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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을 좋아해요

광어, 우럭, 연어 말고도 많습니다.

by 박승연

나의 해산물 사랑은 어찌 보면 필연입니다.

아버지가 해산물을 사랑하셨기에, 자연스레 접할 일도 많았습니다.


해산물은 진입 장벽이 높은 녀석들도 많다.

어릴 때는 처음 보는 음식에 섣불리 손이 가지 않을 때도 많지 않은가?

먹고 싶지 않다는 초등학생에게 음식을 먹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와.. 니는 이걸 공짜로 줘도 못 먹나, 치아라 아이고...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할 건데"


저렇게 해서 처음 먹고, 마니아가 되어버린 음식들이 꽤 있다.


첫인상은 주황색 정체 모를 덩어리였던 성게알(사실 알은 아닙니다.)은 이제

밥도 비벼먹을 수 있고요.


식해(찜질방 필수메뉴 그 녀석 말고요.)는 어디 구하기도 힘들어 나왔다 하면

밥 두 공기를 비워내곤 합니다.


해산물 취향에 대해서 이것저것 말해볼까요.


<맛있는 녀석들>

1. 광어

2. 참치

3. 고등어

4. 연어

5. 성게알(우니)

6.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광어]


광어는 고급어종입니다.

수상할 정도로 광어 양식을 잘하는 우리나라에서는

값싼 횟감의 대명사이죠.


다만, 가격 대비 최고의 맛을 내는 광어라는 녀석은

늘 감사해야 하는 존재임은 분명합니다.


광어는 서더리(회를 뜨고 남은 뼈 및 잔여물) 탕을 끓여도 국물이 뽀얗게 우려나 구수하고,

머리는 매우 작아(부럽다) 타 어종에 비해 수율이 높습니다.

몸통살은 담백하고, 지느러미살은 기름지죠.


몸통살이 맛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이니

지느러미살(엔가와) 이야기를 좀 더 해보겠습니다.


지느러미살은 통통하고,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일품입니다.

그냥 먹어도 맛나지만, 저는 2차 조리를 꼭 하곤 합니다.


겉 부분에 칼집을 살짝 내고 소금을 뿌려

토치로 약하게 겉면을 익혀주면,


끝내주는 녀석이 나타납니다.

지느러미살의 지방이 녹아 나와 느끼할 수도 있겠지만

소금이 그 느끼함을 잡아주죠.

[다시마에 숙성한 광어]



[참치]


참치는 뭐 설명이 더 필요한가요.

먼저, 참치 중에 대장인 참다랑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대뱃살(오도로), 중 뱃살(쥬도로), 등살(아까미) 그리고 외 특수부위가 몇 있죠.

저는 중용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참치에서는 그게 잘 안됩니다.


미친듯한 부드러움과 기름짐을 한 몸에 받아내는 대뱃살은

단연, 단 한 점의 횟감을 골라야 한다면 저는 바로 이 녀석을 고르겠습니다.

[참치 대뱃살]


그런데 10점을 천천히 먹으라면, 등살을 먹겠습니다.

흔히들 동전 빠는 맛이라고 하죠? 그런 삼삼한 산미가

혀를 계속해서 굴리게 만듭니다.


그냥 간장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간장에 담가 살짝 절인 상태에서 먹는 맛도 일품입니다.

[중뱃살쪽에 가까운 등살]


참다랑어 외에도 참치는 종류가 참 많은데요.

가쓰오부시의 재료인 가쓰오(가다랑어)도 횟감으로 좋습니다.

겉면을 살짝 지져낸 가쓰오는 특유의 감칠맛이 있죠.

기름기가 없어도 참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이 녀석에게 배웠습니다.


참치도 광어처럼 버릴 부위가 없어요.

머리는 조림으로

뼈 사이는 숟가락으로 긁어내어 김에 싸 먹고

구석구석 안 쓰이는 곳이 없죠.


어쩌면 해산물 중에서 가장 '소'와 비슷한 것이 참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어]


아아 가장 나에게 슬픔을 주는 생선입니다.

고등어라는 녀석은 구이로만 먹을 줄 알았던

경험에서 그쳤어야만 했습니다.


고등어가 횟감이 되었을 때 얼마나 대단한

파급력을 보여주는지 알게 된 이후로부터

더 넓은 세상을 봄과 동시에 불행이 시작되었습니다.

고등어의 기름기와 감칠맛

거기에 식초와 소금의 환상적인 조화로 만들어낸

고등어초절임(시메사바)


시메사바로 쥐어낸 봉초밥은 너무 맛있어 기절할 것 같습니다.

[잘하는 식당에서 먹어야 합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고등어 봉초밥]



겨울만 되면 고등어에 언제 살이 오르나 목이 빠지게

기다립니다.


사진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연어]


연어는 횟감으로 처음 만났습니다.

상대적으로 감칠맛은 덜하여 선호하는 횟감은 아니었는데요.


이런, 구이로 먹으니 딱 제 취향이더군요.

느끼함이 싹 잡혀버리고, 적당한 식감에

훌륭한 성분까지.


식단을 연어로 못 한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연어로 식단 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성게알(우니)]


[아주 예쁘게 생긴 캐나다 우니]


"야 니 이거 이렇게 먹을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다~ 나중에 니 커서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봐라"


아버지께서 저렇게 말씀을 하셨지만, 내가 돈 내는 것이 아니니 알 턱이 있나요.

성게알이 가득 들어있는 플라스틱 상자에서

한 숟갈 가득 퍼내 밥에 비벼먹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커서 보니 말도 안 되는 섭취 방법이었더군요.

성게알을 밥에 비벼먹는다고?


물론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해수성게알'이 상품성 좋게 잘 나와서

국산 괜찮은 성게알을 '밥에 비벼 먹는 것'이 가능해진 세상이 왔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일식당 아니면 볼 수 없던 식재료라

저런 식으로 먹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섭취 방법이긴 했죠.


성게알 중 으뜸으로 칭하는 것은 홋카이도 성게알입니다.

영롱한 모습 한번 보고 가시죠.

맛은 설명 못 하겠습니다.


맛을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명작을 보고 난 뒤에 "~ 안 본 눈 삽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저는 이해가 갑니다.



[흑점줄전갱이(시마아지)]


[흑점줄전갱이 회]


워낙 고급어종이기도 하고,

잘 취급하지도 않아서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일식 숙성회로 다루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맛은... 방어를 좋아한다면 대부분 좋아할 맛입니다.

개인적으로 평가하자면


덜 부담스러운 기름기를 가진 등 푸른 생선? 정도로 평가합니다.

원래 은근히 맛있는 게 더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는 방어보다 이 녀석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 돈이 있어도 파는 곳이 잘 없어서 먹기가 힘들어요.


<방어와 흑점줄전갱이의 비교>

방어 : 나 기름져! 맛있지! 식감도 서걱거려! 겨울 제철!!!!

흑점줄전갱이 : 기름진데, 과하지는 않아. 한번 먹어봐. 식감은 너무 무르지도 서걱거리지도 않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맛이라는 게 표현이 이렇게 어려운지 몰랐네요.

미각에 대한 표현을 정리해 보고 연습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듭니다.


하~ 정말 맛있는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

한번 잡솨봐.




위에서 언급한 녀석들 말고도

너무나도 많지만 나중에 또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전갱이, 숭어, 도미, 장어, 전어, 농어, 각종 갑각류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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