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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

누구나 다 가지고 있는

by 박승연

매력 있는 사람이 되기란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참과 거짓을 구별해 내는

레이더가 발달하게 되는데,


매력 있는 '척'하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그 매력이 솟아 나오는 원천은 무시한 채

외양만을 본뜨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외양만을 본뜬 속 빈 강정 같은 매력의 열화판은

꽁꽁 숨긴다고 해도, 별거 아닌 순간에 레이더에 포착되고 만다.


돈을 좇는 사람이 막상 돈을 거머쥐기란 어려운 것처럼.

매력을 취하고자 하는 사람이 매력을 갖추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매력을 갈구하고, 사회적으로 유용하며 동시에 손에 쥐려 하면 할수록 실없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이 매력이라는 녀석을 거머쥘 수 있을까.




일단, 내가 매력을 논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생각을 해봤다.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은 자유.

글을 쓰는 것도 자유.

글을 게시하는 것도 자유.


다 자유롭지만, 본질적으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그것에 대해 논하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거 말하는 거다.


"너 뭐 돼?"


음... 어려운 질문이다. 내가 이 토픽에 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인가?


나는 살면서 매력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이런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넌 대단한 사람이야. 멋져. 반짝반짝 빛나. 너의 시간은 소중해. 나와 보내는 시간이 가치롭게 느껴지니?"


자존감이 박살 난 사람이 던질 법한 질문이지만, 내 정신 상태는 온전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일단 그렇게 봐줘서 고맙고, 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시간 보내는 게 아까운 사람이랑 왜 놀고 있냐?"


그렇다. 매력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것이라


누군가는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매력을 느끼고

누군가는 자기가 가졌지만 그 정도가 더 우월한 것에 매력을 느끼고,

또 누군가는 자기보다 못난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또는 계량이 불가능한, 실측이 불가능한 것들에서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귀여워서 좋아."


"왜 귀여운데?"


"그걸 말로 어떻게 설명해, 굳이 이유를 찾으려면 찾을 수는 있겠지,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렇게 느껴. 설명이 더 필요해?"


그렇다. 매력은 상대적이고,

계량이 불가능하며

일정한 기준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무매력인 사람이

누군가에게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팜므파탈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우리의 세상.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에게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러므로 내가 매력에 대해 논하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내가 매력에 대한 개념이 존재하는 이상.

나도 누군가에게 매력이라는 개념으로 존재할 수 있다.



보편적인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매력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자연스러움'


자연스럽다는 것은 꾸밈이 없고, 인위적이지 않아 보기에 불편함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위적인 것에도 매력은 존재하지만, 조화라는 두 번째 단계를 넘어서야 인위성이 덮어져 매력으로 발산된다.


왜 우리는 자연스러운 것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느낄까.


사람의 행동에는 그 뒤에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가정해 보자.


타인에게 친절하거나

밝은 미소를 짓거나

길을 가다가 쓰레기를 줍거나

조별과제에서 솔선수범 할 수 있다.


아 매력적이다. 보기만 해도 좋지 않은가? 저런 행동을 하는 사람에게서 우리는 보통 매력을 느낀다.


그런데, 저 행위 뒤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면 어떤가?


주변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상사가 시켜서

옆 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단지,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분명히 행동은 긍정적이나, 그 긍정적인 행동 뒤에 다른 의도가 숨겨져 있다면 행위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게 된다.


칸트의 말을 빌리면,

행위가 목적 그 자체인 것이 아니라,

수단으로 이용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매력이 반감된다고 느낀다.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기에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낀다.


우리는 자연스럽고, 긍정적이고, 선한 행위에 매력을 느낀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자기만족과 건강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과

단순히 이성에게 어필하기 위해 운동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매력적인가? 전자이다.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프라이드를 가지고,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는 사람과

단순히 고과를 잘 받기 위해서 싫지만 억지로 하는 사람 중에서 누가 더 매력적인가? 전자이다.


소결론을 내리자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행위하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며,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는 경우에 매력을 느낀다. 자연스럽기 때문에.


왜 자연스러움에 매력을 느끼는지는 고민해 볼 여지가 있다. 매력이라 함은 인간을 가까이하게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그 행위 뒤에 숨겨진 의도가 있다면, 그 사람의 속내를 알기가 어려우니 꺼려하는 것이 아닐까?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분명히 있겠지만,

인간은 본디 자신이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항공기 사고와 차량 사고 중에서 무엇이 더 위험한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큰 사고를 기준으로 하면 항공기가 훨씬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된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은 차량은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는 반면, 항공기를 탈 때에는 조금만 휘청거려도 무서워하곤 한다.



보통의 인간에게 항공기는 통제불가능하고, 구동 원리 자체가 직관적이지 않으며 운행의 주체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위탁되어 있다.

미지의 존재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두려움을 느낀다.


차량의 경우 내가 운전을 하기 때문에 통제가 가능하고, 운행의 원리가 직관적이고 이해가 간다. 지의 존재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두려움이 덜하다.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일이다.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은 여기에서 부러지게 된다.


그렇다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겠다.


1. 매력은 상대적이다.

2. 매력은 자연스러움에 기인한다.

3. 인간은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다.




