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그리 바삐 가시오
코끝이 간지러워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몰려드는 인파에 그만 마스크를 놓치고 말았다.
다시 줍기에는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다.
어쩔 수 없이 입술이 묻은 마스크는 바닥에 남는다.
그리고 그 흔적을 누군가 보았다.
우리는 모두 마스크를 오래 써 본 적이 있다.
마스크의 본래 용도는,
비말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나에게서 남에게로 향하는 비말과
남에게서 나에게로 향하는 비말을 말이다.
본래의 용도와는 무관하게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부작용이 bad-effect가 아니라
side-effect 이듯이 본래의 용도와 다르게 사용되는 물건은 세상에 차고 넘친다.
마스크는 얼굴을 가리기 위한 용도로도 사용된다.
나 역시 대학시절 여학우들의 마스크 사용을
종종 봐왔던 기억이 있기에 모자를 눌러쓴 여성이
마스크를 했다는 것은
남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싶음을 의미함을 안다.
그 안의 얼굴은
술을 먹고 부었거나,
화장을 못 해서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왕 뾰루지가 나서 신경을 쓰인다거나,
어찌 되었건 맨 얼굴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그렇다면 립 묻은 마스크는
본래의 역할과 부가적인 역할 둘 중에 무엇을 하다가
길에 버려지게 되었을까.
[본래의 역할]
비말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면,
립이 묻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
비말의 차단이란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고, 마스크를 내리고 맨 얼굴을 보이기 위해 화장을 했다면 마스크의 착용 의미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화장을 한 상태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부가적인 역할]
그렇다면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인가?
얼굴을 가리기 위한 목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화장을 하지 않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애초에 얼굴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한 것인데,
화장을 할 필요가 없지 않은가.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몰려드는 인파를 피하기 위해 잠시 벽에 기대어 있었다.
약속시간까지는 넉넉했고,
남들처럼 시간에 쫓기며 이동할 필요는 없었다.
이 정도 여유는 부려봄직 했다.
수많은 인파를 지하철이 실어 나르고, 한산해지려는 찰나에 바닥에 떨어진 마스크를 봤다.
마스크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것이야 이상할 일은 아니지,
고가의 물건도 그리 중요한 물건도 아니니까.
다만, 마스크에 화장품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좀 의아했다.
"왜?"
이유를 생각해 보기 전에 사진부터 찍어놨다.
스쳐 지나간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 일은 잘 없고,
사진을 찍어두면, 나중에라도 그 기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기억이 되살아나서 왜 그런지 생각을 해봐도 도통 이유를 모르겠다. 마스크를 떨어트린 그녀는 어딜 그리 바삐 갔을까.
2025. 12.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