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브 코딩, 어디까지 해봤니? - EP. 1 전환

IP 실무자가 데이터와 AI 기반으로 만들어가는 자동화 실험기

by 디지털 노마드 K

인하우스에서의 IP 업무는 주로 반복되는 특허 출원·등록·유지 업무를 하게 된다. 그 외에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 그리고 신사업 부문에 대한 특허조사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일이 손에 익기 시작하면서 막연한 불안함이 어느 순간 마음속에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실 인하우스에서의 IP 업무는 특허법인 혹은 특허사무소에 외주를 많이 주었다. 그러다보니 중간 관리 성격의 업무 비중이 컸고, 언젠가는 쉽게 대체되지 않을까? 라는 불안함이 생겼던 것 같다.


그런 시기에 우연하게 데이터 분석을 접하게 되었고, 동시에 블로그에 글도 작성하면서 이전에는 없던 성취감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뭔가 나만의 것이 생겨서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블로그에 이웃들도 늘어나면서, 데이터 분석을 지금 하고 있는 인하우스 특허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게 되었다. 당시 재직하고 있던 회사에서 어려웠던 점은 연구원들이 발명 아이디어를 내는데 있어서 소극적인 경향이 있었고, 이로 인해 신규 IP 창출이 잘 되지 않았었다.


사실 초반에는 단순한 생각으로 '아니 특허 출원하면 보상금도 주고, 커리어 포트폴리오도 쌓이니까 이직하는데 도움도 되고 일석이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연구원들의 업무 일과를 듣게 되면서 생각보다 연구원들도 오롯이 자신의 연구만을 위한 시간이 업무 시간에 주어지지 않는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흔히 우리는 연구원이라고 하면 9 to 6 연구만 하니까 하는 일이 곧 모두 특허로 이어지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이건 당시 재직하고 있던 회사 내의 구조적인 문제일수도 있으며, 타 회사는 또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재직하던 회사의 연구원들은 고객사 대응을 위한 레시피 조정에 많은 시간을 할애 했다. 자체 브랜드도 있지만 OEM/ODM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고객사의 레시피 조정 요청에 모두 대응해줬다. 그럴때마다 연구원들이 레시피 조정을 위한 실험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신기술 연구개발에 소홀히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신규 IP 창출이 더딘 이유는 위에 기재한 이유 말고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신규 IP 창출을 지원하고자 여러 경쟁사 내지는 선도기업들의 특허를 분석해서 사내 게시판에 주기적으로 업로드 하기도 하고, 타사 특허-제품 매칭 작업을 하면서 우리의 R&D 전략 방향성 내지는 자사 IP 포트폴리오에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인사이트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더 나아가 발명의 창출을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가 직접 발명을 내보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침 데이터 분석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터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데이터에서 찾아보고자 하였다.



처음에는 특허 데이터를 분석해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기술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산업군이 아니다보니 유의미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고객데이터, 즉 VOC(Voice of Customer) 데이터에서 불편함을 포착하고, 포착된 불편함에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재직하고 있던 회사의 주력 상품은 "콘택트렌즈" 였는데,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온라인 구매를 할 수 없다. 콘택트렌즈는 2등급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의료기기법에 의해 안경원에 방문해서 안경사에 의해 처방을 받고 구매를 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유효한 처방전이 있다면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나라도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과 일본이 그러하다. 최근엔 국내에서도 "픽셀로" 라는 업체의 콘택트렌즈 온라인 배송 서비스가 ICT 규제 샌드박스 실증 특례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분석할 당시,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 자체가 안되다 보니 국내 온라인 몰에서의 리뷰 데이터는 없다시피했고, 해외 온라인 몰에서의 리뷰 데이터는 웹 크롤링을 통해 수집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원할하게 되지 않아서 포기했다.



그러다가 제품 자체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가 창출하기 보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더 적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콘택트렌즈 관련 서비스에 대한 VOC를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물색을 하던 중 애플의 앱스토어나 구글의 플레이스토어에 배포된 콘텍트렌즈 관련 어플리케이션에서 찾게 되었다.


출처 : 존슨앤드존슨비전의 "마이아큐브" 앱



그리고 사용자들의 앱 리뷰 데이터는 "google-play-scraper", "app-store-scraper" 라는 파이썬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데이터를 수집했고, 수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나름의 분석을 진행해서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 관련 발명 아이디어를 제안하였고, 외부 대리인과의 발명 미팅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는 총 3건의 특허를 출원하게 되었다.


인생 첫 발명보상금..!


출처 : 인터로조 25년 1분기 사업보고서 中 일부


IP 업무를 하면서 발명자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지원 부서이던 개발 부서이던 어디에 있어도 다 자기 하기 나름이라는 마인드셋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이로 인해 아예 커리어를 데이터 분석가로 전환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내 인생의 첫 발명을 제안한 이후, 데이터 분석가로의 커리어 전환 그리고 기타 복합적인 이유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2개월 정도의 꿀 같은 휴식을 가지던 중, "키워트"라는 특허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던 "워트인텔리전스" 의 관계자 분께서 내가 운영하던 블로그를 좋게 봐주셔서 면접 기회를 주셨고 운이 좋게도 특허 빅데이터 분석가로 발을 들이면서 업무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다음 편에서는 초보 특허 빅데이터 분석가로서 느꼈던 데이터 분석업에 대한 소회 그리고 그로부터 얻은 경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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