의도가 숨겨지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매력적이라는 것과


미지의 존재에 두려움을 느낀다는 두 결론이 왜 다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하겠다.


우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를 회피한다.

두려움은 가까이하고 싶지 않다.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감정과 유사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지 않고,

나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으며

존재 자체로 껄끄러움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다 = 안다


부자연스럽다 = 모른다


매력을 느낀다 = 자연스럽다 = 안다


이렇게 연결될 수 있다.


우리는

예측가능하며,

자연스러우며,

통제가능하며,

아는 것에서 매력을 느낀다.


의도와 행위가 일치하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위의 논리 전개에서 도달한 결론이 좀 이상하다.

정리해 보자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과

의도가 일치하는 '투명한'

의외성이 없는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서는


의외성

즉흥성

파악이 불가능한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을 안달복달하게 하는


그럼 소위 말하는 '통제 불가능한'

것에 매력을 느끼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


나쁜 남자 신드롬이라는 말이 괜히 있겠는가.

내가 내린 결론과는 불일치한다.



여기서 발생한 괴리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행위와 의도의 일치에서도 매력을 느끼고

의중을 파악할 수 없는 것에도 매력을 느낀다.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긍정적이라고 할 때

우리는 그의 의중이 파악이 불가능한 경우


매력을 느끼는가?


의중이 드러나고 / 행위와 일치하는 경우

-> 자연스럽게 느껴져 매력적이다.


의중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 / 일치 여부는 따질 수 없다.

-> 불확실하지만, 행위 자체는 긍정적이다.


의중이 드러나고 / 행위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

-> 부자연스럽고, 거부감을 느낀다.


2번의 경우에서 우리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 사람의 의중이 행위와 일치할 것이라는 기대감.

선한 행동이, 선한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기대감.


이 기대감이라는 불확실성을

휴먼에러가 공백을 메꿔주어

일치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게 하고


그것에서 매력을 느끼지 않는가 라는 생각이다.


또 이것은 인간의 생에서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10대 20대는 성장의 시기이다.

변화하는 시기이며, 모든 것이 불확실한

미지의 세계이다.


내가 하는 행동이 나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


내가 하는 행위가 높은 확률로 내 인생을 바꿀지도 모른다.


불완전하기에, 불확실함에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가진 것을 지켜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가지 못한 것을 취해야 하는 시기이니까.


30대가 되면 가진 것을 지키는 시기로 넘어간다.

변화는 줄어들고, 손에 쥔 것은 늘어난다.

무엇인가를 더 취하기보다는

가지고 있는 것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뭐,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정도 '경향성'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불확실한 세계를 살아가는 이들은

불확실한 상대, 나를 헷갈리게 하는 존재

예측이 불가능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이는 이에게 매력을 느끼고


어느 정도 세계가 구축이 되고, 앞으로의 살아갈 날이 예상 범위에 들어오는 이들은

확실한 상대, 나에게 확신을 주는 존재

예측이 가능한 이에게 매력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연애는 몰라도 결혼은 힘들 것 같아."

"결혼하기엔 좋은데, 연애하기엔 별로야."


이런 말들은 각자의 시기에 맞지 않은 매력을 가진 상대에게 느끼는 심정일테다.


뭐 물론, 연애도 결혼도 다 별로이거나

연애도 결혼도 다 좋은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딜레마적이지는 않으니 다룰 가치는 없다.



매력이라는 것을 어떻게 거머쥘 수 있을까.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왔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서 경화되고 둔화되며

안정성을 추구하게끔 변화한다.


성장은 멈추고,

수확한 것을 지키는 방어의 시기로 들어간다.


그래서 매력이라는 것은 행위 자체에 대해 상대적이면서도


시기에 따라서도 상대적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상황과 시기에 맞는 적절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매력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거 별로 재미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예전에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노력해서 내 맘에 드는 사람보다. 아무렇게나 하는데 내 맘에 드는 사람이 좋아."


내 생각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의도를 가지지 않고 행위함에 있어서,

그 행위 자체가 매력적인 사람.


나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매력을 연기하는 사람이 싫다는 말이다.


어쩌면 매력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이 모습 자체가


의도를 숨기고 매력을 연기하는 사람으로 보일 여지가 있어 매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어? 저 녀석 어떻게 하면 매력을 갖출 수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네? 겉보기에는 매력적일 수 있어도, 인위적으로 갖춘 것은 아닐까?"


순간 슬퍼지려다가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나는 누구 눈치 봐가면서 잘 보이려고 연기하는 일 따위를 해본 적이 없어서


누가 협박하지 않은 이상 그럴 일은 없다.


의도와 행위가 일치하는 사람이기에

재미는 없을지언정

속내를 알 수 없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어쩌면 때를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불일치가 일치가 되는 순간을.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위하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내 그런 모습이 불편하지 않는

내 있는 그대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는 사람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속박하지 않고,

자유를 주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가장 가깝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신비감과 공백은 존재하는 사이.


나는 그런 사람이 매력적이다.


나는 내가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게

내가 매력적이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매력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에서 기인하는 것이니까.


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누리고,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하면 인생을 재미있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니까.


굳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네가 하고 싶은걸 해"


이게 내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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