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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적끄적(25. 7. 6.)

연속성이 없는 낙서들

by 박승연

[콘서트]


나는 콘서트를 인생을 살면서 단 한 번도 보러 간 적이 없다. 음악감상을 즐기지만, 콘서트를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좋아하는 가수가 없어서 그런가 싶다.


주변에는 종종 같은 가수의 콘서트를 따라다니면서 보러 다니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 이야기를 할 때면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내가 저런 모습을 보이는 순간이 있었나 잠시 생각해 본다.


그건 나는 알 수 없겠지, 내 주변 사람만이 내가 빛을 내는 순간을 알겠지.


같은 내용의 콘서트를 반복해서 보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봤다.


"내용은 같지만 그때의 상황, 장소에 따라 다 다르게 느껴져."


최대한 이해해보고 싶어서 내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는지 고민을 해보았는데,


한 가지 상황이랑 겹치는 점이 있었다.


학교에서 하는 수업이다.


준비된 것은 모두 동일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은 일률적이지만,


반의 분위기, 그 반의 아이들이 뿜어내는 기운에 따라서 수업의 텐션과 애드리브가 달라진다.


과연 그 각각의 수업들이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중에 학교로 돌아가면 내 강의 영상을 녹화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같은 차시 수업이 학급에 따라서 어떻게 바뀌는지도 살펴봄이 재미를 돋울 수 있겠다.




[나이 듦]


요즘 들어 몸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낀다.

몸에 아픈 곳이 있다거나 큰 문제가 있지는 않다.


그저 몇 년 전만 해도 이해할 수 없었던 인생 선배들의 말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중이다.


왜 그렇게 운동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지

왜 그렇게 다치면 회복이 어렵다고 하는지

왜 그렇게 주말에 힘이 없는지

왜 그렇게 소화가 안 된다고 하는지


웃기게도 나는 지금 20대를 통틀어서 가장 건강하고 신체능력도 월등한 상태인데,


위에 나열한 것들을 느낀다는 게 이상하다.


"운동하기 전에는 스트레칭을 꼭 해야 해"

스트레칭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이제 내 신체 특성에 맞는 스트레칭을 할 줄 안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러너는 안정화가 좋아."

안정화를 사서 신다가, 카본화를 샀는데 너무 푹신함에 놀라 애물단지가 되었다.


"어우 이제 밤새서 못 놀아 체력이 안돼 체력이"

밤을 새우고 나면 다음날 하루는 사라진다는 걸 느끼며 시간이 더 지나면 밤새서 노는 행위와는 안녕일 것 같다.


".... "

".... "


별거 아닌 것 마냥 흘리는 말들이 다 들어맞았다.

인생 선배가 하는 말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겠다.


이걸 알고 있음에도 내 귀에 흘리듯 들리는 말들은 여전히 이해가 안 간다.


"난 아닐 거야"


"과연 그럴까?"




[호불호]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기할 정도로 예리하고 세심한 반면,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아웃 오브 안중이다.


난 늘 그랬다. 뭐든 모 아니면 도.

나이가 들면서 좀 누그러졌다 싶으면서도

가끔씩 툭툭 튀어나오는 옛날 모습을 보면 사람 쉽게 안 변한다는 사실을 나를 보며 느낀다.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이런 극단적인 치우침이 내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 아닐까.


"굳이 다듬으려 하지 말고 인정하고 살아가야 하나"


그러니까 술로 비유를 하자면,

누구에게나 호불호를 타지 않는 블렌디드위스키냐

호불호가 강해서 누군가는 입도 대지 않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사랑받는 싱글몰트 위스키냐.


음.. 역시 나는 뾰족한 게 좋다.

애매한 건 싫어.

싱글몰트 위스키가 좋아.


호불호가 갈리는 것들이 좋고,

취미와 취향이 확고한 나는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닮았나 봅니다.

그래, 호불호가 갈리는 사람 하렵니다.




[힘들게 살아가야지]


아버지와 결혼과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버지, 나는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할까. 나는 내가 봤을 때 본받을 점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으면 그 사람이 좋아지지가 않아."


"원래, 인생을 편하게 살아가려면 네가 지켜주고 돌봐줘야 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배우자를 지키고,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근데 나는 내가 못하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좋더라고."


"이렇게 말하면 어떠려나. 너보다 조금 못난 사람 만나는 게 인생이 편해."


"어떤 측면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럼, 힘들게 살아가야지"


아.. 아버지 저는 힘든 게 좋아요.

쉬운 건 재미없거든요.


어렵고, 힘들게 하는 것에 재미를 느껴요.

힘들게 살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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