭 안아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작은 그 책 안에는 “매일 자신을 유용하게 만들고 새로운 사람과 연결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한때 끔찍하게 외로움을 느꼈던 그는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었다”라는 문장이 쓰여있었다.


5월부터 신간 『비가 내리고 풀은 자란다』 원화 전시를 앞두고 있다. 초록의 수채화와 따스한 봄은 또 나를 어떤 이와 연결하고 어떤 마음을 알게 해 줄까? 어떤 낯설고 아름다운 그림책이 이곳에서 내 마음을 설레게 할지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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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죄책감에 귀 기울이는 따스한 곳, 책방죄책감


두 번째로 소개할 책방은 일 층 입구 유리에 써진 문구가 인상적이다. “죄 많은 분 환영합니다”라니. 지난 3년간 수많은 질문들이 있었을, 왜 책방 이름이 하필이면 ‘죄책감’일까? 우리가 가진 ‘죄책감’을 책을 통해 탐구하는 책방, ‘차별, 폭력, 불평등, 양극화’ 등 깨어진 세상에서 벌어지는 아픔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는 책을 큐레이션 하는 곳이 ‘책방죄책감’이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커다란 유리창이 양쪽으로 시원하게 뚫려있다. 바깥으로 통하는 큰 창문들 덕에 개방감이 드는 책방 안으로 들어서면 오래된 서까래가 위쪽으로 드러나 있다. 이곳에서 그림책 전시를 몇 번 했었다. 첫 전시는 2022년에 『내 어깨 위 두 친구』였고, 일 층 입구 유리문에 까만 표범을 그렸다. 2023년 토끼의 해 봄에 『우리 마을에 온 손님』 전시를 했었고, 난민들을 향해 환영의 손을 흔드는 노랑 토끼를 그렸었다. 올봄에는 신간 그림책 『고릴라의 뒷모습』의 원화 전시를 함께했다. 예전에는 파주타이포그래피학교(PaTI)에서 진행했던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수업 과제전을 했었고, 최근에는 한겨레교육에서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수업 결과물을 단체전으로 전시한다.


첫 창작 책을 전시하며 기념하는 소중한 순간을 책방죄책감과 함께 나누고 있는데, 늘 공간을 내어주시는 죄사장님에게 감사하다. 죄사장님, 홍진일 책방지기님의 담백함은 한결같다. 인스타그램에 잘 지키지 못해 죽어버린 화분들을 버리지 않고 그 사진이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는 글이 함께 올라온다. 집에 있던 벽지를 재활용하는 포장 서비스를 알리면서 ‘예쁘지는 않다’고 미리 알리고, 재활용과 자연보호의 의미로 이해를 부탁한다.


소복이 작가님의 만화 워크숍 이후로 책방지기님이 책갈피를 만화로 제작했는데 ‘죄’라는 글자로 이목구비를 만들어 그린 얼굴이다. “오늘도 책 안 읽고 폰만 봤네” 같은, 책갈피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면 내 마음이 들킨 것 같고 서글픈 마음도 들어서 작게 웃음이 나온다.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는 책과 모임이 있는 곳, 책방죄책감은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에세이와 시, 소설뿐만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를 내는 다양한 책 큐레이션으로 한참을 자리에 머물게 한다. 한 권을 골라서 길 쪽으로 난 기다란 테이블에 앉아 창문을 마주 보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고 가도 좋을 것이다. 구매한 책을 읽을 때는 차 한잔을 내주는 따듯한 곳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 ‘죄 많은 분’이라는 부름에 용기 있게 대답하는 당신을 따뜻하게 환대하는 이곳. 단단히 기억해 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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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플랫폼

서울 마포구 독막로 2길 22, 3층 / @bplatform


 책방죄책감

서울 용산구 청파로47길 8(청파동 3가), 2층 / @guilty_book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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