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지도에 수 놓인 수많은 별들
네이버 지도를 펼치면 수많은 별들이 마중을 나온다.
처음에는 정말 기억을 해야 하는 장소만 표시를 하다가
별의 개수가 늘어나다 보니 나름의 기준으로 정리를 하게 되었다.
다양한 분류 기준이 있지만 가장 주된 분류 기준은
장소에 대한 방문 여부이다.
앞으로 방문이 예정되어 있는 '갈 곳'
방문을 해서 만족스러웠던 '가본 곳'으로 분류한다.
'갈 곳'은 허들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우연히 친구에게 여기가 좋다더라 귀띔을 듣거나
주워들은 정보들, 지나가다가 간판이 매혹적이라던가
사람들이 이상하리만큼 특정한 업장에 줄을 서있다거나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갈 곳'리스트에 추가가 된다.
그래서 '갈 곳'은 상당히 많다.
내 시간과 자산은 한정적이므로 모든 곳을 다 방문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갈 곳'을 방문했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가본 곳'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재방문의사가 없을 경우에는 지도에서 삭제한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가본 곳'의 리스트는 일종의 자산과 같다.
내가 이미 그 장소에서의 경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리고 그 경험이 만족스러워 재방문의사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군가와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라는 뜻이니까.
일종의 나의 보물창고이자, 상황에 따라서는 무기가 되곤 한다.
나는 처음 방문하는 장소는 혼자 가는 것을 즐긴다.
혹은 그 장소가 별로라고 할지언정 함께 웃고 넘길 수 있는
친구와 함께 방문을 한다.
'갈 곳'으로 저장된 리스트의 대부분은 음식점이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비단 음식점뿐만 아니라
복합문화공간, 공원, 박물관, 미술관 등의 장소도 다수 포진해 있다.
실제로 가서 어떤지 확인하지 않으면 알고 있기가 어려운 디테일이
무수히 많기 때문에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는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이야 한다.
가령 가장 쉬운 예시인 음식점을 예로 들어보자.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는데, 특정한 음식이 먹고 싶다고 한다.
나는 그럼 최소한 내 지역에서 그 특정한 음식이 어디가 맛있는지 정도는
찾아보는 성의는 보여야 한다.
그러나, 내가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인터넷 검색이나 각종 SNS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과연 인터넷 세상 속의 다른 사람들의 말을 신뢰하고
내 지인과 함께 갈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사람들의 개개인의 취향은 다 다르다는 뻔한 사실은 넘어가더라도,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올리는 게시물인지 구별이 너무나 어렵기 때문이다.
성의 없는 광고 게시물이야 거들떠도 보지 않지만,
실제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게시물은 방문 후기인지
방문 후기의 탈을 쓴 광고인지 구별이 어렵다.
타인의 말을 불신한다기보다는, 내가 직접 가서 확인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성격 때문이리라.
실제로 음식점을 방문하게 되면,
신경 써서 찍은 사진에서는 확인할 수 없는 본모습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종업원의 접객 태도, 위생, 부대시설의 관리
교통접근성, 차량주차 가능 여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음식의 맛까지.
요식업의 전투력은 사진이나 리뷰로 확인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확인을 해본다.
대표 메뉴를 먹으면서 분위기를 살피고,
주변의 환경을 살핀다.
그렇게 해서 다음에 또 와도 되겠다는 판단이 서면,
'갈 곳'이 '가본 곳'으로 재분류가 된다.
한 번 '가본 곳'으로 분류가 된다면,
그 이후에 최소한 3번 정도는 재방문을 한다.
하지만, 처음의 인상과는 다르게 시간이 지나면서
음식의 맛이 변한다거나 사용하는 쟤료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러면 그 상황이 일시적인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 텀을 두고
몇 번 더 방문을 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로라면 리스트에서 삭제를 한다.
무슨 맛집 블로거도 아닌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한 가지 사실을 밝히고자 한다.
나는 음식을 먹는 행위가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의 유대관계를 쌓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혼자 있을 때는 사실 뭘 먹건 상관이 없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 혼자 있을 때는 밥을 내가 거의 다 해 먹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순간에 망설임 없이 즐길 수 있게끔
평소에 아껴놓고, 먹어줘야 할 때는 죄책감 없이 즐기는 것이 나의 모토이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최고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습관처럼 준비를 하는 듯하다.
나에게는 일종의 놀이와 같다.
식당 말고 다른 장소들도 마찬가지이다.
복합문화공간이나, 대형 쇼핑몰은 그래도 안내가 친절하게 되어 있는 편이라
인터넷을 찾아가면서 돌아다니면 딱히 실패할 일은 없다.
애초에 사람들이 와서 돈을 쓰게끔 하는 것이 목적인 공간이고
철저히 그런 한 목적이 잘 달성되게끔 설계된 공간이기에
그저 그 장소에 가서 흐름에 내 몸을 맡기기만 하면 된다.
다만, 저렇게 인위적으로 형성된 장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권의 경우에는 몇 번 방문을 하면서 익혀둘 필요가 있다.
나에게 가장 당황스러운 경험을 선사했던 공간은
수원시의 행궁동이다.
차량을 가지고 가는 것이 그리 추천되지 않는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가보면 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차량을 가지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
분명히 차량이 왕복으로 지나갈 수 있는 차선임에도 불구하고
날이 너무 좋은 시기에 행궁동은
길거리에 불법주차가 즐비하다.
그 불법주차는 왕복 2차선 도로를 편도 1차선 도로로 만들었고,
그 사실을 알리 없는 사람들은 성벽을 따라 쭉 늘어진 퇴로 없는 도로에서
서로가 먼저 지나가겠다며 일렬로 차가 죽 늘어져 오도 가도 못하는 일이 생겼다.
처음 오는 장소에는 사전 답사를 하거나, 꼼꼼하게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 이유다.
즐거우려고 가는 장소에서 짜증 나는 일이 생기면 안 되지 않은가.
물론 나는 그런 상황도 재미있다며 웃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것은 아니니 대비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만 보면 굉장히 꼼꼼하고 계획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먼 단어들이 저 녀석들이다.
'꼼꼼하다.'
'계획적이다.'
뭐 이런 것들 말이다.
그런데, 왜 저런 번거로운 행동을 반복적으로 하느냐 묻는다면,
저렇게 행동하는 것이 즐겁고,
혹여나 나중에 즉흥적으로 무계획적으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일이 있다면
자신 있게 내가 미리 경험해 봤던 리스트를 이용해서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의 즉흥적인 성격과 잘 맞는 사전작업이다.
되게 까다로운 거죠. 즉흥적이면서도,
퀄리티가 높기를 바라는 거니까요.
함께 내가 알아둔 장소를 방문했을 때,
아래와 같은 반응이 나온다면
"와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어 너무 좋다."
"이런 맛집이 있는지를 몰랐다. 나중에 친구 데려와야겠다."
"진짜 네가 추천해 주는 곳은 다 맛있다. 완전 맛잘알."
즐거움에 몸서리가 쳐진다.
내가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듣고,
모르는 내용이 이해가 되었다는 반응이 나오거나
원래 과학이 싫었는데, 선생님이랑 공부하면서 과학이 좋아졌다는
반응이 나올 때랑 비슷한 감정이 든다.
내 주변이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