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할 건 다 했던 4일
한강 물 위에 떠있는 카페에 갔습니다. 한강 물은 가까이서 보면 그리 깨끗해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 보면 폴리싱이 필요한 아쿠아마린 같습니다. 좋아하는 것일수록 다 알려고 하지 말고 조금의 거리는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시간이 남아 우연히 들린 공원에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항공운이 선명한 것으로 봐서는 전투기일지도요. 나무 밑에서 슬쩍 쳐다보니 마치 나뭇가지에서 무언가를 쏘아 올리는 모습처럼 보여 내가 본 것을 남기려고 나무 밑동 근처에서 게걸음을 한참동안 했습니다. 내가 본 것에는 못 미치지만, 그나마 이 정도면 비슷해요.
훌륭한 입면으로 소문난 아모레 본사에 들렀습니다. 나는 어딘가를 시간을 내서 찾아가기보다는 우연히 들러서 기대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발견하기를 즐기는데요. 처음 보는 작가의 전시가 있길래 들어가 봤습니다.
현대미술은 늘 그렇듯 난해하죠. 그나마 역사책에 기록된 분들의 작품들은 예술에 대한 까막눈인 저에게도 어떤 심상이란 게 떠오르게끔 해줍니다. 현대미술은 글쎄요. 가서 큰 즐거움을 얻지는 못하지만, 나는 매번 이럴 것을 알면서도 별 기대는 하지 않으며 속아주기를 반복합니다.
이래서 내가 교사가 할만하다고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중학교 교사는 속아주는 것에 지치지 않아야 하고요, 100번 같은 말을 하는 데 답답하지 않아야 하니까요.
그러다 한번 반짝거림이 얻어걸리면, 그것을 자양분 삼아 몇 년을 보내는 겁니다. 나는 그런 소중한 보석 같은 기억들을 모아놓는 창고가 있습니다. 그 창고는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보석들이 남아있던 흔적만이 있는데요. 그걸로 충분합니다. 나도 그들을 무수히 속여왔던 것처럼. 나도 그들에게 무수히 속아줄 의향이 있습니다.
저는 사진 촬영이 취미는 아닙니다. 그냥 지나가다가 보이는 장면이 있으면 있는 그대로 담아보려 노력할 뿐이죠. 이번에 처음으로 카메라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뭔가를 해보려고 했습니다. 수십 번의 실패 끝에 전혀 남은 게 없다고 생각하고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갤러리를 정리하다 보니, 그나마 원하는 것과 비슷한 한 장이 보입니다. 다음에는 삼각대를 챙겨가서 제대로 찍을 겁니다.
여러분들의 겨울의 시작은 무엇이 알려주나요?
누군가은 캐럴이 들리기 시작하면 겨울을 느낀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떨어진 낙엽의 색이 바래는 것을 보며 겨울이 다가옴을 느낀다고 합니다.
저는 주변에서 방어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겨울을 느낍니다. 아버지는 옛날 동해바다에 널린 게 방어여서 이걸 왜 이렇게 비싸게 주고 먹는지 이해가 안 가신다고 하셨지만, 나는 겨우내 먹을 방어의 횟수를 손가락으로 꼽아가며 기다리는 사람으로 자라났습니다. 올해의 목표는 3방입니다. 기름이 충분히 올라오면 저에게 자랑해 주세요. 같이 가면 더 좋고요.
26년이 가기 전에 경매로 내 집 마련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실수요가 워낙 몰리고 있어서 낙찰가율이 너무 올라버려 원하는 가격대를 맞추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배워 놓으면 쓸모 있을 유용한 기술이라 생각하기에 앞으로도 관심을 두고 공부할 생각이 있습니다. 처음 입찰을 하는 날에 실수를 할 수도 있으니 입찰은 하지 않고 경매가 어떻게 진행이 되는지 과정을 알아보기 위해 법원에 들렀습니다. 백번 듣는 것보다.. 역시 한번 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각종 종이 구석구석에 실수를 할만한 요소가 많이 있더군요. 이번에 한 번 경험해 봤으니 실제로 입찰을 할 때는 부담감 없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대출을 끼지 않고는 집을 구할 수 없는 세상이 와버렸죠. 이번에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너무 당황스러웠던 것은 계약서가 없으면 대출이 얼마가 나오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면 은행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매수자의 신용과 매수희망 주택의 공시가격, 그리고 그 외에 신경 써야 하는 수많은 조건들. 이런 것들이 명확히 파악되지 않은 시점에서 얼마가 대출이 나온다고 말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겠죠. 만약에 미리 일러두었던 금액이 안 나와봐요. 은행 탓이라며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이 많을 텝니다.
대출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대략적으로 가늠할 방법? 이 존재하겠지만, 대출이 처음인 사람들은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가며 이 정도면 무리 없이 나온다는 말을 듣는다고 해도 불안한 것은 마찬가지겠죠.
그렇다고 지금과 같은 매도자 우위 시장에서
'주택 매수를 목적으로 하는 대출이 나오지 않을 경우 본 계약은 무효로 한다.'와 같은 특약을 추가하자고 하니 차마 입이 안 떨어집니다.
저도 민원을 받아보는 입장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제도적으로 보완할만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그러니까 제발 대출 나와라... 빡빡하게 자금조달계획 안 세웠으니까 문제는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